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호가 밤낚시를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더니 고구마도 심어보자며 고구마 순을 천 개나 사는 거다.
고구마 순 열나게 심고 시원한 수박을 먹었다.
땀 흘리고 먹는 수박은 꿀맛이다.
오후 한 시부터 둘이서 이랑을 만들고 비닐을 씌우고 순을 심고 물을 주었더니 다섯 시가 지났다.
농막 앞마당 붓꽃이 저무는 햇살에 반짝이는데 벌 한 마리 사진 속에 멈췄다.
해질녘 숲속은 살아있는 것들로 버석거린다.
사진기를 꺼내 들고 여기저기 렌즈를 겨눴다. 머리 위 참나무에서 사슴풍뎅이 한 쌍 짝짓기 하고
데크 난간에 말벌 한 마리 묵상중이다.
공개 수로에 나가 낚싯대를 두 대 걸쳐 놓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저녁 식사 대금은 일꾼 장부에 올려놓았다.
늘 그랬지만 밤낚시 실적은 오늘도 허탕이다.
황소개구리의 엄청난 울음소리에 질려 일찍 농막으로 들어왔다.
다음날 새벽 풍경. 밀물에 배가 둥실 떠올랐다.
이른 아침,
트랙터 혼자 열심히 써레질이다.
새벽 들판에 엔진소리가 요란하다.
앞 산 너머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는다.
오월 농촌은 새벽부터 산업화로 바쁘다.
하도 소식이 없어 철수하려는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승호가 한 마리 잡아 올린다.
이 붕어는 나왔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지옥과 천당을 순식간에 오고간 붕어다.
나는 역시나 오늘도 한 마리 못 잡았다.
대신 소금쟁이를 잡았고
'붉은오목눈이'를 잡았다.
'공개수로' 낚시는 매번 허탕이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워 늘 찾는다.
한 마리도 못 잡고 철수하지만 우리는 씩씩했다. 고구마를 많이 심었기 때문이다.
삼원색으로 치장한 '승호'. 하는 일은 별로지만 준비만큼은 철저하다.
빈 바구니 들고 터벅터벅 농막으로 오는데 길가에서 곤충들이 짝짓기에 한창이다.
처음 보는 벌레인데 하는 짓은 똑같다.
어제 우리가 작업한 고구마 밭.
무려 열 한 고랑이나 된다. 모종이 모조리 드러누웠다.
꼴이 프라이팬에 오른 고구마 순이다.
죽을까봐 열심히 물을 주었다.
승호가 짐을 싸는 동안 농막 안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몇 주 전 꽃 사진 찍은 뽀루수 나무 열매. 꽃이 지니 열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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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성듬성 선 파 꽃.
채소가 아니라 화초다. 잎도 둥글고 꽃도 둥글다.
어제 저녁에 꽃밭에서 봤던 그 벌. '뒤영벌'.
오늘은 둥글레 밭에서 일하고 있다. 입이 뾰족한 진화된 벌이다.
파란 붓꽃과 분홍 금낭화가 핀 화단.
온통 시퍼렇기만 산 속에서 꽃 때문에 농막이 살아난다.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
오월 햇볕 따가운 포구에 서서 하늘을 봤다.
고구마를 심으니 가뭄이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