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하도 좋아 인천대공원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공원을 들어서는데 공기가 유난히 신선하다.
목을 길게 빼고 가을볕을 즐기는 '각시원추리'.
원추리 꽃밭 한쪽에 나무 장승이 하나 섰는데 그 콧구멍에서 말벌이 분주하다.
꿀벌의 천적으로 혼자서 벌통 하나를 아작 낸다는 공포의 벌. 천적을 생각하다보니 사람의 천적은 욕심이 분명하다.
이놈이 속에 꽈리를 트는 순간 사람은 절단난다.
각시 원추리 밭 옆은 '벌개비취' 꽃밭이다. 싱싱한 호랑나비들이 꽃밭에 널렸다. 모두가 바쁘다.
호랑나비 사이로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저 놈은 가을이면 나타나서 마냥 앉아만 있는데 뭘 저리도 궁리하는지 볼 때마다 궁금하다.
벌개미취 밭 위로는 연보라 빛 부처 꽃이 군락을 이뤘다. 호랑나비 사이에 외로운 노랑나비 한 마리 앉았다.
고채도의 가을 색깔이 햇빛에 반짝거린다.
대공원 동쪽 꽃밭 속에서 한참 놀다가 자전거 도로로 들어섰다.
아직 여름은 우거졌지만 텅 빈 넓은 도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선듯하다.
우리보다 더 신난 건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뿌꾸다.
정신없이 쏘다니던 뿌꾸가 드디어 혀를 빼문다. 털 많은 짐승은 아직도 여름이다.
뿌꾸에게 물을 먹이려고 잔디밭 가운데로 난 개울가로 들어섰다.
물가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호랑나비들이 떼 지어 앉았는데
하늘거리는 나비도 물을 먹는가 그것참 신기하다.
헉헉 거리며 물가를 오르내리던 뿌꾸가 급기야 물속에 퍼질러 앉았다.
저놈이 더울 때 하는 짓은 얼마나 귀여운지 볼수록 웃음이 나온다.
한번은 흙탕물에 들어가 뒹구는 바람에 기겁한 적도 있다.
인천 대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나오다 입구에서 만난
내년 인천 아시안게임 마스코트 ‘점박이 물범 삼남매’.
그리고 가을볕 아래서 마냥 즐거운 마누라와 뿌꾸.
공원 입구에 있는 꽃밭. ‘큰 꿩의 비름’위에 앉은 호랑나비. 나비도 이렇게 정면에서 보니 모양이 칼날 같다.
여름방학 아이들 숙제였던 곤충채집이 없어져서 그럴까. 옛날에는 잘 볼 수 없던 고급스런 호랑나비가
요즘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호랑나비 옆으로 ‘부전나비’도 보인다. ‘부전’이란 색 헝겊으로 예쁘게 만든 노리개라는데
‘부전나비’의 날개 무늬가 부전같이 예뻐 얻은 이름이란다.
주홍색 ‘범부채’ 꽃과 ‘주홍부전나비’
여기서 ‘범부채’란 꽃잎이 호피 같아 얻은 이름.
그리고 보라색 ‘꽃 도라지’와 ‘섬서구 메뚜기’
‘섬서구 메뚜기’는 몸의 생김새가 볏단을 쌓은 ‘섬서구’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
‘메뚜기’는 '뫼+뛰기' 에 어원을 두고 있으니 섬서구가 산에서 뛰어다니는 모양이다.
특히 이 ‘섬서구 메뚜기’는 암컷의 등 위에 작은 수컷이 올라타고 오랜 시간 짝짓기를 하는
습성이 있어 모든 수컷들의 부러움을 받는 메뚜기다.
‘금불초’. 이 꽃은 모양이 아니라 색깔이 금부처를 닮아 얻은 이름이다.
국화를 닮아 여름 국화라 하여 ‘夏菊’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메리골드(만수국)’. 향기 아닌 냄새를 풍기는 꽃이 오늘은 말쑥하다.
구월 그 처음에 서서 바라보는 세상이 유난히 아름답다.
가을꽃 색깔들이 얼마나 짙은지 바야흐로 찬란한 가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