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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437

강아지를 보며 개 같은’ 이란 말은 이젠 가려 써야 할 세상이다. 이 시대에 개로 산다는 것은 의식주는 물론이고 보장된 노후에 개처럼 살자고 작정한 인간까지 소유하고 있음을 말한다. 고로 ‘개 같이’ 라는 말은 늘 좋은 일에만 써야 옳다. 2011. 12. 18.
강아지의 하루 강아지를 들인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가까워온다. 작은 종임에도 불구하고 체격이 배나 불었다. 이놈이 하는 일이란 것이 종일 자고 노는 거다. 늘어지게 자고 어슬렁거리다 밥 먹고 그리고 제 장난감 갖고 종일 뒹군다. 쥐 인형 한 마리와 황소 한 마리가 뿌꾸의 장난감이다. 매일 물고 빠는 바람에 세탁한 것처럼 늘 깨끗하다. 황소를 갖고 놀다가 싫증나면 쥐를 잡아 물어뜯는다. 힘들면 아무데서나 자고 때 되면 밥 먹고 또 물고 흔들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하루에 한 번 바람을 쐰다. 그래서 이놈이 알아듣는 말은 딱 두 문구다. '밥 먹자. 나가자'. 2011. 12. 15.
김장을 담그며 슈퍼에서 일요일 아침 배달 온 절임 배추 소금에 잘 전 양구배추란다. 쌀 한 가마니 무게라고 하는데 값도 쌀 한가마니랑 뭐 대충 비슷하다. 대단한 배추다. 출가한 딸 세 자매가 친정집에 모여 왁자지껄 김장을 시작했다. 대파가 팍팍 썰려나가 그득히 쌓이고 채판에서 잘린 무가 차곡차곡 산처럼 쌓이더니 파 넣고 마늘 넣고 사랑 넣고 미움 넣고 세월에 인생에 이것저것 집어넣고 막 버무렸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김장속이 만들어졌다. 빨간 속을 하얀 배추 속에 넣었다. 배추가 벌게지더니 열이 났다. 그 열기에 방안이 훈훈해졌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김장은 사람을 따듯하게 만든다. 2011. 12. 6.
강아지 뿌꾸 강아지를 한 마리 들였다. 아들놈이 무턱대고 데려오는 바람에 시작되었지만 언젠간 한번 내손으로 개를 키워 보겠다던 어릴 적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개와 같이 한집 한 이불에서 지내다니 요즘은 매일 꿈을 꾸는 느낌이다. 한참을 봐도 귀엽기만 한 생김새는 두 번째고 쉴 새 없이 까불대는 재롱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개 기르자는 말에 늘 질색하던 마누라도 일단 들어 온 강아지에 홀딱 빠지고 말았다. 강아지 때문에 집안 청소가 배로 늘었다고 불평하더니 요즘은 나보다 더 예뻐한다. 누구는 이별이 서러워 그거 키울 게 아니라 하지만 넌 걱정을 사서 하냐고 대놓고 면박을 주게 되었다. 오늘도 우리는 뿌꾸와 같이 재밌게 놀았다. 몸에서 집에서 개 냄새가 진동한다. 바야흐로 집안이 개판이 되었다. 2011. 11. 14.
기념사진 앉은뱅이 컴퓨터 책상 위에서 지내며 얼굴 수리를 담당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예전에는 가끔 왔다 갔다 했는데 요즘은 아예 올라와서 삽니다. 귓구멍 뚫기 전담 귀이개님. 이 청소부 치실씨. 콧구멍 미화담당 미스터 코털 깎기. 입술 관리 미스 립밤. 이분들, 미천한 이 몸 떠받드는 자세가 눈물겹습니다. 매일 받기만 하고 뭐 해 준 게 없어 모인 김에 단체 기념사진 한 방 찍어 드렸습니다. 2011. 11. 5.
북한산 가을 단풍구경 한 번 해 보자고 북한산에 올랐다.이북 5도청에서 오르는 길을 통해 동네 뒷산 오르듯 '사모바위'에 올랐다.'비봉'이나 '사모바위'나 아무튼 북한산 봉우리는 처음 올라본다.'비봉'도 그렇지만 '사모'도 평소 생각했던 뜻과 다 다르다.秘峰은 碑峰이었고 思慕는 틀림없는 四帽였다.   비봉 꼭대기는 갑자기 무섬증이 몰려와 오르지 못했다.친구들이라도 오르면 같이 할 텐데 저 사람들은 아예 아래에서 손이나 흔들지오를 생각도 안 했다.    '사모바위'에서 바라본 백운대,인수봉, 만경대. 요 세 봉우리 덕에 '삼각산'이란 이름을 얻은 것이다.평소 북한산은 아주 높고 험한 산일 것이라 하며 여태껏 살았다.아니 그런데 두어 시간 올랐더니 북한산의 심장부에 다다르는 거다.마당바위에 앉아 북한산 등정의 뿌듯함을 .. 2011. 11. 2.
계양산에서 내려다 보기 엊그제 친구들과 계양산에 올라 바라본 풍경.갑자기 기온이 많이 내려가고 또 비 온 다음날이라 조망이 좋다.인천에서 강화로 가는 307번 지방도로 위로 으리으리한 다리가 보인다.다리 아래로 아라뱃길이 지난다.      시원하게 뚫린 아라뱃길에 물이 가득 찼다. 김포 벌판에 큰 강이 새로 생겼다.부디 수도권 서부의 랜드마크가 되기를 소망했다.    사진 바로 앞마을은 남자아이만 낳는다는 승호 고향 다남리다.다남리 너머 아파트 단지는 용구 고향 풍무리 그리고 그 너머가 일산.완공된 킨택스 건물이 멀리서도 크게 보인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다.앞 누런 벌판이 가끔 자전거 타고 나가 노는 벌말이고 김포공항 활주로도 보인다.산꼭대기에서 보니 서울이 지척이다.    서남쪽. 계양산에서 볼 때 가장 아파트가 밀.. 2011. 10. 2.
당진 삽교호 바다공원 삽교호 바다공원은 서해대교 남쪽 삽교호 끄트머리에 있는 공원이다.태안 신두리 사구 구경을 하고 올라오다 네비에게 물어 찾은 곳.    공원 앞쪽으로 서해대교가 빤히 보인다.평일 탓인지 공원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바닷가 난간에 갈매기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섰다.    그러나 바다 안쪽으로 뻗은 데크에는 여기저기 사람들이 꽤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몇몇 사람은 낚시를 하는데 꽤 많은 물고기를 잡는다.   공원 중앙에는 어디서 본 듯한 친근한 석조물이 놓였다.삽교호는 대한민국 발전의 토대를 이룬 고 박정희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행사가 있었던 곳이었다.   공원 한쪽에는 낡은 퇴역 구축함을 활용한 함상공원이 있다.대한민국 해군의 위용 보다는 쓸쓸함이 먼저 다가오는데  사람이든 군함이든 은퇴하면그저 조용히 사라져 .. 2011. 10. 1.
전북 고창, 학원농장 메밀밭 고창 학원농장 해바라기 밭 건너편에 있는 메밀밭.황토 밭이 온통 메밀꽃이다.   하나씩 보면 보잘 것 없는 꽃인데 떼 지어 피어나니 그것이 장관이다.   흰 빛깔에 눈이 부시더니갑자기 숨이 순간 턱 막혔다.    메밀밭뿐만이 아니었다.멀리 보이는 황소 등짝 같은 뻘건 황토밭이나가로로 지나가는 구불구불한 능선들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감탄사가 절로 난다.   평창 허생원 입김 같이 하얀 메밀꽃.가난과 쓸쓸함이 배어 있는 꽃.   지금, 남도 고창 땅.부잣집 부동산에 퍼질러 피어서 배부른 사람들 볼거리로 호강하고 있다. 2011. 9. 27.
전북 고창, 해바라기 밭 여행 다니면서 늘 버스 창으로 멀리 바라만 보았던 해바라기 밭.처음으로 내 발로 해바라기 밭에 들어가 꽃을 보았다.눈앞이 어질어질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해바라기가 얼굴을 들이미는데 고만고만한 것들이 다 다르게 생겼다.작은놈 큰놈으로 해서 이파리에 줄기에 꽃잎이 다 제각각이다.   가만 보고 있자니 해바라기들이 우리 얼굴 같았다.   간혹 삐죽 나온 놈에 고꾸라진 놈에 밟히고 꺾인 놈까지 있지만노란색깔에 동그란 얼굴은 다 비슷하다.   넓은 들에 함께 모여 피어나니 같게 보인 거다.같이 모여 핀 꽃들은 유난히 행복하게 보인다.     우리도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환한 모습으로 제각각 모양으로 다른 듯 비슷하게 사는 거다.잘난 놈 못난 놈도 모두 제 잘난 멋에. 2011. 9. 25.
빠가사리 대박 지난 7월에 밤낚시 가서 허탕 친 강화 해명산 줄기에 둘러싸인 들녘. 절치부심하며 찾은 같은 곳에다 낚싯줄을 던지고 주변을 둘러봤다. 바람은 선선한데 한낮 햇살이 쨍쨍하다. 가을 들판에 앉아 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인 벼이삭들이 등 뒤에서 뭐라 한다. “저사람, 또 왔네.” 이번엔 벼메뚜기가 말을 건넨다. “eu5o3iuro3or?” 알곡 풍성한 들녁과 달리 수로에서는 입질 한 번 없다. 물 위로 하얀 구름만 무심히 지나간다. 오후 내내 낚싯대도 졸고 나도 졸았다. 저녁 무렵까지 한 마리도 못 잡고 밥이나 먹으로 가다 찍은 빨간색 코스모스. 가을에는 코스모스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뭐든 다 멋있다. 외포리 쪽으로 바닷물이 잔뜩 들어왔다. 그러나 반전은 오밤중에 일어났다. .. 2011. 9. 23.
영광 불갑사 꽃무릇 함평 용천사와 영광 불갑사는 차로 30여분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다. 그리고 두 절은 최근 가을 꽃무릇으로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갑사는 용천사에 비해 서너 갑절 큰 절이다. 절도 그렇고 꽃무릇 군락도 그렇다. 용천사에서 신물 나게 보았던 터라 신선한 맛은 덜했으나 지천으로 널린 꽃무릇을 계속 보고 있자니 다시 붉은 꽃 세상에 빠지고 말았다. 불갑사에는 용천사 보다 훨씬 많은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었다. 사진가들의 인기를 독점하는 멋진 사찰 담장 가에 자리 잡은 놈도 있고 지나는 사람들 발길에 채이는 길모퉁이에 자리 잡은 놈도 있다. 불갑사 꽃무릇 군락은 사찰 뒤에 있는 저수지주변 것이 운치 있다. 멋스런 울타리도 있고 이 꽃 저 꽃으로 춤추며 노니는 제비나비까지 있는 곳. 그리고 사찰과는 관계.. 2011. 9. 22.
함평, 용천사 꽃무릇 꾳무릇이 한창이란 얘기를 듣고 우리나라 자생지중 한곳인 함평 용천사를 찾았다. 용천사 부근 도로에서 부터 여기저기 꽃무릇이 보이더니 입구부터는 아예 길가에 줄을 섰다.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꽃이 여기서는 논둑에도 피었다. 물가에 피어 '무릇'이라는 사람도 있고 무리지어 피어 그렇게 부른다는 사람도 있는데 뭉개지도록 핀 모양을 보니 후자가 맞는 것 같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계절에 피어난 폭죽 같은 빨간 꽃. 결실을 축하하는 자기들끼리의 잔치가 벌어졌다. 길을 걸으며 꽃보느라 사진찍느라 자동차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쪽화단에서 저쪽 화단에 핀 꽃도 찍기도 했다. 편안하게 맘 놓고 꽃 사진을 찍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걷다보니 길가 비탈에도 꽃무릇이 깔렸네. 소나무 사이.. 2011. 9. 20.
관악산 등산 여름이 가다말고 돌아섰나 보다. 9월도 중순인데 기온이 30도가 넘는다.오후 3시 관악산 숲에는 여기저기 더위에 쓰러진 사람들이 눈에 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늘 산을 오른다.좁은 땅덩이에 갑갑증이 나서 그렇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눈 아래로 관악구가 몽땅 들어온다.갑자가 오른 기온 때문에 뿌연 시야가 아쉽기만 했다.   마당바위에서 잠깐 놀다 관악산의 진면목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내려왔다.맘대로 널브러진 돌이지만 폭우에 끄떡없는 관악산이다.그러고 보면 우면산은 인재가 틀림없다.   산행은 보잘 것 없었지만 먹는 것은 화려했다.남들이 통째로 예약한 음식점에 들어가서 편안하게 한 저녁식사.산을 탄 것인지 소주를 탄 것인지 분간이 안가는 산행이었다. 2011. 9. 17.
세계최고 인천공항 화장실 인천공항 2층 동쪽 끝에 있는 화장실 입구. 화장실 시설만큼은 대한민국이 세계최고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무료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인테리어가 세계정상급이다. 환상적인 원형모양의 화장실 내부 모습. 키 높이 변기와 뒤돌아서서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세면대는 정말 편리한 시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화장실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는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오는 순간 누구나 다 한 가족이 된다. 2011.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