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호가 강화도에 있는 농막 풀을 베러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김포 48번 국도를 지나는데 늘 다니던 길이 어딘가 낯설다.
최근 완공된 김포 장기 지하차도란다. 하여튼 김포는 난개발의 상징이다.
외포리에 들어서자 해가 벌써 진다. 만조 시각인지 강화해협에 물이 가득하다. 밀물이든 썰물이든 해변의 낙조는 늘 아름답다.
저녁 무렵 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늘 한산하다. 불경기 때문인지 삼산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줄었단다.
이곳에도 연륙교가 생긴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다리가 놓이면 다 사라질 풍경이다.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 저녁풍경. 식당 아주머니가 혼자 메추리알을 까고 있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다.
관광객도 줄고 그나마 거의 차를 갖고 들어와 펜션으로 직행하는 바람에 장사가 갈수록 신통치 않단다.
막걸리 한사발로 저녁을 보낸 다음날 아침 박꽃이 풀숲에서 혼자 하얗다.
유난히 더운 여름 덕에 산 속 농작물은 풍년이다. 푸르다 못해 시커먼 토마토 밭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만 더워 죽겠다고 난리였지 이곳 식물들은 살판이 난거다. 고추 오이는 물론이고 잡초에 꽃까지 모두 싱싱하다.
보랏빛 플록스(Phlox)가 화단 한쪽에 환하게 피었다. 풀협죽도라는 우리 이름도 갖고 있는 외래종 꽃. 형광색 빛깔이 멀리서도 눈에 들어온다.
농막 앞 나무 위에 밤송이들이 엄청나다. 올해는 밤꽃이 한창 필 때 비가 내리지 않아 밤 풍년이 들었단다. 태풍만 어떻게 잘 피해간다면 말이다.
재래종 복숭아도 제법 알이 실하다. 벌레 먹은 놈 하나 없이 깨끗하다. 이것도 다 무더위 덕이다.
아침 일찍부터 풀을 뽑고 베면서 작업을 금방 마쳤다. 샤워를 하고 쉬는데 승호가 이것저것 익은 열매를 따 모은다.
아침 식사는 토마토로 배가 불렀다.
산고양이가 농막 마루 밑에 새끼를 낳아 기른다. 정기적으로 먹이를 얻어먹지도 못하는데 뭘 먹고 지내는지 잘 컸다.
농막을 나오면서 우리 낚시터인 공개수로를 둘러 봤다. 부들이 엄청나게 자라서 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것도 역시 푹푹 찌는 더위 덕이다.
논둑에 박힌 녹 슨 철근 위에 밀잠자리가 앉았다. 잠자리는 늘 외로운 곳에 앉는다. 바야흐로 잠자리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