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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그리스, 크레타 섬

by 조인스 자전거 2011. 10. 29.

이른 아침 도착한 크레타에서 제일 큰 항구 '이라클리오' 컨테이너 부두.

몇 개 안 되는 컨테이너가 쓸쓸한 텅 빈 부두에서 어려운 그리스 경제를 확인시켜 준다.

 

 

 

 

원래 크루즈 크레타 관광에는 그 유명한 '미코노스' 궁전 답사가 있었는데

노조 파업으로 취소되어 우리끼리 '이라클리오' 시내를 둘러 보기로 했다.

부둣가에 공휴일이라 그런지 거리가 참 한산하다.

 

 

 

 

'크레타' 섬은 유럽에서 제일 오랜 문명인 '미노아' 문명의 중심지로

기원전 69년에 로마에 정복당한 적이 있다.

이후 세월이 흘러 1204년 '베네치아' 인들이 섬을 차지하여 400여년을 지배한다.

시내에 남아 있는 오랜 건물이나 성벽들은 당시 '베네치아'인들이 세운 것들이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이라클리오 올드 포트'에 접근할 무렵

갑자기 하늘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여행 중 비를 만나는 것처럼 처량한 것은 없다.

설렘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보이는 것마다 구질구질하다.

 

 

 

 

많이 오는 비는 아니었지만 기분 참 꿀꿀했다.

마침 그리스 정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어 들어가 잠시 하나님을 뵙고 나왔다.

교회 안의 따뜻한 기운을 받아서인지 기분이 좀 나아졌다.

 

 

 

 

가게 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앞쪽에 한 폭의 중세 그림이 한 폭 보인다.

비오는 날 예배 끝난 교회 앞 구걸하는 여인.

기가 막힌 시간과 장소가 아닌가.

 

 

 

 

우리들의 목적지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작가 '카잔차키스'의 묘다.

묘를 향해 시내를 가로질러 가는데 진열된 쇼윈도 빨간 비앙키가 반갑다.

자전거만 보면 다 타보고 싶다.

 

 

 

 

새로 지은 집이라는데 발코니 난간에 파란 비닐봉지를 잔뜩 매달았다.

토속 신앙의 한가지인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비둘기 쫓는 비닐봉지란다.

헉.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파업을 독려하는 것이 틀림없는 포스터가 거리에서 비를 맞고 있다.

자신들이 밧다리후리기로 쓰러뜨린 경제를 이젠 목조르기 하자고 덤비는 꼴.

입만 갖고 해보자는 논술가의 후예답다.

 

 

 

 

베네치아 성곽 위에서 바라본 '이라클리온' 구시가지 풍경.

앞쪽에 보이는 '에게' 해에 비가 내린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는 성곽 위 잔디밭 중앙에 아주 낮게 자리 잡았다.

작대기 두 개로 만든 삐뚜름한 십자가 아래 아이보리 색 대리석 묘비.

그곳에는 '엘리니카' 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Δεν ελπίζω τίποτα. Δε φοβάμαι τίποτα. Είμαι λεύτερος.'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크레타' 섬은 신 중의 신 '제우스'의 고향이다.

'카잔차키스'의 무덤에서 바라본 '제우스'의 누워있는 얼굴이다.

'제우스'는 그를 제일 사랑한 '카잔차키스'와 이곳 '크레타섬'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제우스'와 '카잔차키스'의 사이에는 '카잔차키스'의 아내 '갈라테아'의 무덤도 있다.

늘 자유로웠던 남편을 간섭하지 않으려는 듯 외진 곳에 얌전히 있다.

'부겐베리아' 꽃에 덮인 하얀 무덤이었다.

 

 

 

 

돌아오는 길 가로로 지나간 '이라클리온' 시의 '베니제루 광장' .

비가 와서 아름다운 대리석이 깔린 광장이다.

 

 

 

 

'크레타' 비와 함께한 시내 관광은 오전에 끝났다. 세 시간 후면 '산토리니' 관광이 시작된다.

우리만 오기를 기다리는 배가 심심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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