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에서 일요일 아침 배달 온 절임 배추 소금에 잘 전 양구배추란다.
쌀 한 가마니 무게라고 하는데 값도 쌀 한가마니랑 뭐 대충 비슷하다. 대단한 배추다.
출가한 딸 세 자매가 친정집에 모여 왁자지껄 김장을 시작했다. 대파가 팍팍 썰려나가
그득히 쌓이고
채판에서 잘린 무가 차곡차곡 산처럼 쌓이더니 파 넣고 마늘 넣고 사랑 넣고 미움 넣고 세월에 인생에
이것저것 집어넣고 막 버무렸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빨개졌다. 김장속이 만들어졌다.
빨간 속을 하얀 배추 속에 넣었다.
배추가 벌게지더니 열이 났다.
그 열기에 방안이 훈훈해졌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김장은 사람을 따듯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