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꾸32 장마 중에 긴 장마 중 잠깐 갠 수요일 어머니 아버지 산소에 성묘를 다녀왔다. 같이 간 뿌꾸가 주변을 토끼처럼 뛰어다니다 쉬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어제 일 같은데 어머니 돌아 가신지가 어느덧 20년이 되었다.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 세월이련만 풍경은 여일하다. 2020. 8. 14. 비 갠 다음날 비 온 다음날의 상쾌함을 맛보려고 인천대공원을 찾았다.말은 갑갑해하는 뿌꾸에게 바람 좀 쏘여 주자였지만 막상 나서보니 역시나 우리가 더 좋다. 대공원에 들어섰더니 기대하지 않았던 볼거리도 있었다. 5월의 장미가 아직 한창인데 어제 빗물을 얼마나 들이켰는지 꽃 색깔이 형광색이다. 그 위 하늘은 또 얼마나 푸른지 나도 모르게 허공을 향해서 셔터를 눌렀다. 철컥 하늘만 그렇게 멋있는 게 아니다. 길가 나무 아래에도 진풍경이 있었으니가지치기를 끝낸 소나무가 멋진 그림을 그린다. 정오의 해가 나무 바로 위에서 내려 쪼인다. 그런 놀이를 하며 뿌꾸를 앞세우고 대공원 호수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예전에 못 봤던 꽃양귀비와 수레국화들이 오월 햇살에 부서진다. 오랜만에 온 몸으로 느낀 비 갠 다음날.. 2019. 5. 28. 뿌꾸와 놀기 '뿌꾸'는 앞은 물론이고 뒷모습도 예쁘다. 두툼한 꼬리와 앙증맞은 발바닥은 귀여움의 결정체다. 현관 바로 앞에서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오가는 사람을 개 무시하는 '뿌꾸'. 복중 더운 날씨 때문인가 하다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난 어디 뭐하나 켕기는 곳이 없소 라는 것도 같다. 2018. 7. 22. 뿌꾸 나 가끔 모습을 바꾸어 개로 살았으면 한다, 개는 온화하고 자제심이 있다. 나는 가끔 오랫동안 개를 바라본다. 개는 땀 흘려 일하거나 신세타령 하는 일이 없고, 개는 밤에 잠 못 이룬 채 죄를 뉘우치며 괴로워하는 일도 없으며 개는 종교적인 토론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스럽다거나 소유욕 때문에 추한 모습을 보이는 일도 없으며 다른 놈에게, 또는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조상들에게 무릎을 꿇지도 않는다. 불행하다거나 이 세상에서 잘난 체하지도 않는다. - 휘트먼의 시 ‘짐승’에서 짐승을 개로 바꿈. 2018. 7. 14. 잠자는 뿌꾸 뿌꾸는 절대로 자기 집에 불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늘 자신을 집에다 맞춰 산다. 2018. 7. 9. 인천수목원의 4월 어제 날씨는 짐작하건데 올 들어 제일 공기가 깨끗한 날이었다. 마누라에다 뿌꾸까지 대동하고 인천대공원을 찾았다. 인천수목원에는 지금 ‘히어리’가 만개했다. 수목원 화단에는 아직 이른지 별다른 꽃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가장 크게 자란 ‘대극’이 꽃처럼 노란 순을 내밀며 반긴다. 약초이지만 생김새가 단정하여 관상용으로도 좋다. 풀떼기들은 잠잠하지만 나무들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화려한 봄꽃나무가 눈에 띈다. ‘복숭아꽃’ 자지러지는 ‘앵두꽃’ 솜 뭉텅이 같은 ‘목련꽃’ 노래하는 ‘직박구리’를 겨냥했는데 목련가지 때문에 빗나갔다. 샤론의 꽃 ‘수선화’ 향기가 죽이는 ‘길마가지 나무’ ‘산 조팝나무’ 새순. 앙증맞은 이파리들이 꽃에 버금간다. ‘참빗살나무’ 지난해 열매가 아직 매달렸지만 새순과 어찌 저리도 잘 .. 2018. 4. 5. 뿌꾸의 망중한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목욕을 드디어 끝낸 뿌꾸.얼마나 좋은지 장난감 물고 이리저리 뛰어 다니다 자기 집 앞에 섰다. 의기양양한 자세가 세상을 모두 차지한 모습이다. 추위가 물러간 베란다에서 들어오는 햇볕이 보기에도 따뜻하다.늦겨울 따뜻한 풍경이란 바로 이런 것일 터 이제 뿌꾸 나이 8살, 그러니 사람으로 치면 52살이 되었다. 허나 겉모습이나 노는 모습을 보면 아직도 어린애다.저 놈이 제 나이를 아는지 오늘따라 괜히 궁금하다. 2018. 3. 2. 뿌꾸와 명언 자기 자리에 앉으라. 그러면 아무도 너보고 일어서라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우리와 비슷하다. 먼 데서 짖는 소리를 듣고 자기도 짖는다. 2016. 12. 22. 뿌꾸의 피서 덥다 해도 올 여름처럼 더운 여름은 또 살다 처음이다.더구나 이 더위에 손녀까지 와서 북적거리는 바람에 더 정신이 없다. 하지만 내 더위는 이 털짐승에 비하면 별일도 아니겠다.이놈은 더우면 혀 빼물고 헥헥 거리는 게 일이다. 조그만 놈이 더위에 쩔쩔매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하니마누라가 어디서 얼음주머니를 하나 사다가 목에다 걸어 준다.생각 밖이라 그게 뭐 시원하겠냐고 한마디 거들었는데 웬걸. 신기하게도 얼음주머니를 차는 순간 뿌꾸 혀가 쏙 들어가는데급기야 이젠 요놈이 얼음주머니를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다.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데아무튼, 개피서는 얼음주머니가 딱이다. 2016. 8. 4. 우리 동네 봄 풍경 올 들어 최고기온(23℃)을 기록했다는 오후. 모처럼 미세먼지도 바람도 잔잔하다고 해서 뿌꾸를 앞세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여기저기 눈길 가는 데마다 활짝 핀 봄꽃이 보인다. 이 자목련은 너무 더워 아예 혓바닥을 빼물었다. 그렇다고 꽃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수없이 솟아난 새순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데 활짝 핀 봄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동네 가운데를 지나는 산책로도 활기차다. 나처럼 따뜻한 봄을 맛보러 나왔을까 환한 얼굴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뿌꾸가 봄날이란 것을 알기나 하는지 저 두꺼운 털가죽을 걸치고도 신이 나서 앞장선다. 개나리 활짝 핀 울타리에 가까이 섰다. 아니 개나리가 이렇게나 예뻤나? 노란 꽃잎이 그것참 싱싱하네. 멀리 시멘트 그늘에서 자라는 '산수유'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 2016. 4. 1. 뿌꾸의 망중한 나는 내게 무언가를 준 사람을 향해서는 꼬리를 흔들고. 거부하는 이에게는 짖으며, 나쁜 사람은 문다. - 디오개네스 2015. 6. 21. ‘뿌꾸’의 침묵 인간사회란 대체로 소란스럽다. 인간사회에서 침묵은 대개가 소수자의 것이다. 근래 문명사회에서의 침묵은 마치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 種처럼 찾기 힘들다. 침묵은 웅변적이고 집요하고 의미심장하고 우울하고 불만스럽고 수동적이고 골이 나고 경악하고 싸늘하고 종교적이며 수줍고 은근하고 강요되며 어리둥절하고 증오에 넘치고 즐겁고 무겁고 치명적일 수 있다. - 침묵 예찬(마르크 드 스메트 著) 中에서. 장석주 옮김. 2014. 11. 1. 뿌니 저는 뿌니임다. 태어난 지 두 달 됐음다. 오늘 처음 이 집에 놀러 왔음다. 저는 이집에서 사는 네 살짜리 뿌꾸임다. 전 쟤가 무서워 죽겠슴다. 그래서 잠시 피난 중임다. 아니? 제가 뭘 그리 무섭다 그러는지 모르겠슴다. 하기는 심심해서 저 언니 몇 번 물긴 물었음다. 하지만 뭐 그 정도 갖고 저러는지 당최 모르겠슴다. 저기 저 소파 언니 꽤 소심함다. 하긴, 전 호랑이도 안 무섭슴다. 제가 바로 하룻강아짐다. 크크. 2014. 6. 5. 뿌꾸와 고구마 뿌꾸는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탄다. 기세등등한 동장군 때문에 나들이는 언감생심이고 종일 방안에서만 지내는데 툭하면 이불 속만 찾아든다. 더구나 자란 털이 지저분해 홀랑 깎았더니 요즘은 종일 이불속에서 산다. 녀석이 안쓰럽기도 하고 마침 우리 입도 궁금한지라 겨울의 별미 고구마를 구웠다. 뿌꾸가 제일 좋아하는 군것질은 고구마다. 뭘 하라 해도 세상 꿈쩍 않는 놈이 고구마하면 벌떡 일어난다. 잘 익은 고구마가 들어왔다. 구수한 맛 밤고구마다. 고구마가 잘생겼다 했더니 맛은 더 좋다. 누구는 노란 고구마가 맛있다고 하는데 난 밤고구마가 좋다. 아무튼, 고구마가 냄새를 풍기자 뿌꾸가 옆에 착 달라붙는다. 고구마를 다 먹고도 빈 접시를 한참동안 핥는 뿌꾸. 강아지 밥 먹는 것은 언제 봐도 좋다. 트림까지 슬쩍 한번.. 2014. 2. 5. 인천대공원 가을 날씨가 하도 좋아 인천대공원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공원을 들어서는데 공기가 유난히 신선하다. 목을 길게 빼고 가을볕을 즐기는 '각시원추리'. 원추리 꽃밭 한쪽에 나무 장승이 하나 섰는데 그 콧구멍에서 말벌이 분주하다. 꿀벌의 천적으로 혼자서 벌통 하나를 아작 낸다는 공포의 벌. 천적을 생각하다보니 사람의 천적은 욕심이 분명하다. 이놈이 속에 꽈리를 트는 순간 사람은 절단난다. 각시 원추리 밭 옆은 '벌개비취' 꽃밭이다. 싱싱한 호랑나비들이 꽃밭에 널렸다. 모두가 바쁘다. 호랑나비 사이로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저 놈은 가을이면 나타나서 마냥 앉아만 있는데 뭘 저리도 궁리하는지 볼 때마다 궁금하다. 벌개미취 밭 위로는 연보라 빛 부처 꽃이 군락을 이뤘다. 호랑나비 사이에 외로운 노랑나비.. 2013. 9. 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