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을 오르다가 오목눈이 무리를 만났다.

영하 7-8도를 넘나드는 바람부는 추운 날씨였지만

높은 나무 위에서 촐싹거리는 오목눈이를 잡느라 잠시 추위를 잊었다.

 

 

이놈들은 우리나라 텃새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이라고 하는데

그래 그런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나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렌즈로도 제 모습을 잡기 내기가 정말 어렵다.

 

 

그리고 또 하나 희한한 점은 이놈들은 사진처럼의 정 자세를 잘 취하지 않는다.

수십 번 셔터를 눌렀지만 제대로 정면을 잡아낸 것은 몇 장 없다.

 

 

제일 자주 취하는 자세는 뒷 모습이다.

본래 인간을 대면하고 싶지 않은 태생인가 싶다가도

 

 

나름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해서 그런가

보잘것없는 작은 머리와 더 작은 눈에 비해

풍만한 엉덩이나 긴 꼬리가 달린 뒷모습이 제 딴에는 자신이 있나 싶었다.

 

 

오목눈이는 본래 우리나라 텃새로 유라시아 대륙 온대지역과 아한대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데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쪽에서는 볼 수 없는

대륙의 새다.

 

 

오목눈이는 눈이 오목해서 이름을 얻었단다.

얼핏 보기에는 눈이 오목한 것보다는 유별나게 작은 것이 더 특징적이다.

 

 

나뭇가지 사이를 쉴 새 없이 옮겨 다니다 걸려든 오목눈이.

추워서 운동하는 것은 물론 아니겠고 먹이를 찾는 것 같다가도 잘 모르겠는

요놈들의 재롱이란 정말 귀욤 자체다.

 

 

옆으로 앉았다가

 

 

뒤로 자빠졌다가

 

 

백핸드 스프링도 한 번 하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오묵눈이.

아마도 작은 몸에 비해 유난히 긴 꼬리 때문인가도 싶었다.

 

 

오목눈이 무리 속에서는 박새가 간혹 섞여 있다.  

오목눈이와 박새의 습성 중 하나라고 한다.

 

 

오목눈이의 보송한 겨울 깃

 

 

가늘고 긴 꼬리

 

 

귀염둥이 오목눈이

 

 

오목눈이 꼬리는 몸 길이의 약 1.5배 라고 한다.

따라서 대개 생김새로 이름을 짓는 영어권의 이름은 'long tailed tit' 이다.

 

 

보통 10여 마리 정도가 무리지어 다니며

"씨르 씨르 칫 지 지" 시끄럽게 지저귀는 습성이 있다.

 

 

같은 숲에서 오색딱따구리도 만났다.

멀리서 나무를 쪼고 있었는데 소리가 백운산을 들었다 놓는다.

'꾹 꾸르르르르' 하는 소리가 간혹 개구리 우는소리 같기도 해서 놀라곤 한다.

 

 

자기가 내는 소리에 자신이 놀란 듯

두리번 거리는 오색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암 수 구별은 비교적 쉽다.

머리 뒤쪽이 붉으면 오색딱따구리 위쪽이 붉으면 큰오색딱따구리 수컷.

 

 

 

'곤줄박이'

겨울이라 보이는 풍경이 대개 삭막하지만 새들이 있어 걸을만한

언제나 재밌는 백운산 숲길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마주한 인천 북항 풍경.

인천 동구쪽 굴뚝공장에서 나오는 백연이 하늘을 가린다.

늘 배출되는 오염 물질이지만 보통 때는 보이지 않다가 기온이 낮으면 드러난다.

굴뚝마다 거칠게 피어오르는 흰 연기를 보고 있으려니 맘이 불편했다.

그저 일상의 편안함만을 쫓으려 하는 내 속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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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린지 며칠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주변 곳곳에서 폭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벤치에서 녹고 있는 풍성한 눈덩이가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그 바로 뒤 방파제에서 식사 중인 큰부리까마귀 한 마리.

눈이 많이 내리면 새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데 먹이가 없어서다.

이놈은 어디서 빵 봉지를 하나 물고 와서는 저 혼자 뒤적거리는데

사람이 가까이 가도 날아가지도 않는다. 배가 몹시 고팠던 모양이다.

 

 

씨사이드 파크에서 바라본 백운산.

앞이 송산유수지로 요즘은 철새들이 어째 뜸하다.

먼젓번에 어떤 정신 나간 낚시꾼들이 들어간 뒤부터 나타나는 현상이다.

새들이 몹시 놀랐던 것이 아닌가 해서 맘이 아프다.

 

 

다리 아래서 보는 파란 하늘이 유난히 맑다.

폭설 때문이겠다.

 

 

바닷가 소나무들은 폭설에도 별 탈이 없다.

바닷바람에 눈이 가지에 쌓이지 못해 그런가 싶은데

솔잎이 눈에 닦여 다른 나무에 비해 소나무들만 유난히 깨끗해 보기 좋다.

 

 

 

씨사이드 파크 포토 존

언제 들어섰는지 오늘 갑자기 눈에 띄었다.

별 드러남 없이 야금 야금 들어서는 설치물들이 공원을 재밌게 만들고 있다.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

뒤로 보이는 인천대교 주탑을 겨냥했다.

갯벌이 물처럼 보인다.

 

 

씨사이드 파크에서 집으로 들어오다 만난 폭설에 쓰러진 소나무

꺾인 소나무들을 보자니 묘하게도 열에 아홉이 등산로 가에 선 나무들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은 폭설이 내릴 때 증명된다.

 

 

아이고 ~

나는 간다.

 

 

이놈은 눈으로 봐도 가지를 너무 많이 뻗었다.

눈 무게가 아니라 가지 무게로도 언젠가 쓰러질 생김새다.

마구잡이식 문어발 확장은 기업이나 나무들이나 실패하면 한방에 훅 간다.

 

 

 

소나무 기둥에 붙은 '줄점겨울가지나방'

요즘 숲길에서 보이는 나방은 열에 아홉 이놈이다.

 

 

 

숲길 가 늘 보고 다녔을 고구려 시절 화장실이 오늘따라 말쑥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감싸 안아 준 눈 때문인가?

눈이 주는 포근함은 여운이 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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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폭설 내린 백운산을 올라갔다 내려오며 찍은 설경.

100여 년이 넘는 기상관측 사상 첫눈이 이렇게 많이 쏟아진 것이 처음이라는데 

눈이 이렇게 많이 쌓인 백운산을 오른 것도 나에겐 생전 처음인 일이다.

 

 

백운산 나무들도 이번 눈에 모두 놀란 것 같다.

대부분 나무들이 거의 초죽음이 되었는데 부러진 굵은 나무도 가끔씩 눈에 띄었다.

내친김에 눈의 무게에 어쩔 줄 몰라하는 나무 서너 그루를 구해주었다.

 

 

아예 눈에 덮여 보이지도 않은 등산로 나무 계단.

거의 비탈을 오르는 기분으로 아무 곳이나 밟고 오르내리는데 기분이 삼삼했다.

 

 

중력을 무시하는 습기 많은 눈 뭉텅이 하나.

거의 직각으로 휘어진 눈의 두께가 20여 cm가 넘는 듯하다.

마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습기를 많이 품고 있다는 이번 눈에는 특히 소나무들이 줄 초상나게 생겼다.

지구 온난화나 재선충 등의 병충해로 죽냐 사느냐 하는 소나무들에게는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영종도 백운산은 설중산행이 별로 힘들지 않다.

200 미터가 조금 넘는 높이도 높이지만 사방이 트여 있어서다.

공기나 풍경이 얼마나 상쾌한지 별세계를 걷는 느낌이다.

 

 

 

전망대에 쌓인 눈의 두께.

언뜻 봐도 30 cm는 넘어 보이는 눈의 두께가 

그야말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라는 말이 실감 났다.

 

 

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눈 터널을 지나는데 큰 눈 뭉텅이가 쿵 떨어진다.

언젠가 나도 한 무더기 맞겠다 하면서 은근히 눈 세례를 기다리는데

재수가 없는지 있는지 산행을 끝낼 때까지 못 맞았다.

 

 

백운산 정상 쪽 숲길.

누군가 제설작업을 한 것 같아 감동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백운산 헬기장 풍경.

눈부신 정오의 햇빛이 쏟아진 눈밭 위로 쏟아진다.

짧지만 강한, 세상에 더 없는 평화다.

 

 

인천 공항 쪽

 

 

백운산 전망대 난간에서 마주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색깔.

확인하고 싶었으나 첫눈의 순수함을 어떻게 할 수 없어 참았다.

 

 

첫눈은 일년에 한 번 하늘이 사람들에게 주는 큰 선물이다.

시간 빈곤에 빠진 현대인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눈 온 날 산에 오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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