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블록으로 그냥 그렇게 만든 것 같은 왕궁 입구.
하지만 이곳은 18세기 ‘마두라이’ 지역을 지배했던 ‘나야크’(Nayak) 왕조의 궁궐이다.
그러나 지금의 궁은 원래 모습의 1/4쯤에 해당되는 일부분이란다.
이곳은 왕궁의 안뜰에 해당되는 곳으로 지금도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접이식 의자처럼 보이지만 붙박이 철제의자로 어디 놀이동산 공연장 같은 분위기다.
홀을 둘러싼 회랑은 벽돌을 쌓아 회칠을 한 굵고 높은 기둥들이 늘어섰다.
별 특이한 건축양식이 다 있구나했는데 알고 보니 이태리 건축가가 설계 시공을 했단다.
그런데 이 양반이 코스모폴리턴 이었던지 기둥은 이탈리아,
아치는 이슬람, 기둥장식은 중국, 그리고 꼭대기는 힌두 신으로 마감을 하는 바람에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한한 건물이 되었다.
건물은 동서로 긴 장방형 구조에 커다란 돔을 서쪽 끝에
그리고 여섯 개의 작은 돔을 세 개씩 동서로 배치했다.
아무튼 전체 골격만 봐서는 화려하기 이를 데 없지만
기둥이나 벽을 몽땅 같은 색깔로 도배하듯 칠 해 그런지
휑한 것이 어디 영화세트장 같은 느낌이 든다.
4백 년 전에 지은 건물이지만 건물의 대부분을 식민지 시절(1866년)에 다시 보수했단다.
아마도 그때 그랬는지 장식의 대부분이 중국제를 갖다 붙인 것처럼 어설프다.
관리도 엉망인데 커다란 말벌집이 입구 천장에 떡하니 자리 잡았다.
얼마나 큰지 꿀 따면 한 양동이는 나오겠다.
궁 안에서 유일하게 번쩍이는 물건 딱 하나, 옥좌.
서기 1636년 무렵 ‘티루말라이 나야크 왕’(thirumalainaicker)이 앉았던 의자다.
이곳 궁의 이름도 그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중앙 홀 옆방은 지금 박물관으로 사용한다.
초등학교에서 견학을 왔는지 아이들이 회랑에서 자유로운데 그것이 더 볼만하다.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은 “천국의 정자”라는 뜻을 지닌
“스와르가빌라사(Swargavilasa) 중 공연장의 정면 홀이다.
그러니 천국의 아이들이 바로 이 아이들이 되겠다.
인도에서는 아이이건 어른이건 사진 찍히는 것을 참 좋아한다.
다음 인도여행 땐 필히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지참하리라.
원래 왕궁은 크게 두 공간으로 되어 있었단다.
지금 남아있는 부분은 왕과 가족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내부는 박물관으로 외부는 공연장으로 사용한다.
왕궁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공간으로 높이가 20m가 넘는다.
인도 사라센 풍의 건축양식이라고 하던데
저 수많은 장식들은 도대체 뭐가 뭔지 아무리 꿰어 맞추려 해도 모르겠다.
공연장 앞에서 바라본 객석. 정면이 왕궁 출입구다.
천 평이 좀 넘는 이 공간은 본래 왕이 향연을 즐기던 곳으로,
지금도 저녁이 되면 이곳에선 향연대신 각종 공연이 열린단다.
우리도 한 번 즉석 공연을 해 봤다.
인도에서 좀 지냈다고 벌써 ‘나타라자사나’ 자세가 딱 나온다.
왕궁 앞에 자리한 검은색의 석상 하나.
이 왕궁의 주인 ‘Thirumalai Nayak’ (1623-1659)이다.
칼집에서 반쯤 나온 ‘칸자르’가 손에 들렸는데 칼을 꺼내는 건지 집어넣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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