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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437

아라뱃길 왜가리 아라뱃길에서 요즘 왜가리를 심심치 않게 본다.누구는 한반도 온난화 현상 중 하나라고 하는데아무래도 제 몸만큼이나 큰 물길이 새로 생긴 것이 원인인 듯싶다.   이놈은 생긴 것은 물론이고 비행하는 모습이 멋스러운데날갯짓을 천천히 해서 새 사진 모델로 최고다.카메라를 자동모드로 해 놓고 손으로 찍었는데도 이정도다.   우리 토종 새 이름 뒤에 ‘~가리나 ~구리’가 붙은 놈들이 꽤 많다.왜가리, 직박구리, 딱따구리, 말똥가리, 삐가리 ...여기서 ‘~가리나 ~구리’는 ‘∼거리다’의 변형된 명사형이다.그러니 왜가리는 ‘왝왝’ 거리다 왜가리가 된 거다.   토종하면 작은 것만 떠오르는 우리네 산과 들에커다란 새가 훨훨 날라 다닌다는 것이 새삼 신기한 오늘이다. 2012. 5. 17.
뿌꾸 나들이 뿌꾸가 더워하는 것 같아 털을 싹 깎았더니 이젠 또 추워하는 것 같아 옷을 입혔더니 오늘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장난감 갖고 노는 것도 별로 흥이 없어 보인다. 마침 우리도 심심하고 해서 좀 멀리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뿌꾸는 얼마나 좋은지 폴짝폴짝 토끼처럼 뛰어다닌다. 풀밭에서 놀다가 급기야 개울 물속으로도 들어갔다. 풀밭에서 정신없이 뛰고 뒹구는 놈을 보고 있자니 측은한 맘이 든다. 개가 사람하고 같이 지내느라 고생이 많다. 2012. 5. 13.
뽀루수 나무 꽃 오랜만에 강화 삼산면 공개수로에 낚시를 하러 갔지만한 마리도 못 잡고 말았다.   대신 예쁜 보리수나무 꽃을 사진에 담아왔다.고추 꽃처럼 생긴 작고 앙증맞은 꽃이다.   보리수 꽃은 생기기도 예쁜데다 향기까지 진하다.다른 꽃나무와 다르게 벌 나비들이 유난히 많이 모여든다.   이제 이 꽃이 떨어지고 더운 여름이 오면빨갛고 버찌보다 더 맛있는 뽀루수 열매가 열릴 것이다.   보리수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잘 못 알고 있는 나무가 두 종류 있다.불교에서 말하는 보리수와 슈베르트의 가곡에 나오는 보리수다.   그러나 둘 다 진정한 보리수나무가 아니란다.부처님의 머리 위 그 보리수는 보리자나무 즉인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반얀나무(榕樹) Banyan Tree다.   뿌리가 약한 대신 줄기를 땅에 내려 결국에는 숲처.. 2012. 5. 2.
봄은 뿌꾸로소이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뿌꾸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스르르 감긴 뿌꾸의 눈가에 따스한 봄볕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뿌꾸의 입술에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도톰하게 자란 뿌꾸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이장희 시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중에.. 2012. 4. 8.
베란다, 선인장 꽃 아침에 베란다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생각지도 않았던 선인장이 빨갛고 커다란 꽃을 피워서다.    언젠가 대목에서 떨어진 콩 알만 한 놈 몇 개를 빈 화분에 올려놓았더니 아 글쎄 이 쬐끄만 놈이 큰 것들도 하지 못 한 꽃을 피운 것이다.   더구나 꽃은 얼마나 큰지 제 몸 보다도 크다.   겨울 내내 혼자 힘썼을 생각을 하니 고놈이 애처롭다가위대해 보였다. 2012. 3. 30.
광양, 홍쌍리 매화마을 지금쯤은 활짝 만개했을 매실 밭 풍경. 며칠 전 매화마을 입구에서 바라 봤던 팔각정이다.매화나무 많은 동네의 여유인지 색 칠하지 않은 정자가 유별나다.   입구에서 쉬엄쉬엄 십여 분 걸어 오른 팔각정 내부.꽃이 만개하면 꽃보다 구경꾼이 더 많다고 하는데 비 오는 오늘만큼은 정말 널럴하다.   매화마을 앞으로는 섬진강이 흐르는데 강 건너 오른쪽이 화개장터.그리고 멀리 왼쪽으로 소설 ‘토지’의 고향인 평사리다.두 곳 다 남도 구경판에서 이름난 마을이다.   팔각정 뒤편으로도 마을이 자리 잡았는데이곳에서는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고 있단다.   매화마을의 역사는 고 김오천 옹이 백여 년 전 이곳에 매화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되는데    근래에 며느리인 홍쌍리 여사가 시아버지의 유업을 이어받아청매실 농원을 만들.. 2012. 3. 27.
구례, 산수유 마을 산수유마을 돌담길. 백 여 년이 넘었다는 이끼 낀 돌담위로 봄비가 내린다.길은 조금가다 끊기지만 깊은 돌담의 정취는 끝없이 이어진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탓에 산수유 개화가 예년보다 다소 늦었단다.   하지만 활짝 핀 꽃과는 또 다르게 꽃망울 산수유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좋다.   이곳 산수유나무는 한때 ‘대학나무’라 불렸단다. 지금은 대학 다니던 아이들이 커서 영영 이곳을 떠났지만흘러간 유행가처럼 노인들은 추억을 흥얼거린다.   당시, 나무는 열심히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고부모는 열심히 나무껍질과 가지와 열매를 내다 팔았고아이들은 대처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상위마을' 주변에는 백 살이 넘는 산수유만도 이만여 그루나 있단다.   산수유 나무는 마을어귀 밭은 물론 돌담 가, 산비탈, 장독대 .. 2012. 3. 25.
섬진강변 매화 한참 전에 예약했던 당일치기 남도 꽃구경을 다녀왔다.   오전에 지리산 둘레길을 걷고 오후에는 광양 매화꽃, 산동마을 산수유까지 보고오는 그야말로 빡센 일정을 겪고 나니 몸이 파김치가 되었다.  집 앞에서 편히 타고 내리고 하는 것에 감사해 참가했지만 정말 된 일정이다.그러나 빗속에서 찍어온 사진을 하나 둘 보다 보니 하루의 고생이 즐거움이 된다.   비 맞는 강변 강물 그리고 매화.   빗방울 흠뻑 먹은 매화꽃 이파리.   매화는 동양의 고전이다.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날리는 節槪.    고목 등걸에서도 꽃을 피우는 氣稟.   그리고 오만 원 권에 당당히 인쇄된 富貴까지   섬진강 변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꽃 중에서 찾아낸 매화 한 송이.매화 꽃은 딱 하나 펴야 매화답다. 2012. 3. 23.
고대도 승호가 뜬금없이 한국의 맛을 맛보자고 해서 태안반도 남쪽의 고대도 아구탕을 향해 셋이 출발했다.천수만 철새도래지를 지나 안면도를 통과해 계속 내려갔다.    부천서 두어 시간 걸려 도착한 안면도 남쪽 끝 영목항 터미널. 삼월 부두는 한산했다.   그러나 이런 우연도 다 있는지 정확히 오늘까지 이곳 여객선은 운행 중지란다.아마도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하는 하늘의 뜻이다. 할 수 없이 부두에 서서 멀리 고대도 쪽을 향해입 큰 아귀를 그려만 봤다.   그러나 못 간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닐도 아니고 근처 적당한 횟집으로 들어갔다.손님은 오직 우리뿐이니 주인은 반색을 한다.   대한민국 횟집은 어디서든 메뉴가 비슷하다.안면도 영목항에서 광어회 일 킬로를 시켜도 같은 것들이 조르르 따라 나온다.   다 비슷한 고추.. 2012. 3. 17.
강화, 마니산 날씨가 하도 좋아 봄이 어디쯤 왔나 알아보려고 마니산을 찾았다.마니산 나들목에서 바라본 민족의 명산 마니산.     마니산은 다른 산과 달리 계단이 많다.계단 오르기 한다 생각하고 한걸음씩 내딛다 보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느릿한 걸음으로 한 시간 반 쯤 오르자 나타난 산 정상.출입금지로 묶였다 작년에 개방했다고 하는 참성단이다.언제나 이곳에 오르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물론이고내 개인의 역사도 하나 둘 새록새록 떠오른다.    바람 한 점 없는 따뜻한 이월 말일, 산 정상에 선 사람들은 마냥 즐겁다.참성단 맞은편 헬기장에서 반가운 사람들이 손짓 발짓으로 환호한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마니산이라는 나무말뚝을 가운데 세우고  증명사진도 하나 찍었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라 하는.. 2012. 3. 1.
뿌꾸가 하는 말 난 사람이 좋다. 생각해 보면 돌도끼 휘두르며 벌판을 뛰어다닐 때 벌거벗은 인간들은 정말 용감했다. 난 주인 뒤꽁무니만 열나게 쫓았고 결국 난 개가 되었다. 이 시대 돈에 환장한 사람들은 아예 인간성을 벗어 던졌다. 불안 고독 상실의 시대라고 읊어대며 급기야 자멸하고 있다. 이제 .. 2012. 2. 18.
정동진 선크루즈 호텔구경 강릉으로 향하다 들른 정동진 바닷가. 남쪽 산 위로 커다란 크루즈 배 한 척이 보인다.궁금증이 생겨 찾아 올라갔다.   산 위에 배 모양도 이상하더니 구경하려면 돈을 내란다. 아니 호텔이라면서 뭘 입장료까지 받을까더 궁금해져서 잠시 들어가 돌아봤다.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얼마 안 가 나타난 전망대다. 겨울이지만 뜻밖에 깨끗하고 아늑하기까지 하다.경치 좋고 시설도 좋은데 이상할 정도로 사람은 없다.   산책로는 이어져 앞에 보이는 배로 향한다. 저 거대한 배를 차로 싣고 온 것은 아니겠고조립을 했는지 아니면 배 모양으로 세운 건물인지 가까이 갈수록 정말 장관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구 층에 있는 전망대로 올랐다.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일직선으로 뻗은 백사장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감히 동해안 최고.. 2012. 2. 15.
뿌꾸 미용 뿌꾸가 털을 깎았다. 많이 자랐다고 생각했었는데 웬걸 덩치가 반으로 줄었다. 털이 다 사라져 그런지 하품만하고 따뜻한 곳만 찾는다. 그래서 옷을 입혔다. 개가 종일 옷을 입고 지낸다. 자꾸 보니 사람처럼 보인다. 저러다 진짜 사람이 될까봐 무섭다. 으엉. 2012. 2. 12.
겨울 망상해수욕장 예상했던 대로 해수욕장은 텅 비었다.주차장은 물론   해변과 닿은 도로도,쉴 새 없이 불어오는 센 바람과 살을 에는 강추위만 있을 뿐.   쓸데없는 것들은 바람에 날라 가고 있을 것만 남았다.    한없는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순간의 황홀을 즐겼다.그리고 잠시나마 사라진 것들을 그리워했다.    한참동안 속절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보고 있으려니 어째 별 망상이 떠오르기 시작한다.망상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던 거다.    한겨울, 대한민국 어디서든 동쪽을 향해 달리면 그 끝에서 겨울의 참맛을 맛볼 수 있다.뭍과 물이 만나 서로 부둥켜안고 반가움에 비벼대는 곳. 2012. 2. 9.
겨울 여행 맛집 태백시 한정식 식당 너와집 입구. 화전민이 살던 집을 그대로 시내에 옮겨다 식당으로 꾸민 곳이다. 이름 난 식당이 대개 그렇듯 이곳도 대로에서 비켜난 골목 어귀에 있다. 건물 주변은 어수선한데 너와집 홀로 단정하다. 너와정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둘러봤다. 마루부터 부엌 정주간 등이 모두 손님을 받는 사랑방이 되었다. 크지는 않지만 옛 너와집을 알뜰하게 활용했다. 이곳은 외양간인데 소 대신 박물관이 들어앉았다. 쇠죽 가마가 걸린 부뚜막과 외양간의 옆모습. 김 펄펄 나는 쇠죽과 커다란 눈 멀뚱거리며 기다리는 누렁이가 보이는 것 같은데 어디선가 가축과 한집에서 지낸 주인의 체취가 나는 듯하다. 맞은편 부엌. 부엌은 집과 식구를 움직이게 하는 심장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곤.. 2012.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