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437 태백산 눈 잔치 강원도에 볼일이 있어 간 김에 태백산 눈 잔치를 구경했다. 태백시 여기저기서 눈 조각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길가에 조성된 눈 작품 앞에 걸린 플래카드 하나가 눈길을 끈다. 아래에 쓰인 행정동우회란 단체가 궁금해서다. 주행사장인 도립공원입구에 들어섰다. 하얀 자작나무 사이에 걸린 플래카드 사이로 개들이 멍멍 손님을 잡아끈다. 주인 대신 손님을 기다리는 개를 보자니 개고생이란 낱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김 오르는 오뎅집 분위기가 우리를 유혹한다. 뿌꾸 때문에 주춤하는데 아줌마가 손님이 없으니 들어와 먹으라고 끌어당긴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포장마차에 개를 안고 들어갔다. 따뜻한 아줌마와 오뎅맛에 맘과 몸이 다 녹는다. 눈 잔치를 다른 말로 나타내자면 눈 조각 전시회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것저것 즐길 거리가 .. 2012. 2. 2. 베란다 꽃나무 밖은 강추위에 눈보라에 정신이 없는데 아파트 베란다는 딴 세상이다.여기저기에서 주워다 놓은 작은 화분들이 죽을 놈은 죽고 살 놈만 남아서 지내더니이젠 제법 온실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금황성'이 조심스레 꽃을 피운다. 다육이 꽃이 대개 그렇듯 볼품은 없지만잎과 줄기와 꽃 생김새가 모두 한가락 하는 튼튼한 식물이다. '풍로초'가 겨울 내내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번식도 잘하고 절대 함부로 아무렇게나 죽지않는다.베란다에서 키우기에 제일 좋은 야생화다. 더구나 연분홍 갑사저고리 같이 얇고 투명한 꽃잎이 기가막힌데실핏줄 같은 무늬가 선듯하다 '목서'도 꽃을 피웠다. 꽃은 좁쌀만 한데 향은 천리를 가는 나무다.이름이 금목서, 은목서, 목서로 나뉘는데 꽃의 색깔 때문이다.이름값을 하는 .. 2012. 1. 31. 달려라 뿌꾸 난 있잖아 집밖에만 나오면 그냥 좋아. 끝없이 달려보고 싶어 맑은 공기 마시며 그리고 있잖아 달려가 안기고 싶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당신 품에 2012. 1. 28. 뿌꾸 외출 뿌꾸의 자유가 방종으로 흐르는 것 같아 오늘은 줄을 매서 데리고 나갔다. 그런데 몹시 불편한가보다. 툭하면 안 간다고 버틴다. 그러거나 말거나 끌고 다니자니 내 편에서는 편한데 개편에서 보니 그게 좀 안 됐다. 그래서 뿌꾸에게 잘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다 네 탓이다.” 뿌꾸가 신호를 보낸다. “끙 ~.” 줄이 있으니 말이 통했다. 2012. 1. 19. 제주 몽생이 몽생이는 제주 한림읍에 있는 옷 만드는 곳이다.제주 갈옷을 현대 패션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브랜드다.공장은 옛 초등학교 폐교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데건물과 시설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을 보고새삼 반갑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염색한 옷감을 햇빛에 말리는 작업장으로 사용되는 잔디 운동장.폐교를 재활용하려면 이렇게 좀 해 봐라 하고 보는 사람들에게 한 수 가르치고 있다. 건물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모여앉아 양초 칠하며 윤내던 복도는갈옷 입은 늘씬한 마네킹들의 차지가 되었다.학교 안팎이 세월의 변화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다. 잘 사용되고 있는 시설물 못지않게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도 인기가 많단다.이 천으로 된 가방은 G20 정상회의 때 미셀 오바마에게 선물한 것이.. 2012. 1. 16. 제주 한림항 조기털이 곰국 잔뜩 끓여 놓고 친구들과 제주 여행 갔던 마누라가 어제 찍어 온 사진.사진 속에 한겨울 제주의 일상이 풋풋하게 담겼다. '한림항'의 조기털이는 근래 제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란다.조기가 하도 많이 잡혀 멸치처럼 현지 작업을 못하고 항구에 들어와 터는 거란다.제주도는 관광객과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만 바쁜 곳인 줄로만 알았는데 요즘 몇 년 동안 연속적으로 조기 풍년이 들고 있다는 '한림항'의 한밤 풍경그러고 보면 제주도는 천혜의 관광 자원만 풍부한 것이 아니고 동북아 군사적 요충지인데다가 어족 자원까지 무진장한대한민국의 보물섬이란 생각이 들었다. 2012. 1. 13. 강아지 목욕 뿌꾸를 뜨뜻한 물로 샴푸질해가며 잘 씻겨 놨더니 사람처럼 방 가운데 앉아 거드름을 피운다. “어험, 갈증이 나는구나. 누구 시원한 것 좀 갖고 오너라.” 개를 끼고 다니며 유난떠는 무리를 보고 저게 뭔 짓거린가 하고 흉본 지가 어제 같은데 이젠 나도 같은 족속이 되었다. 그 속이 별세상이다. 2012. 1. 10. 영화관에서 강추위가 무서워 집에만 있자니 갑갑증이 난다. 새로 꾸몄다는 극장도 구경할 겸 집 앞에 있는 개봉관을 찾았다. 평일 한낮 영화관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사람들 빼고는 있을 건 다 있다. 팝콘을 달랬더니 무슨 맛을 원하느냐고 묻는다. 서양 흉내를 내는지 별걸 다 묻는다. 달콤한 맛이다. 핑크빛 일색인 영화관 복도로 들어서는데 우와, 흘러간 세월과 상관없이 맘이 설렌다. 뒷줄에 매우 편한 자세로 앉아 영화관 내부를 바라보는데 텅 빈 객석에서 슬로무비가 돌아간다. 통로까지 꽉 채운 많은 사람들의 뒤통수와 그리고 그 후끈한 열기 시큼한 땀 냄새.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춤추는 스크린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이라고 하더니 시설은 좋지만 텅 빈 극장이 영락없는 지금의 내 모습이다. 2012. 1. 7. 새해 첫눈 눈 밟아 보라고 강아지를 땅에 내려놓자 이런, 맙소사. 순식간에 달아난다. 이름을 불러도 소용이 없네. 놈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뿌꾸야, 밥 먹자” 놈이 겨우 멈춰 섰다. 놈은 그 와중에도 그 말은 알고 있었다. “밥 먹자.” 하얀 눈보다 먹는 것이 더 좋은 우리 강아지. \ 2012. 1. 4. 나이 새해 아침 떡국을 먹었다.맛있게 먹었지만 어째 맘은 쓸쓸하다.천덕꾸러기 나이를 또 한 살 먹었기 때문이다. 먹는 게 남는 것이란 말이떡국 먹다 만든 말임을 떡국 먹다 알았다.올해는 좀 덜 먹어야겠다. 2012. 1. 3. 수술 친구가 무지외반증 발가락뼈 수술을 했다.이제껏 그런대로 잘 살아와 놓고 육십에 접어들어무슨 영광을 누리겠다고 뼈 수술까지 하느냐 했더니만 이제껏 이런 발로 살아왔으니지금이라도 고쳐서 정상이 되고 싶단다.듣고 보니 승호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는 늘 당하는 자의 아픔을알지도 못하면서쉽게 말한다. 2011. 12. 31. 겨울 맛 따끈한 군고구마는 추운 겨울에 맛있다. 그리고 시원한 동치미는뜨거운 고구마가 있어야 제 맛을 낸다. 동지섣달 추운 밤. 잘 익은 군고구마 먹으며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들이켜니신기하고 묘했던 한 해가 한방에 개운해졌다. 2011. 12. 28. 크리스마스 선물 애나 어른이나 선물 중에서 제일 신이 나는 것으로 치자면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애들이 보낸 자그마한 선물 상자 속에는 별것이 다 들었다. 이것저것 하나같이 사랑이 묻어난다. 작은 선물은 언제 어디서나 따뜻한 마음이 전해온다. 새해엔 조금 더 웃고 더 안아주고 더 사랑해야겠다. 2011. 12. 25. 송년회 식당 자주 보는 얼굴들이지만 한 해가 가는데 그냥 볼 수만 없다고 다섯 부부가 모여 저녁 식사를 했다. 해가 갈수록 말들이 많아져 저녁 식사 장소 정하는 것도 어렵다. 인터넷까지 동원시켜 겨우 정했다. 장고 끝에 악수 나온다고 최근 먹은 것 중에 제일 부실했다. 맛도 양도 가짓수도 영 맘에 안 찼다. 텃밭에서 얻은 먹거리로 조미료 없이 만든 음식들이란다. 그러니 조금씩 깊은 맛을 느끼며 드시란다. 다 먹고 입이 쓸쓸해 커피 좀 달랬더니 없단다. 그냥 주는 커피는 안 판단다. 정 드시고 싶으면 한 잔에 육천 원 내란다. 인터넷의 참맛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송년회의 끝은 어차피 쓸쓸하다. 2011. 12. 22. 출퇴근 아침 출근길. 비슷한 시각 같은 길을 가며 뉴스를 들었다. “북쪽이 미국으로부터 식량을 받는 조건으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 ...” 저녁 퇴근길. 비슷한 시각 같은 길을 오며 뉴스를 들었다. “북쪽 희대의 독재자 김정일이 토요일 아침 8시경 열차를 타고 가다 ... ... ” 그러고 보니 우리는 누구나 왔다 갔다 하며 사는가 싶다. 2011. 12. 19. 이전 1 ··· 18 19 20 21 22 23 24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