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437 가을 꽃 가을에 피는 꽃들은 맑다 못해 투명하다. 여름 내내 참나물 해먹이고 꽃까지 피운 ‘참취’꽃. 시커멓게 오염된 굴포천 둑에 핀 ‘돌동부’. 그 시궁창 냄새 맡으며 어쩌면 요리도 예쁜 꽃을 피우는지 콩 이름이 이상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데 꼬투리는 더 이상한 꽃. ‘범부채’ 작고 앙증맞은 얼룩빼기 꽃을 떨궈 놓고는 새까만 열매 세 개 남겼다. ‘맨드라미’ 계관화라고 자꾸 주장하지만 언제나 봐도 소뼈다구를 닮았다. 참으로 붉디붉은 꽃. 굴포천 둑에 핀 ‘흰 나팔꽃’. 흰 나팔꽃은 생전 처음 본다. 흰 나팔 꽃씨는 황백색이라고 한다. ‘사데풀’꽃 봄이 오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민들레처럼 생긴 꽃. 그러나 민들레와 많이 다르다. 꽃만 빼고 다 지저분하다. ‘미국 쑥부쟁이’ 짙은 색깔이나 탄탄한 줄기가 개망초와 다르.. 2012. 9. 28. 지리산 천왕봉’오르기 3/3 더 오를 곳이 없으니 이제 산을 내려가야 한다. 점심을 먹어야했지만 어쩐 일인지 배가 고프지 않다.오르며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해서인지 아니면 산에 오른 성취감 때문인지아무튼 뿌듯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상에서 만났던 홍콩에서 왔다는 관광객들.한국인도 처음 오른 ‘천왕봉’을 비행기 타고 와서 오른 사람들이다.우리만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중국인들도 만만치 않다. 잠시 내려오다 전망 좋은 바위 위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풍경과 같이 먹으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는데 우리가 내려온 길이 위로 보인다.맘은 다시 올라가 보고 싶은데 몸이 참으시라고 권하네 그려. ‘천왕봉’에 오르며 여태껏 못 봤던 야생화를 많이도 봤다.지리산 가을꽃을 한 번에 다 본 느낌.. 2012. 9. 25. 지리산 천왕봉’오르기 2/3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쯤 걸린다.길은 넓은데다 사방이 트여있어 힘든 줄을 모르겠다. 길가에는 고사목 사이 하얀 구절초가 예쁘게 피었는데 아래와는 다르게 완연한 가을 풍경이다.하늘 아래 지리산 능선을 넓고 편평한 보도블록 같은 돌길을 걷자니이곳이 산꼭대기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걷다 말고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어디 딴 세상 같던 반야봉과 노고단이 저 아래로 보인다.흡족한 마음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지친 몸에 힘을 불어 넣는다. 하늘은 파랗고 길은 계속 위로 향했다. 사실 이곳은 '제석봉'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천왕봉' 때문에 봉우리 느낌이 안 든다. 제석봉을 넘자 드디어 천왕봉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설렘과 뿌듯함이 교차하면서 치기가 발동한다.승호에게 카메라를.. 2012. 9. 23. 지리산 천왕봉’오르기 1/3 저녁 느지막이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대하리에서 바라본 천왕봉. 구름에 가린 정상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에서 이 나이 먹도록지리산 천왕봉에도 못 올라간 것이 과연 말이 되는가를 갖고 떠들다가결국 지리산을 다녀왔다. 산골의 저녁 식사는 난데없는 해물탕으로 했다.지나는 사람 보기 힘든 지리산 으쓱한 시골동네 식당에손님이 꽤 있다. 적어도 오늘날 대한민국에 더는 오지가 없는 거다.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경. 천왕봉에 오르는 최단코스인 중산리 지리산 들머리.태풍 때문에 입산금지가 내렸던 터라 등산객이 별로 없다.개시하는 기분으로 태풍에 씻긴 깨끗한 산길로 들어섰다. 어제 내린 비로 등산로 바위계단으로 물이 흘러내린다.폭포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중산리 들머리에서 칼바위까지 삼십여 분.. 2012. 9. 21. 태풍 볼라벤 흔적 순간 최대 풍속 50m짜리와 맞장 뜬 바람자루. 처절한 몸부림의 흔적을 고스란히 매달고 너풀거린다. 그래,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다. 남는 놈이 강하다. 삶은 적응이다. 2012. 8. 31. 관악산 등반 날씨는 흐렸지만 시야가 좋은 지난 금요일. 관악산 등반을 한다고 친구들과 기세 좋게 나섰다가 겨우 초입에서 멈췄다. 늦은 군선이를 기다리다 그만 옆길로 샌 까닭이다. 차는 주유를 하면 멀리 가는데 사람은 영 아니다. 퍼진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가다 결국 멈췄다. 관악산 계곡의 멈춘 돌들을 누군가가 세우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세상은 돌도 일어나는 기운인데 우리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관악산 약수를 먹으면 힘이 좀 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오솔길 옆 바위에 앉아 정상인척 했다. 하루걸러 물청소한 서울 시내가 목욕 끝낸 색시 같다. 말쑥하다. 특히 서울의 랜드마크 ‘63 빌딩’의 미모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저 ‘63’ 이라는 이름은 갑오를 의식해서가 틀림없다. 끗발이 여전히 좋.. 2012. 8. 28. 성묘 어머니 기일을 맞아 성묘를 다녀왔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 들과 산은 초록빛 일색이다. 잘 다듬은 봉분마다 오뉴월 햇살이 눈부시다. 공원에서 산소를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 후손들은 면목이 없다. 부모님 산소 곁에 앉아 앞을 내다보노라니 강 건너 북녘 땅이 코앞이다. 오늘은 소나기.. 2012. 8. 20. 농막의 여름 승호가 강화도에 있는 농막 풀을 베러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김포 48번 국도를 지나는데 늘 다니던 길이 어딘가 낯설다. 최근 완공된 김포 장기 지하차도란다. 하여튼 김포는 난개발의 상징이다. 외포리에 들어서자 해가 벌써 진다. 만조 시각인지 강화해협에 물이 가득하다. 밀물이든.. 2012. 8. 17. 뿌꾸의 여름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절기, 대서. 나름대로 각종 시원한 품세를 개발하던 뿌꾸. 급기야 오늘은 벽에 네다리를 붙이고 주무신다. 오, 이 괴상한 자세. 하도 궁금해 잠을 깨웠더니 뿌루퉁해서 꼬나본다. “거, 왜 건딜구 그래. 더워 죽겠구먼.“ 고놈, 하는 짓이 뭘 해도 예쁘다. 2012. 7. 22. 호박부침개 비오는 날에는 부침개가 최고라며 마누라가 내온 야들야들하고 따끈한 호박부침개. 달콤 살콤한 그 맛이 일품이다. 애호박 하나가 전부인 얇은 부침개. 호화찬란한 두꺼운 해물파전보다 더 맛나다. 그래, 많이 가졌다고 좋은 게 아닌 거다. 없어도 궁합이 맞으면 맛있다. 호박 부침개 한 .. 2012. 7. 16. 먼 곳에서 온 댓글 블로그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지난 5월 9일 포스팅 했던 ‘레바논 동명부대’라는 제목의 글에 두 달이 지난 오늘 댓글이 하나 달렸다. 레바논 여행 도중 버스에서 촬영한 동명부대원이 쓴 글이었다. 반가운 것은 순간이고 세상 참 좁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이어 인터넷 공간의 .. 2012. 6. 29. 부천 백만송이 장미공원 '백만송이장미공원'부천 도당동 공장 밀집지역 야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녹지가 열악한 부천 도심 환경에 청량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장미가 꽤 폈겠다는 생각에 산책 겸 찾았더니 이게 웬걸,사월초파일 휴일 인파가 넘실거리는 장미원에는 장미가 이미 피고또 피어나 아예 뭉개지고 있었다. 꽃 중에 꽃 장미.이 장미란 놈은 한 송이면 요염하고 뭉텅이로 모아 놓으면 황홀하다. 더구나 이곳에는 자그마치 백만 송이 장미가 폈는데그 엄청난 꽃송이와 별별 생김새까지 보노라면 잠시 정신이 나갈 정도다. 한 꽃밭에서 같이 먹고 자란 노란 장미.어찌된 일인지 똑같은 놈은 하나도 없다.이제 막 피어나는 수줍은 봉오리도 있고 만개하여 활짝 웃는 씩씩한 놈이 있는가하면벌써 지는 꽃잎을 떨어뜨리는 쓸쓸한 놈도 있다... 2012. 5. 28. 순대국밥 언젠가 한 번 맛있게 먹은 순댓국밥이 생각나황금연휴로 밀리는 찻길을 모른 체하고 은자네와 같이 만수동까지 갔다. 순댓국은 고기 냄새만 안 나면 무조건 맛있는데거기에 국물까지 맑고 깨끗하면 금상첨화이고 새우젓마저 깔끔하면그것은 예술이다. 아담하고 깨끗한 가게와 친절하고 상냥한 종업원그리고 입 안에서 팍 터져 안기는 보드랍고 맛있는 순대.만수동 순대는 색깔까지 아름답다. 오늘은 한 끼로 하루를 보냈다. 2012. 5. 26. 강화 삼산도 농막에서 승호가 밤낚시를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더니 고구마도 심어보자며 고구마 순을 천 개나 사는 거다. 고구마 순 열나게 심고 시원한 수박을 먹었다. 땀 흘리고 먹는 수박은 꿀맛이다. 오후 한 시부터 둘이서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순을 심고 물을 주었더니 다섯 시가 지났다. 농막 앞마당 붓꽃이 저무는 햇살에 반짝이는데 벌 한 마리 사진 속에 멈췄다. 해질녘 숲속은 살아있는 것들로 버석거린다. 사진기를 꺼내 들고 여기저기 렌즈를 겨눴다. 머리 위 참나무에서 사슴풍뎅이 한 쌍 짝짓기 하고 데크 난간에 말벌 한 마리 묵상중이다. 공개 수로에 나가 낚싯대를 두 대 걸쳐 놓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사 대금은 일꾼 장부에 올려놓았다. 늘 그랬지만 밤낚시 실적은 오늘도 허탕이다. 황소개구리의 엄청난 울음소리에 질.. 2012. 5. 24. 뿌꾸 일기 오늘 놀러 나갔다가 완전 스타일 구겼다. 갑자기 어디서 산만한 놈이 나타나 쫓아오는데 와우, 난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어디 가서 꽁무니 빼는 스타일은 아닌데 오늘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다. 결국 도망가다가 찌그러졌다. 2012. 5. 19.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