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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송년

by 조인스 자전거 2010. 12. 31.

 

또 한 살을 먹는다.

생각해 보니 나이가 들면 들수록 세상에 무서운 게 별로 안 보인다. 점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

흘린 멸치대가리나 김치 쪼가리쯤은 손으로도 먹을 수 있다. 대충 먹고 그리고 대충 입을 수 있다.

 

하루가 정말 짧아진다. 젊어서는 힘없이 지나는 노인을 보며 무슨 재미로 사나 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나이 들수록 딱히 하는 일도 없이 하루가 금방 간다.  새벽에 일어났지만 금방 저녁이다.

 

부부가 배우자라고 한 이유도 알겠다. 공연히 가르친다고 걸쩍거리다가 분란만 일으켰다.

이제는 마누라가 하자는 대로 한다. 그러니 편하다.

 

무엇이든 기회가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것을 문득문득 깨닫는다.  나중에 하려고 미루었더니 그 맛이 안 난다.

열심히 먹으러, 보러, 놀러 다니지만 그 옛날 그 느낌이 아니다. 추억이 그렇게 아름답지만 않은 것 같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생각이 나는 거다.  가끔 내가 기억 못 한 재밌는 일들이 궁금할 때가 있지만

그건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지나고 나니 세상 일이 비슷비슷하다. 부러운 것들이 점점 줄어든다. 부러워하는 것도 힘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젊은이들에게 늙은이 마음을 알아 달라는 말은 헛소리다. 늙은이는 젊어 봤지만, 젊은이는 늙어보지 못했다.

어린 마음은 늙은 마음을 결코 알 수 없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다. 상쾌한 아침 공기. 파란 하늘, 나무, 꽃, 구름

따뜻한 햇볕, 쪼르르 달려가는 아이들, 보이는 것들이 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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