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437 정월 대보름날 저녁밥을 먹고 산책길에 보름달을 한번 찍어보려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아직도 빙판인 아파트 사잇길이 어째 오늘따라 더 을씨년스럽다.정월 대보름 명절도 다 옛말이 되고만 거다. 일찍 장사를 거둔 삼거리 포장마차가 우두커니 섰는데깡통에 불 피워 휘휘 돌리던 아이들은 어디로 다 가버린 것일까? 구름 사이로 간간이 보이던 정월 대보름달이 환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대보름 자정을 기해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두게 된다.부디 흐트러진 나라의 국기를 바로잡고 못 가진 자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하는존경받는 대통령이 되기를 달을 보며 기원했다. 2013. 2. 25. ‘수락산’ 겨울산행 해성이의 도움을 받아 승호와 수락산을 올랐다.등산로 나들목에서 이정표 하나가 처음 찾는 등산객을 환한 얼굴로 반긴다.세련된 모양과 색깔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의 한 면을 보여주는가 싶어 뿌듯했다. 그런데 이정표의 살가운 반김과 달리 이 사람들은 등산로 초입부터 서로 딴청이다. 며칠 날씨가 다시 추워져 겨울이 다시 오나 했더니산 속 계곡은 역시 물이 졸졸 흐르는 봄이다.짧은 눈이 이불처럼 바위를 덮었다. 지하철 '수락산역'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는 완만하다.공수부대 출신의 동서에게 축지법을 배운 친구가 빠르게 걷는다. 나도 걸어가며 축지법을 배웠다.축지법이란 자기 앞에 놓인 돌의 앞부분을 디디는 거란다.한 눈 팔지 않고 돌의 앞부분만 보고 내딛으면 하루에 천릿길을 간단다. '수락산'에는 다.. 2013. 2. 22. 뿌꾸 산책 설 전에 내린 눈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아직도 한가득 이다. 뿌꾸를 눈 하얀 운동장에 데리고 들어갔는데 언 눈은 처음 보는지라 어색해한다. 그래도 하얀 눈밭에 떡 서니 모양새가 난다. 작은 몸뚱이지만 균형이 잡혔네. 놀러 나온 학생들과 대면한 뿌꾸. 인사는커녕 바로 앞에 가서 계속 짖어댄다. 녀석이 눈치도 없이 집주인에게 대드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미끄럼틀 위에서 벌 받는 뿌꾸. 웃음이 나왔지만 생각해 보니 이것이 동물 학대가 아닌가. 개처럼만 살아도 다행이다 싶은 우리 사는 세상. 내 오만한 행위를 잠시 반성했다. 2013. 2. 14. 계사년 설날 올 설도 역시 먹으면서 시작해서 먹다가 끝났다. 만두 빚으며 시작된 설맞이는 설날 아침 떡국에다 한 살을 확실하게 방점 찍고 조상님들이 남겨주신 음식 없애느라 주야로 바빴다. 입 궁금한 한겨울 대놓고 차려먹는 명절. 세상이 변해도 꿈쩍 않는 우리의 설. 2013. 2. 11. 관악 설산 산행 이 겨울 가기 전에 눈 내리면 등산 한번 하자고 했는데 하느님이 들으셨는지 바로 눈을 내리셨다.하는 수 없이 산을 올랐다. 삼십 여분 올랐는데 벌써 시내가 다 내려다보인다. 관악산은 능선 따라가며 서울 시내 보는 구경이 좋다. 등산가자 하면 뽑히는 우리에게 제일 만만한 산이다. 남쪽으로 멀리 '연주봉'이 보인다. 오늘은 목표가 저기라고 기세 좋게 말했지만 맞장구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북서쪽으로 카메라를 겨눴다. 눈이 그렇게 많이 왔다고 하는데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냥 빌딩뿐이다. 빌딩을 저렇게 배경으로 두고 이렇게 아름다운 설산이 있는 곳은 모르긴 몰라도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뭔 일 하자면 장비에 있어선 최고인 승호 겨우 자기 집 뒷산 올라가는 중이건만 스틱에서부터 완전 무장이다. 어제.. 2013. 2. 5. 선물 딸이 보낸 선물이 비오는 이 월 초하루 도착했다. 종일 침침하던 방 안이 갑자기 환하다. 어릴 때 우리는 커다란 컴퓨터를 사 줬는데 다 큰 아이는 맵시 나는 조그만 컴퓨터를 사서 보냈다. 마누라는 좋아서 이리보고 저리만지면서 아이가 옛날에 그랬듯이 손에서 놓지를 않는다. 전화기 .. 2013. 2. 1. 제주, 콜라비 제주도 여행 갔던 마누라가 생전 처음 보는 채소를 사왔다. 서양 이름이라 별난 줄 알았더니만 딱 강화 순무다. 순무와 양배추의 교배종이란다. 무보다 더 바람이 잘 드는 놈이라며 하나씩 랩으로 잘 싸매 냉장고에 넣었다. 심심한 겨울밤 냉장고 문 열고 하나 둘 썰어 먹자니 그 옛날 밭.. 2013. 1. 19. 뿌꾸의 계사년 새해 인사 우헤헤, 주인님, 그리고 조인스블러거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전 뿌꾸입니다. 자, 이제 인사는 했으니 달려보자. 멋쟁이 주인님, 나 잡어 봐여 ~ 야호 ~ 와우, 이 신선한 느낌. 나는야 제설견. 야호 ~ 허나 이제 내 나이 두 살. 한 살 더 먹었으니 좀 점잖아 져야겠다. 그리고 올 해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흐흐흐. 2013. 1. 1. 함박눈이 왔어요. 이게 머지? 오잉? 이것이 눈? 그렇다면 난 멀 하지? 에라 모르겠다. 달리면서 생각하자. 달려 ~ 가만있자. 이거 들러붙은 게 다 머지? 2012. 12. 5. 임진년 송년회 추운 저녁 마누라와 함께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를 했다. 지난 시월 말 개통된 부천 지하철 7호선을 처음 탔다. 에스컬레이터가 다가가니 돌아간다. 재밌고 고맙다. 회식장소에 걸린 크리스마스카드 같은 플랜카드. ‘회식메뉴 주문 시 주류 무한 제공’ 대한민국은 과연 술의 천국이다. 저녁 여섯시. 정해진 시간에 모두들 칼 같이 왔다. 한 분도 빠짐이 없다. 모두 백수인 까닭이다. 모이는 것은 매년 변함이 없지만 노는 모습은 한해 한해가 다르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언제쯤부터인지 점점 마누라들 덩치가 커 보인다. 아무튼 마님이 머슴 구박하는 얘기로 시작해 손자 뒤치다꺼리 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안철수 캠프 해단식은 끼지도 못했다. 이게 우리 사는 모습이려니 해도 어째 오늘은 사내들이 퉁퉁 분 우동가락 같다. .. 2012. 12. 4. 김장잔치 처가 식구들이 모두 모여 김장 잔치를 했다. 잔치가 별건가 무 배추로도 할 수 있는 거다. 채소는 다듬는 맛도 그만이다. 드러나는 새하얀 속에 속이 시원해진다. 쪽파를 다듬는 장모님 손길. 많이 늙으셨다. 내 전공은 채칼 썰기지만 오늘은 다양한 분야에서 솜씨를 보였다. 채칼과 무채.. 2012. 11. 25. 인천대공원에서 뿌꾸와 뿌꾸를 데리고 가을이 한창인 인천대공원에 갔다. 맑고 싸한 공기가 우리를 맞는다. 어느새 가을이 깊었다. 수목원 곱게 물든 단풍잎이 햇살에 눈부시다. 얼마 가지 않아 뿌꾸가 벌써 혀를 빼어 문다. 날뛰느라 용을 써서다. 소풍 나온 꼬마들이 뿌꾸를 보고 달려든다. 엉킨 놈들을 간신히 떼어놓았다. 뿌꾸는 신이 났다. 거침없이 뛰어다닌다. 둥근 조각상들이 웃고 각진 조각상들이 '이놈' 하고 뭐라해도 뿌꾸는 끄떡도 안한다. 이리저리 날뛰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린 뿌꾸. 우릴 보고 달려오는데 거의 공중을 난다. ‘해후’ 잠시 후 둘 다 제정신으로 돌아 왔는데 때마침 제 또래 강아지가 한 마리 나타났다. 주인은 몰라라 하고 정신없이 수컷을 따라가는 놈을 간신히 붙잡았다. 뿌꾸가 이성에게 많이 굶주렸나 보다. 날고.. 2012. 11. 17. 인천공항에서 누구를 마중 나가기만 해도 기분 좋은 공항 가는 길. 머나먼 남미로 여행가는 길은 말 그대로 날아간다. 우리는 하늘을 날지만 운전하는 아들은 죽을 맛인가 보다. 달리는 내내 어머니의 집안 단속 잔소리 들은 표정이 울상이다. 출국장 로비에 들어서니 잔뜩 부푼 마음을 클래식이 달래준다. ‘문화와 하늘을 잇다’는 팻말을 걸어놓고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분주히 오가는 여행객 사이에서 열심히 켜고 불고 두드리는 모습을 보자니 괜히 미안하다. 문화와 하늘을 잇는 행사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왕가의 나들이’라는 제목으로 청사 로비를 누비는 조선왕가의 처자들도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을 사뿐사뿐 걷는 단정한 행렬에 지나는 외국인들 눈이 휘둥그레하다. 행색이 아프리카 분위기 나는 연수단 일행은 아예 고개를 옆으로 돌리.. 2012. 11. 11. 아라 뱃길 山菊 자전거를 타고 아라 뱃길 자전거길을 신나게 달리다가길가 샛노란 들국화가 내뿜는 향기를 맡았다.들국화 향에 자전거가 멈췄다. 山菊이었다. 이렇게 많은 山菊은 생전 처음 대면했다.그 작은 것들이 뭉쳐 뿜어대는 황금빛과 꽃향기에정신이 어질어질 눈앞이 노래진다. 손톱만한 山菊 꽃을 하나 둘 세다보니그 하나하나 모양이 해바라기 같다.아니 잉카의 황금조각이다. 덩이덩이 금덩이가 바람에 흔들리자 국화향기 진동하는데향기에 놀랐는지 베짱이 한 마리 山菊 위에서 자세를 고쳐앉는다.가을이 연출한 아라 황금 페스티벌.주연은 단연 山菊이다. 2012. 10. 15. 고구마 캐기 지난 오월에 심은 고구마를 만나러 삼산도로 향했다.주말이면 이 넓은 곳이 꽉 찬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오후 네 시 강화 외포리 선착장은 한산하다. 아침부터 날씨가 이상하더니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분다.강화해협에 뜬 새우잡이 배들이 흔들흔들 춤을 추는데자동차 실은 삼보 페리호는 미동도 없다. 좀 일렀지만 아예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석포리 식당에 들어갔다.된장찌개를 시켰더니 바로 앞에서 방금 잡았다는 생새우를 맛보라며 내 온다.맛이 고소하다. 농막에 들어서는데 정글 같던 곳이 잘 정돈되었다.추석 무렵에 승호네 형제들이 들어와 지냈다더니 역시 집은 사람이 드나들어야 산다. 여름 내내 잘 자라준 고구마 밭.내일이면 몽땅 파 엎어질 2012년 기념사진을 찍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여기저기.. 2012. 10. 12.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