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늘은 왜 저리도 파란지 오늘은 남산 구경을 나섰다.
서울역에서 남산가는 길은 따로 없다. 어디서든 산을 향해 가면 된다.
서울역 지하도에서 나와 걷다 보니 힐튼호텔 앞 남산 길로 접어들었다.
복원된 남산 성곽을 따라 오르는 등산로가 얼마나 한가하고 아름다운지 깜짝 놀랐다.
왜놈들의 신궁 터를 딛고 선 ‘백범 광장’을 지나 오른 안중근 기념관 앞.
정오의 햇살아래 추억의 ‘어린이 회관’ 건물이 여전하다. 저 건물을 보면 괜한 향수에 맘이 착 가라앉는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남산이 보인다. 옛 남산 분수대 터는 울타리를 길게 둘러 세웠다.
발굴 작업 중이라는데 과연 이곳에서 뭐가 나올지 그것참 궁금하다.
한낮의 햇볕이 뜨겁지만 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내내 그늘이다.
앞의 건물은 생긴 모양이 멋있어 레스토랑인가 했는데 화장실이다.
우리나라의 화장실은 어디를 가나 많기도 하고 깨끗해서 좋다.
이십 여분 오르니 ‘잠두봉’ 전망대이다. ‘잠두봉’은 남산의 북서쪽 낮은 봉우리다.
현재 케이블카가 설치된 절벽이 있는 곳으로, 누에가 머리를 들고 선 형상이라 하여 ‘잠두봉’이라 부른단다.
이곳에서는 한양 4대문 안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앞은 ‘충무로 지역’으로 일제시대 서울 거주 왜놈들의 본거지였다.
지금은 일본이 제일 무서워하는 이순신 장군의 호로 이름을 지어 왜놈들을 혼내고 있다.
북쪽 ‘회현지구’. 멀리 중앙 오른쪽은 ‘안산’ 그 옆이 ‘인왕산’.
앞쪽으로 우리가 걸어 올라온 방향이 한눈에 보인다.
이곳에서 정상은 가깝다. 사실 남산은 높이가 해발 265m이다. 중간에 끊어졌던 서울 성곽은 이곳에서 다시 시작되어
케이블카 승차장을 지나올라가 드디어 봉수대와 연결된다.
팔도에서 올리는 봉화의 마지막 종착점 남산 봉수대.
늘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던 평화로운 서울 모습이 그립다.
허나 막상 그 평화롭던 조선 그 시절에는 남산 위에 오르면 도성 안이 들여다보인다고 출입을 금했단다.
평화란 늘 힘이 뒤따라야 유지된다는 것을 말없는 팔각정이 알려준다.
오늘 목적지 N타워 아래에 섰다.
한국인이 꼭 가 봐야할 국내 관광지 100선. 다수결로 올해 처음 뽑았다는데 1위 문경새재,
2위 창녕 우포늪, 3위 완도 청산도, 4위 여수 거문도, 그리고 5위 서울 N타워.
그러니 이곳은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 명승지다.
N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와대 ‘춘추관’. 일제 총독 관저가 있던 터에 자리한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
조선 총독부 건물 해체할 때 왜 다른 곳으로 이전하지 않았는지
저 시퍼런 기와나 전통 한옥을 흉내 낸 콘크리트 건물은 볼 때마다 꺼림칙하다.
서울 N타워 기념품 가게.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명당인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작고 평범하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N타워’ 뒤편 휴게소에서 만난 자물쇠 트리. 하나같이 구멍 뚫린 꽁무니를 드러내고 매달렸는데
그 모양이 그로데스크하다.
남산에서 내려 올 때는 케이블카를 탔다. 요금이 재밌다. 오르내리면 팔천 원, 내려만 가면 육천 원이다.
육천 원 내고 타고 내려와 다시 올려다 본 남산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케이블카 승차장에서 ‘회현동’으로 내려가는 길에 ‘푸니쿨라’가 있다.
‘푸니쿨라’를 타고 내려가며 찍은 ‘회현교차로’ 쪽 풍경 썬팅 색깔이 렌즈 필터 역할을 해서 색깔이 묘하다.
‘회현사거리’에서 올려다본 ‘남산’. 우람한 ‘우리은행’ 본점이 사거리를 호령한다.
어느 나라를 가나 크고 높은 건물은 모두 은행건물이다.
‘남대문시장’을 가로질러 서울역으로 향했다.
추석대목에 쓸 물건이 시장 거리에 그득한데 명절기분이 절로 난다.
인파를 뚫고 남대문 시장을 막 빠져 나올 무렵 코끝을 스치는 진한 커피향에 그만 정지하고 말았다.
‘일리(Illy)커피’의 참맛을 팔고 있는 커피점 ‘맘모’.
커피를 들고 남대문으로 들어섰다. 늘 도심 속 외로운 섬 같던 남대문.
성곽까지 이어 붙여 새로 만들어 놓으니 의외로 주변의 고층건물과 잘 어울린다.
남대문을 나서는데 영국 보다 더 멋진 서울 투어 버스가 지나간다.
버스에 관광객이 몇 안 돼 보이니 내가 괜히 섭섭하다.
아무튼, 산을 오르기 위해 근교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세상.
가을 남산을 등산하며 서울은 참 멋진 도시라는 것을 새삼 느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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