꾳무릇이 한창이란 얘기를 듣고 우리나라 자생지중 한곳인 함평 용천사를 찾았다.
용천사 부근 도로에서 부터 여기저기 꽃무릇이 보이더니 입구부터는 아예 길가에 줄을 섰다.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꽃이 여기서는 논둑에도 피었다.
물가에 피어 '무릇'이라는 사람도 있고 무리지어 피어 그렇게 부른다는 사람도 있는데
뭉개지도록 핀 모양을 보니 후자가 맞는 것 같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계절에 피어난 폭죽 같은 빨간 꽃.
결실을 축하하는 자기들끼리의 잔치가 벌어졌다.
길을 걸으며 꽃보느라 사진찍느라 자동차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이쪽화단에서 저쪽 화단에 핀 꽃도 찍기도 했다.
편안하게 맘 놓고 꽃 사진을 찍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걷다보니 길가 비탈에도 꽃무릇이 깔렸네.
소나무 사이에도 피었고
숲속 깊은 구석대기에도 솟아올랐다.
우리 절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천 년 역사의 용천사 대웅전도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다.
깊은 산속에 있는 용천사는 정유재란과 육이오 동란, 즉 두 번이나 전소되어
1996년에 다시 지어올린 터가 센 사찰이란다.
용천사 경내 여기저기도 붉은색이 넘쳐난다.
꽃무릇으로 치장한 사찰이다.
향 나는 채소도 멀리하는 불가에 유난히 새빨갛고 요염하게 생긴 꽃이 천지라니
이 좋은 계절에 용천사 에서는 불공드리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찰 근처에 꽃무릇을 많이 심는 이유는 이 식물에서 얻을 수 있는 약효 때문이란다.
불가에서 쓰는 물감에 꽃무릇 알뿌리에서 얻는 성분을 섞으면 벌레가 끼지 않는단다.
그러나 그정도로는 이유가 안 되는것 같고 그보다는 꽃무릇의 화려함을 세워 놓고
스스로를 경계하려는 스님들의 지혜가 아닐까 혼자 맘대로 생각했다.
고요한 절간이 숲속에 정좌했는데 절로 향하는 길 양쪽에는 붉은 꽃이 한창이다.
풍경은 영락없는 봄인데 때는 가을이다.
꽃무릇은 화려하지만 그늘을 좋아한단다. 그리고 향기도 없고 열매도 맺지 않는다.
화려한 봄, 여름 지나 가을이오면 홀로 혼연히 솟아올라 꽃을 피우는 거다.
가을이 봄이요 봄이 가을이니 계절에 얽매이지 말지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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