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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고구마 캐기

by 조인스 자전거 2012. 10. 12.

지난 오월에 심은 고구마를 만나러 삼산도로 향했다.

주말이면 이 넓은 곳이 꽉 찬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오후 네 시 강화 외포리 선착장은 한산하다.

 

 

 

아침부터 날씨가 이상하더니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분다.

강화해협에 뜬 새우잡이 배들이 흔들흔들 춤을 추는데

자동차 실은 삼보 페리호는 미동도 없다.

 

 

 

좀 일렀지만 아예 저녁을 먹고 들어가려고 석포리 식당에 들어갔다.

된장찌개를 시켰더니 바로 앞에서 방금 잡았다는 생새우를 맛보라며 내 온다.

맛이 고소하다.

 

 

 

농막에 들어서는데 정글 같던 곳이 잘 정돈되었다.

추석 무렵에 승호네 형제들이 들어와 지냈다더니 

역시 집은 사람이 드나들어야 산다.

 

 

 

여름 내내 잘 자라준 고구마 밭.

내일이면 몽땅 파 엎어질 2012년 기념사진을 찍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여기저기서 가을꽃과 열매들이 인사를 한다.

지리산에서도 만났던 ‘꽃향유’

 

 

 

서리 내릴 때까지 붉은 빛을 잃지 않는다는 ‘낙상홍(落霜紅)’

 

 

 

산새에게 먹히다말고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대봉시’(大奉枾)

 

 

 

그리고 산 속 생활에 잘 적응해 자라는 ‘야옹이’.

지난번에는 일곱 마리였는데 두 마리만 보인다.

잘 먹고 지내는지 털에 기름기가 자르르 하다.

 

 

 

다음날 아침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충 먹고 고구마를 캤다.

 

 

 

얼마나 깊게 들어앉았는지 삽으로 파야만 했다.

쪼그리고 앉아 대충 긁어내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다.

고구마 캐기는 예상외로  중노동이었다.

 

 

 

그러나 고된 일일수록 끝은 즐겁다.

고구마가 평년보다 덜 나왔지만 알이 굵다.

내년에는 어쩌구 저쩌구 피드백을 하며 상자에 넣는데

잠시나마 원초적 수확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세 시 좀 넘어 농막을 나섰다.

가을을 닮은 ‘차풀’이 문가에서 배웅을 한다.

 

 

 

고추잠자리도 뒤로 앉아 슬쩍 곁눈질을 한다.

겁 많은 녀석이지만 늘 곁을 맴돈다.

잘 있어라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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