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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지리산 천왕봉’오르기 1/3

by 조인스 자전거 2012. 9. 21.

저녁 느지막이 경상남도 산청군 삼장면 대하리에서 바라본 천왕봉. 

구름에 가린 정상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에서 이 나이 먹도록

지리산 천왕봉에도 못 올라간 것이 과연 말이 되는가를 갖고 떠들다가

결국 지리산을 다녀왔다.

 

 

 

산골의 저녁 식사는 난데없는 해물탕으로 했다.

지나는 사람 보기 힘든 지리산 으쓱한 시골동네 식당에

손님이 꽤 있다. 적어도 오늘날 대한민국에 더는 오지가 없는 거다.

 

 

 

다음 날 아침 여덟 시 경. 천왕봉에 오르는 최단코스인 중산리 지리산 들머리.

태풍 때문에 입산금지가 내렸던 터라 등산객이 별로 없다.

개시하는 기분으로 태풍에 씻긴 깨끗한 산길로 들어섰다.

 

 

 

어제 내린 비로 등산로 바위계단으로 물이 흘러내린다.

폭포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중산리 들머리에서 칼바위까지 삼십여 분만에 올랐다.

알맞은 기온에 깨끗한 공기 때문인지 힘든 줄을 모르겠다.

등산 왕초보들의 기세가 등등해 보인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정말 훌륭했다.

오르락내리락하는 잘 다듬어진 등산로는 계속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장터목까지 오르는 동안 만난 사람이라고는 우리를 추월한 젊은이 한 명뿐이다.

 

 

정말 한가하고 편안하고 깨끗하고 즐거운 등산길이었다.

두어 시간 정도 숲길만 오르다 만난 돌 많은 너덜지대.

수십 만 아니 수백만 개의 돌이 계곡 전체를 덮었다.

장관이었다.



 

지리산에서 처음 만난 폭포, '유암폭포'.

직각으로 깎인 직사각형의 바위 위에서 물이 쏟아진다.

사람이 만든 것 같은 자연폭포다.

 

 

폭포 아래서 옆에서 위에서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제대로 모습이 안 나온다.

할 수 없이 폭포를 배경으로 두고 고들빼기 꽃에 촛점을 맞춰 찍었다.

꽃사진 고수들이 찍은 아름다운 배경이 늘 궁금했는데
오늘 그중 하나를 지리에서 깨우쳤다.

 

 

 

숲길에서 벗어나자 해가 비치고 가을 야생화들이 길가에 보이기 시작한다. 

투구 모양을 닮아 이름을 얻은 투구꽃

 

 

 

올가을에는 태풍이 유난히 많더니 지리산에도 피해가 있다.

잘 자란 나무들이 넘어진 모습이 가끔 보였다. 

쓰러진 가문비나무.

 

 

 

장터목에 가까워지자 등산로 경사가 급해진다.

산동네 오르는 길처럼 생긴 아담하고 포근한 계단 길.

 

 

 

바람이 잦아들고 남향의 따스한 온기가 계단에서 올라온다.

날아가던 나비가 돌에 내려앉는다. 지나는 등산객이 머리 위를 넘어가는데

저 혼자 까닥까닥 날개만 움직인다.

 

 

 

연보라 산 쑥부쟁이도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지나는 등산객을 바라본다. 

더없는 평화가 깃든 산꼭대기 등산로였다.

 

 

 

어느 순간 고개를 들었는데 집이 보인다.

세 시간 넘어 처음 보는 사람이 만든 집이다.

문득 낯선 기분이 지나가고 잠시 후 반가운 마음이 밀려왔다.

 

 

 

드디어 장터목에 올라섰다.
이곳은 우리가 올라온 방향인 산청군 시천면 사람들과

맞은편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을 한 장소라 하여 이름을 얻은 곳이다. 

지금은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이 하룻밤 묵고 가는 큰 산장이 자리해

옛날의 기능을 되살리고 있었다.

 

 

 

네 시간 전 출발했던 중산리 들머리를 편안하게 내려다 봤다.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 따라 참 멀리도 걸어 올라왔다.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 보고 있으려니

우리 삶의 끝에서 보는 풍경은 어떨지가 궁금한데
산에 오른 효과가 약간 나타나기 시작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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