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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지리산 천왕봉’오르기 2/3

by 조인스 자전거 2012. 9. 23.

장터목에서 천왕봉까지는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쯤 걸린다.

길은 넓은데다 사방이 트여있어 힘든 줄을 모르겠다.

 

 

 

길가에는 고사목 사이 하얀 구절초가 예쁘게 피었는데 아래와는 다르게 완연한 가을 풍경이다.

하늘 아래 지리산 능선을 넓고 편평한 보도블록 같은 돌길을 걷자니

이곳이 산꼭대기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걷다 말고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어디 딴 세상 같던 반야봉과 노고단이 저 아래로 보인다.

흡족한 마음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지친 몸에 힘을 불어 넣는다.

 

 

하늘은 파랗고 길은 계속 위로 향했다. 사실 이곳은 '제석봉'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천왕봉' 때문에 봉우리 느낌이 안 든다.

 

 

제석봉을 넘자 드디어 천왕봉이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설렘과 뿌듯함이 교차하면서 치기가 발동한다.

승호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달렸다.

 

 

잠시 숨을 돌리는데 왼쪽으로 우리가 출발한 중산리가 보인다.

그리고 셀 수 없는 많은 산봉우리들이 널렸는데 과연 천왕봉은 지리의 왕이었다.

 

 

 

길가 눈높이에서 자라는 산구절초.

멀리서 온 우리를 반기는 듯 예쁘게도 피었다.

 

 

 

여기도 넘어진 나무가 있었다. 역시나 아래서 봤던 가문비나무다.

허우대는 멀쩡한데 하체가 부실한 나무다.

 

 

 

이제 더 이상 위로 보이는 풍경은 없다. 그렇게 높던 마지막 산 능선이 옆으로 보인다.

바람 맞고 자란 구상나무들이 거수경례를 하는 모양새로 섰다.

 

 

바위틈을 지나다 발견한 '산오이풀'.

집에 와서야 그 이름을 알아낸 오이냄새 난다는 꽃. 세상을 배경으로 예쁘게 피었다.

 

 

 

비스듬하게 누운 고사목도 보이는데

여기서는 죽은 놈이나 산 놈이다 다 멋지기만 하다.

 

 

 

산 나무와 죽은 나무가 나란히 선 풍경.

지리산 천왕봉 능선에서의 삶과 죽음은 겨우 색깔차이다.

 

 

 

드디어 정상에 섰다.

사방에 산봉우리가 우리를 올려다보는데

서쪽 멀리 구름에 덮인 봉우리가 반야봉과 노고단이다.

다행히도 지리산 천왕봉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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