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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437

순천만과 갈대 이른 봄에 그것도 평일이니 관광지 어디든 한가해서 구경하기 좋다. 으리으리한 정문을 지키는 수문장도 심심한지 여유만만이다. 오른쪽 중경으로 보이는 산 이름은 용산. 그 산 우측 끄트머리에 순천만 조망대가 있다. 순천만에 오면 일단 저곳까지는 가야 왔다고 할 수 있단다. 갈림길 앞에서 망설였다. 좌측통행하려는 몸뚱이를 억지로 오른쪽으로 돌렸다. 갈대는 봄철에 베어내야 예쁘게 자란단다. 아직 대부분 갈대가 지난해 모습으로 서 있었다. 불을 확 질러 태울 수도 있지만 그러면 새들이 오지 않는다네. 오리가 나는 모습이 가끔씩 눈에 띄었다. 한겨울에 오면 하늘을 뒤덮는 새떼를 볼 수 있다는데 좀 아쉬웠다. 그러나 예쁜 소리를 내며 갯벌에서 노는 '댕기물떼새'는 볼 수 있었다. 워낙 새가 귀한 때라 반가웠다. 갯고.. 2011. 3. 25.
남해, '다랑이마을' 남도에는 지금 마늘이 지천이다. 진시황제 불로초로 진상됐다는 바로 그 마늘이다. 산천초목 조용한 이른 봄 자기 혼자 이만큼 쑥 자라난 모습이 과연 남달랐다. 단군신화의 곰이 먹은 것은 요 파란 싹이 아닐까 문득 생각났다. 가천 다랑이 마을을 동쪽으로 놓고 달리며 창밖으로 이어지는 풍경. 봄볕을 한 아름 받고 있는 이름 모를 남도 작은 포구. 보기에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평화로운 풍경. 남해안을 끼고 가다 쉬다 하며 사진기를 들이대는데 찍는 것마다 작품이다. 도로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가천다랑이마을'. 노인들만 사는 60여 호 가구가 다랑이 논을 가꾸며 사는 곳이다. 다랑이논은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대신 관광객이 많이 모여든단다. 가천마을 앞 바다는 예로부터 파도가 거칠어 부두를 만들 수 없었단다. .. 2011. 3. 21.
남도, 봄나들이 여행은 갑자기 떠나야 제맛이 난다. 남도 섬진강가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차를 세우고 봄을 찍었다. 풍경은 머리를 지나 가슴속 깊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강쪽으로 몸을 돌리니 커다란 섬진강이 하얗다. 센 바람이 불어오지만 봄바람이다. 바람에 들썩이는 모자를 누르며 고개를 숙이니 연초록 찔레순들이 반짝거린다. 오랜만에 본 '섬진강'이 예전보다 넓고 깊어진 느낌이 들었다. 세파에 찌든 내 맘때문인가 하니 슬펐다. 강물에서 우르르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강기슭 아래로 내려섰다. 강물에 부딪힌 햇살들이 눈 앞에서 하얗게 부서졌다. 앙증맞은 버들개지 하나 둘 셋 넷 가지마다 매달렸다. 그 자리에서 본 하류 쪽. 햇빛을 품은 은빛 모래가 강물처럼 뻗었다. 강 너머 풍경. 산비탈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뽀얀 봄기.. 2011. 3. 19.
북한산 산행 나이 들어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제일 쉬운 방법은 산행이겠다. 그러나 산길 갈래가 많은 곳에서는 어디로 갈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정표를 앞에다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가던 길로 갔다. 가끔 사소한 것에서 기분 좋을 때가 있다. 잘생긴 나무가 이정표를 옆구리에 꿰찼는데 그림이 예쁩니다. 웃는 입인가 하면 산봉우리도 되고 또 둥근 해 같기도 하고 산길은 둘이 걸어야 제 맛이 난다고 권하기도 한다. 서울시에서는 별걸 다 선정했다. 우수 전망 명소 안내판에 적힌 봉우리 이름들. 왼쪽부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승가봉, 나일봉, 나한봉, 문수봉, 보현봉 숲 속 오솔길은 바로 이런 길을 일컫는 말이겠다. 토끼나 꿩 한 마리 휙 지나가면 금상첨화로다. 북한산 길은 오르다 걷다 쉬다 하며 사방을 조망할 수.. 2011. 3. 12.
명퇴를 하다 드디어 나도 리타이어를 했다. 적당한 핑계를 내세워 알아서 물러났다. 왜 벌써 그만 두냐고 뭐라고들 했지만 내심 좋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속을 보일 수 없어 그렇지 난 더 좋다. 출퇴근이 사라진 지 오늘로 10여일 째 별일도 아닌 걸 놓고 괜히 심각 하느라 하루가 바쁘다. 벽에 걸린 달력에 시간이 주렁주렁하다. 묵직하다. 2011. 3. 10.
파주 나들이 친구들과 약속했던 대로 심학산 둘레길을 걸었다. 올겨울 들어 가장 따뜻한 날씨다. 여유로운 주차장이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든다. 심학산 북쪽허리에 있는 약천사에는 바라만 봐도 불성이 생길만한 크고 인자하신 약사여래대불이 있다. 그리고 사찰 바로 옆에 넓은 주차장을 마련해 심학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었다. 배수지 둘레길 들머리 풍경. 따뜻한 오늘은 쌓인 눈이 어쩐지 힘이 없어 보인다. 심학산은 200m도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높은 산이 없는 일산 파주 지역에서는 가장 사랑받는 산이란다. 또 산이 길게 누에처럼 생겨 오르기 보다는 산허리를 따라 걷는 둘레길이 인기를 얻고 있는 산이기도하다. 심학산 정상에서 본 북쪽. 앞에 보이는 풍경은 한강하류와 임진강이 만나는 곳. 아직 녹지 않은 한.. 2011. 2. 21.
정월 대보름달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처다 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달 노래를 이렇게 부를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2011. 2. 18.
떡볶이 기온이 급강하한 야심한 시각 썰렁하고 출출해서 떡볶이로 불을 좀 땠다. 뜨거운 맛에 안 가던 시간도 잘 가고 추위도 잊었다. 석유 한 방울이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는 떡볶이가 있다. 2011. 1. 7.
새해 아침 혹한의 새해 아침 큰 기러기가 줄을 지어 하늘을 난다. 유난히 파란 겨울 하늘에 활짝 편 날갯짓이 희망차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1월 아낌없이 주고받는 복을 따라 꿈과 희망이 분주한데 나의 2011년, 드디어, 끝이 없는 시작이 시작되었다. 2011. 1. 3.
송년 또 한 살을 먹는다. 생각해 보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에 무서운 게 별로 안 보인다. 점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 흘린 멸치대가리나 김치 쪼가리쯤은 손으로도 먹을 수 있다. 대충 먹고 그리고 대충 입을 수 있다. 하루가 정말 짧아진다. 젊어서는 힘없이 지나는 노인을 보며 무슨 재미로 사나 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나이 들수록 딱히 하는 일도 없이 하루가 금방 간다. 새벽에 일어났지만 금방 저녁이다. 부부가 배우자라고 한 이유도 알겠다. 공연히 가르친다고 걸쩍거리다가 분란만 일으켰다. 이제는 마누라가 하자는 대로 한다. 그러니 편하다. 무엇이든 기회가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는다. 나중에 하려고 미루었더니 그 맛이 안 난다. 열심히 먹으러, 보러, 놀러 다니지만 그 옛날 그 느낌.. 2010. 12. 31.
세모 세밑, 한 해의 마지막은 하필 한겨울에 막아서서 우리를 더 춥게 만든다. 지하철을 타고 종각을 다녀왔다. 오늘 따라 거리 풍경이 다 흑백으로만 보이는데 사람들 입에서, 버스 꽁무니에서, 빌딩 꼭대기에서 폴폴 하얀 수증기가 보인다. 바라보니 하나같이 정답고 지나치자니 아쉽기만 하네 한 해가 또 가는 모양이다. 2010. 12. 29.
송년회 송년회 가다가 개기 월식을 봤다. 달을 배경으로 지구가 난다. 빠르다. 친구들이 몽땅 백수가 되었다. 우리는 시간이 남고 흘러 넘쳤다. 어린 시절부터 아주 자세히 이야기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았다. 현관에서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다가 결국 내쫓겼다. 2010. 12. 23.
나뭇가지로 만든 솟대 지난번 만들었던 나뭇가지로 만든 솟대가 재밌어이번에는 껍질까지 일일이 벗겨가며 또 만들었다.   만든 놈들을 죽 세워놓고 물끄러미 보고 있으려니들인 노력에 비해 보기가 괜찮다.부가가치가 꽤 높은 목공예다.   자르고 벗기고 뚫어 끼우면 된다. 30여 개 만들어 고마운 분들에게 하나씩 돌렸다.좋아서 죽겠단다.   솟대는 민속신앙에서 새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세우거나마을 입구에 마을의 수호신의 상징으로 세운 긴 나무 장대이다.삼한 시대의 소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 위키백과에서 2010. 12. 16.
김장 처가에 가서 김장을 도왔다. 배추도 씻어 담고 무 채도 썰고 닥치는 대로 했다. 배춧속 만드는 건 구경만 했다. 빨강 초록 노랑이 어우러지니 배추김치가 맛은 둘째고 일단 멋있다.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늙은 사위에게 장모님이 부탁하신다. ‘내년에도 꼭 오시게나.’ 2010. 12. 4.
강태공 열 받다 널말 수로를 지나다 낚시하는 분들을 잠시 구경했다. 비슷하게 생긴 세 사람이 비슷한 의자에 앉아 비슷한 길이의 낚싯대를 비슷하게 하나씩 펼쳤는데 가운데 후드 모자 쓰신 분, 혼자서만 연이어 붕어를 낚아 올리네. 좌우 분들 흘낏거리며 빈 낚싯대만 들었다 놨다 한다. 손바닥만 한 물가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빈부격차. 2010.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