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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꾸31

뿌꾸 산책 설 전에 내린 눈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아직도 한가득 이다. 뿌꾸를 눈 하얀 운동장에 데리고 들어갔는데 언 눈은 처음 보는지라 어색해한다. 그래도 하얀 눈밭에 떡 서니 모양새가 난다. 작은 몸뚱이지만 균형이 잡혔네. 놀러 나온 학생들과 대면한 뿌꾸. 인사는커녕 바로 앞에 가서 계속 짖어댄다. 녀석이 눈치도 없이 집주인에게 대드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미끄럼틀 위에서 벌 받는 뿌꾸. 웃음이 나왔지만 생각해 보니 이것이 동물 학대가 아닌가. 개처럼만 살아도 다행이다 싶은 우리 사는 세상. 내 오만한 행위를 잠시 반성했다. 2013. 2. 14.
뿌꾸의 계사년 새해 인사 우헤헤, 주인님, 그리고 조인스블러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전 뿌꾸입니다. 자, 이제 인사는 했으니 달려보자. 멋쟁이 주인님, 나 잡어 봐여 ~ 야호 ~ 와우, 이 신선한 느낌. 나는야 제설견. 야호 ~ 허나 이제 내 나이 두 살. 한 살 더 먹었으니 좀 점잖아 져야겠다. 그리고 올 해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흐흐흐. 2013. 1. 1.
함박눈이 왔어요. 이게 머지? 오잉? 이것이 눈? 그렇다면 난 멀 하지? 에라 모르겠다. 달리면서 생각하자. 달려 ~ 가만있자. 이거 들러붙은 게 다 머지? 2012. 12. 5.
인천대공원에서 뿌꾸와 뿌꾸를 데리고 가을이 한창인 인천대공원에 갔다. 맑고 싸한 공기가 우리를 맞는다. 어느새 가을이 깊었다. 수목원 곱게 물든 단풍잎이 햇살에 눈부시다. 얼마 가지 않아 뿌꾸가 벌써 혀를 빼어 문다. 날뛰느라 용을 써서다. 소풍 나온 꼬마들이 뿌꾸를 보고 달려든다. 엉킨 놈들을 간신히 떼어놓았다. 뿌꾸는 신이 났다. 거침없이 뛰어다닌다. 둥근 조각상들이 웃고 각진 조각상들이 '이놈' 하고 뭐라해도 뿌꾸는 끄떡도 안한다. 이리저리 날뛰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린 뿌꾸. 우릴 보고 달려오는데 거의 공중을 난다. ‘해후’ 잠시 후 둘 다 제정신으로 돌아 왔는데 때마침 제 또래 강아지가 한 마리 나타났다. 주인은 몰라라 하고 정신없이 수컷을 따라가는 놈을 간신히 붙잡았다. 뿌꾸가 이성에게 많이 굶주렸나 보다. 날고.. 2012. 11. 17.
뿌꾸의 여름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절기, 대서. 나름대로 각종 시원한 품세를 개발하던 뿌꾸. 급기야 오늘은 벽에 네다리를 붙이고 주무신다. 오, 이 괴상한 자세. 하도 궁금해 잠을 깨웠더니 뿌루퉁해서 꼬나본다. “거, 왜 건딜구 그래. 더워 죽겠구먼.“ 고놈, 하는 짓이 뭘 해도 예쁘다. 2012. 7. 22.
뿌꾸 일기 오늘 놀러 나갔다가 완전 스타일 구겼다. 갑자기 어디서 산만한 놈이 나타나 쫓아오는데 와우, 난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어디 가서 꽁무니 빼는 스타일은 아닌데 오늘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도망가다가 찌그러졌다. 2012. 5. 19.
뿌꾸 나들이 뿌꾸가 더워하는 것 같아 털을 싹 깎았더니 이젠 또 추워하는 것 같아 옷을 입혔더니 오늘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장난감 갖고 노는 것도 별로 흥이 없어 보인다. 마침 우리도 심심하고 해서 좀 멀리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뿌꾸는 얼마나 좋은지 폴짝폴짝 토끼처럼 뛰어다닌다. 풀밭에서 놀다가 급기야 개울 물속으로도 들어갔다. 풀밭에서 정신없이 뛰고 뒹구는 놈을 보고 있자니 측은한 맘이 든다. 개가 사람하고 같이 지내느라 고생이 많다. 2012. 5. 13.
봄은 뿌꾸로소이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뿌꾸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스르르 감긴 뿌꾸의 눈가에 따스한 봄볕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뿌꾸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도톰하게 자란 뿌꾸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이장희 시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중에.. 2012. 4. 8.
뿌꾸가 하는 말 난 사람이 좋다. 생각해 보면 돌도끼 휘두르며 벌판을 뛰어다닐 때 벌거벗은 인간들은 정말 용감했다. 난 주인 뒤꽁무니만 열나게 쫓았고 결국 난 개가 되었다. 이 시대 돈에 환장한 사람들은 아예 인간성을 벗어 던졌다. 불안 고독 상실의 시대라고 읊어대며 급기야 자멸하고 있다. 이제 .. 2012. 2. 18.
뿌꾸 미용 뿌꾸가 털을 깎았다. 많이 자랐다고 생각했었는데 웬걸 덩치가 반으로 줄었다. 털이 다 사라져 그런지 하품만하고 따뜻한 곳만 찾는다. 그래서 옷을 입혔다. 개가 종일 옷을 입고 지낸다. 자꾸 보니 사람처럼 보인다. 저러다 진짜 사람이 될까봐 무섭다. 으엉. 2012. 2. 12.
달려라 뿌꾸 난 있잖아 집밖에만 나오면 그냥 좋아. 끝없이 달려보고 싶어 맑은 공기 마시며 그리고 있잖아 달려가 안기고 싶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당신 품에 2012. 1. 28.
뿌꾸 외출 뿌꾸의 자유가 방종으로 흐르는 것 같아 오늘은 줄을 매서 데리고 나갔다. 그런데 몹시 불편한가보다. 툭하면 안 간다고 버틴다. 그러거나 말거나 끌고 다니자니 내 편에서는 편한데 개편에서 보니 그게 좀 안 됐다. 그래서 뿌꾸에게 잘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다 네 탓이다.” 뿌꾸가 신호를 보낸다. “끙 ~.” 줄이 있으니 말이 통했다. 2012. 1. 19.
새해 첫눈 눈 밟아 보라고 강아지를 땅에 내려놓자 이런, 맙소사. 순식간에 달아난다. 이름을 불러도 소용이 없네. 놈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뿌꾸야, 밥 먹자” 놈이 겨우 멈춰 섰다. 놈은 그 와중에도 그 말은 알고 있었다. “밥 먹자.” 하얀 눈보다 먹는 것이 더 좋은 우리 강아지. \ 2012. 1. 4.
강아지를 보며 개 같은’ 이란 말은 이젠 가려 써야 할 세상이다. 이 시대에 개로 산다는 것은 의식주는 물론이고 보장된 노후에 개처럼 살자고 작정한 인간까지 소유하고 있음을 말한다. 고로 ‘개 같이’ 라는 말은 늘 좋은 일에만 써야 옳다. 2011. 12. 18.
강아지의 하루 강아지를 들인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가까워온다. 작은 종임에도 불구하고 체격이 배나 불었다. 이놈이 하는 일이란 것이 종일 자고 노는 거다. 늘어지게 자고 어슬렁거리다 밥 먹고 그리고 제 장난감 갖고 종일 뒹군다. 쥐 인형 한 마리와 황소 한 마리가 뿌꾸의 장난감이다. 매일 물고 빠는 바람에 세탁한 것처럼 늘 깨끗하다. 황소를 갖고 놀다가 싫증나면 쥐를 잡아 물어뜯는다. 힘들면 아무데서나 자고 때 되면 밥 먹고 또 물고 흔들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바람을 쐰다. 그래서 이놈이 알아듣는 말은 딱 두 문구다. '밥 먹자. 나가자'. 2011.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