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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438

한탄강 CC 오랜만에 골프장에 갔다. 어제 황사예보가 있었는데 예상보다 덜하다. ‘한탄강 CC’는 부천에서 먼 거리지만 오래 달린 만큼 주변 경치가 좋은 곳으로 우리나라 최북단 골프장이다. 첫번 째 홀. 일 년 여만에 친 공이 제 멋대로 날아가더니 멀리 오른쪽 소나무를 맞고는 페어웨이로 굴러 들어간다. 좋은 징조란 예감이 팍 드는데 끝까지 정말 그랬다. 철원 평야 한복판에 들어앉은 이곳은 어느 코스에서나 보이는 산 능선이 아름답다. 황사는 거의 걷히고 해는 있으나 그렇게 따갑지 않다. 처음 서너 홀은 볼 찾기에 모두가 바빴다. 넓은 페어웨이는 놔두고 나무 밑으로만 파고드는 희한한 골프공. 페어웨이가 안 보이는 홀. 어디 한 번 원 없이 쳐 보라고 만든 곳이지만 이런 곳일수록 볼은 잘 안간다. ‘순담 계곡’을 따라 가.. 2014. 5. 30.
아라뱃길 금계국 황사가 있다고 하는데도 자전거를 끌고 나섰다. 엊그제 잠시 봤던 아라뱃길에 핀 금계국 꽃이 보고 싶어서다. 하늘은 황사로 뿌옇지만 꽃들이야 황사가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 오월 햇빛은 운하에서 반짝이고 불어대는 바람에 금계국은 난리가 났다. 일제히 불어대는 노란 꽃무리의 합창. 가만 들어보니 황사 칸타타가 틀림없도다. 목을 빼고 너울거리는 '금계국' 아래에 들어섰다. 이리보고 저리 보며 사진기를 들이댔다. 갑자기 눈앞이 노래졌다. 새빨간 '개양귀비'한테 가서 잠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금계국’, ‘샤스타데이지’가 어우러진 풍경. 그리고 보니 둘 다 가을꽃과 비스름한 꽃들이다. 구절초와 비슷한 '샤스타데이지', 그리고 코스모스 같은 '금계국'. 그 사이에 ‘끈끈이 대나물’이 고명처럼 들어앉았다. 노란색 흰색.. 2014. 5. 26.
수습 불가 한 여자가 푸줏간에 들어와서 닭을 보여 달라고 했다. 마침 남아 있는 닭은 딱 한 마리뿐이었다. 주인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닭은 진열장 밑 통에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은 그 속에서 마지막 남은 닭 한 마리를 꺼냈다. 그것을 본 여자가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좀 더 큰 건 없나요?", "있죠." 주인은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그 닭을 도로 통 속에 넣고는 그 속에서 이리저리 흔들다가 다시 꺼내서 보여주었다. 그러자 여자가 돈을 꺼내며 이렇게 말했다. . . . . . . "두 마리 다 주세요" 2014. 5. 24.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 십년도 훨씬 넘게 약 십 오만여 그루의 장미나무를 가꾸고 있는 부천 '백만 송이 장미원'은 말 그대로 백만 송이 장미꽃을 피운다. 장미나무 그루 당 열 송이의 장미꽃을 피운다고 가정할 때 최소 백만 송이의 장미가 이곳에 있다는 거다. 장미 한 송이도 좋은데 백만 송이 장미가 핀 이곳에 들어서면 향기야 말할 것도 없고 장미공원을 오가는 사람들 표정이 좋아 더 좋다. 여기저기 이 꽃 저 꽃에 카메라를 들이미는데 그 또한 환한 미소다. 정다운 분위기에 젖어 장미공원을 한참 돌다가 급기야 제각각인 꽃에 달린 이름을 다 찾아 봤다. '요한스트라우스'(Johann Strauss) -부드럽고 섬세한 색채가 매력적이고 꽃이 오래감. '우라라'(Urara) -쇼킹핑크색으로 시즌 내내 잘 피며 잎이 두께감이 있고 내병성이.. 2014. 5. 23.
부천, 원미산의 오월 부천서 산지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원미산’에 올랐다. 떡갈나무 위로 쏟아지는 오월 햇빛이 눈부시다 오월 신록이 저 색깔임이 틀림없겠다. 산에 오르면서도 놓지 못하는 저놈의 스마트 폰 저 물건은 우리에게 과연 뭘까 늘 묻고 또 묻지만 답이 없다. ‘원미산’ 둘레 길에서 본 서쪽 방향의 ‘부천 리첸시아’. 부천에서 제일 높은 66층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사는 사람은 어떤지 몰라도 일단 보기에 멋있다. 둘레 길 걷는 내내 짙은 아카시아향기가 따라온다. 아카시아 향을 맡으면 왜 그렇게 옛 생각이 나는지. 동구 밖 과수원길 노래 때문인가. ‘원미산’ 둘레길이 이리도 넓고 숲이 우거졌는지는 정말 몰랐다. 길가 ‘숲길은 산소 공장’ 이라고 써 놓은 안내판을 보고 숨을 크게 한껏 들이마셨다. 기분 좋게 길을 지.. 2014. 5. 15.
삼산 농막에서 오랜만에 승호와 삼산 농막으로 들어갔다. 강화읍 단골집에서 가지, 오이, 고추 모종과 고구마 순을 샀다. 가을 수확할 때보다 모종 살 때 기분이 더 좋다. 아마도 꿈이 있어서일 게다. ‘외포리’에서 삼산으로 들어가는 ‘삼보해운’ 페리에서 바라본 남쪽 스피커에서 ‘구명정은 어디 있으며...’ 하는 방송이 들린다. 전에는 하지 않던 일이다. 그러나 변함없는 ‘새우깡 갈매기’는 오늘도 벌떼처럼 달려든다. 아이들이 주다가 무섭다고 떨어뜨린 새우깡을 주워서 조르는 갈매기들에게 주었다. 늦은 오후에 찾아든 농막은 신록이 가득하다. 얼마 전에 심었다는 감자가 어른이 다 되었다. 하기는 며칠 전 강남시장에서 햇감자를 이미 봤다. 모종을 심다 사진을 찍다 하면서 농막의 오후를 즐겼다. 파 꽃을 향해 날라드는 배추흰나비 .. 2014. 5. 11.
라일락 꽃 아래에서 하늘도 슬픔에 잠겨 나흘 내내 잿빛이다. 아파트 화단에 라일락이 꽃을 활짝 피웠다. 진한 라일락 향기 아래에서 슬픔을 느꼈다. 흐르지 못하는 눈물이 가슴속에 멍울진다. 4월 어느 봄날에 들이닥친 산 같은 주검 앞에서 산 사람들은 모두 죄인이 되었다. 우리는 이 죄를 무엇으로나 갚을거나. 자식 앞세운 저 부모의 새까만 가슴은 또 누가 위로해 줄거나. 기다림과 안타까움과 원망만 가득한 팽목항. 출렁이는 바닷물은 아무 말이 없지만 부디 살아나와 모두를 놀라게 할 기적의 생환을 우리는 염원한다. 2014. 4. 19.
파주, 헤이리 마을 부모님 산소에 갔다가 공원 앞에 있는 ‘헤이리’ 마을구경을 했다. 우리 동네 벚꽃은 많이 졌는데 여기는 이제 한창이다. ‘헤이리’는 그 이름이 언제나 봄 같은 느낌을 준다. 마을에 못 보던 집들이 그새 많이 들어섰다. 한 바퀴 크게 돌며 구경이나 하자고 나섰지만 워낙 넓어 반 바퀴도 못 돌고 기권했다. 아래 주차장 입구의 ‘UV하우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헤이리’를 소개한 글을 보다가 얻은 지식 몇 가지. ‘헤이리’의 자랑거리는 담장을 없앤 집들의 마당이 이어지면서 자연처럼 연속적인 공간을 만든다는 거다. 두 번째 자랑. 인간중심으로만 조작돼왔던 자연공간을 사람이 스스로 자연 속에 녹아들도록 한다. 세 번째 자랑. 자연 앞에서 욕심을 줄이고, 건물들이 전체로서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보자는 큰 개.. 2014. 4. 11.
비행기에서 본 서해 바다 두바이에서 떠난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가까워 오자 서해 섬들이 나타났다. 비행기 창으로 아는 곳을 내려다보는 맛은 색다르다. 그림 같은 ‘소이작도 벌안 해수욕장’. 40여 년 전 어느 겨울 승호와 다녀온 곳이다. 왼쪽이 대이작도이고 오른쪽이 소이작도. 아래가 북쪽이다. ‘대이작도’ 오른쪽의 ‘승봉도’. 좌청룡 우백호의 잘생긴 해변이 ‘이일래 해수욕장’. 섬 아래쪽에 ‘동양콘도’ 건물도 보인다. 작은 섬에 저렇게 큰 건물을 짓다니 망할 수밖에. 그리고 승봉도 바로 남쪽에 있는 무인도인 ‘사승봉도’ 비행기는 시화호 상공에서 유턴했다. 왼쪽이 시화 방조제이고 가운데는 오이도, 위는 안산시. ‘시화 방조제’ 가운데의 ‘T Light 휴게소’. 위쪽은 ‘송도 LNG스포츠 타운 야구장과 골프장’ 왼쪽이 쌍섬 중 하나.. 2014. 3. 18.
점심 오랜만에 아이들과 같이 이탈리안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스파게티가 맛있다고 해서 몽땅 같은 것을 시켰는데 두 명은 결국 남기고 두 명은 간신히 먹었다. 다행히 후식으로 나온 커피는 매우 맛있었다. 따라서 점심은 커피를 먹은 꼴이 되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었다. 2014. 2. 28.
옛 그림 옛 짐을 정리하다 발견한 정체불명의 석고 소묘 몇 장. ‘비너스(Venus of milo)’ 내가 그린 것이라고 마누라는 우기는데 ‘세네카(Seneca)’ 나는 이 그림들을 그린 기억이 전혀 없다. ‘청년 부르투스(Brutus)’ 이것이 내 치매의 전초 증상일까? ‘카라칼라(Caracalla)’ 아니면, 마누라가 먼저? ‘쥴리앙(Giuliano)’ 도무지 알 수 없는 신들의 세상. ‘아리아스(Ariadne)’ 2014. 2. 6.
뿌꾸와 고구마 뿌꾸는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탄다. 기세등등한 동장군 때문에 나들이는 언감생심이고 종일 방안에서만 지내는데 툭하면 이불 속만 찾아든다. 더구나 자란 털이 지저분해 홀랑 깎았더니 요즘은 종일 이불속에서 산다. 녀석이 안쓰럽기도 하고 마침 우리 입도 궁금한지라 겨울의 별미 고구마를 구웠다. 뿌꾸가 제일 좋아하는 군것질은 고구마다. 뭘 하라 해도 세상 꿈쩍 않는 놈이 고구마하면 벌떡 일어난다. 잘 익은 고구마가 들어왔다. 구수한 맛 밤고구마다. 고구마가 잘생겼다 했더니 맛은 더 좋다. 누구는 노란 고구마가 맛있다고 하는데 난 밤고구마가 좋다. 아무튼, 고구마가 냄새를 풍기자 뿌꾸가 옆에 착 달라붙는다. 고구마를 다 먹고도 빈 접시를 한참동안 핥는 뿌꾸. 강아지 밥 먹는 것은 언제 봐도 좋다. 트림까지 슬쩍 한번.. 2014. 2. 5.
한 해를 보내며 계속 춥던 날씨도 좀 풀리고 무심히 가버리는 섣달그믐이 아쉬워 광택이네 농장에서 고기를 구어 먹기로 했다. 빈 소리는 절대 안 하는 광택이가 역시나 틀림없이 만반의 준비를 갖췄는데 늘 고기 준비는 우리들 몫인데 오늘은 어떻게 갈매기살까지 잔뜩 사 놓았다. 아무튼 밖에서 고기를 구우면 뭔 고기든 다 맛있는데 서로 도와 자르기도 하고 침도 묻혀 뒤집으면서 뒤적이다 보면 술에 앞서 먼저 연기에 취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잘 익어가는 갈매기살을 보니 오늘 삼겹살은 무한정 초라해졌다. 그리하여 비게 많은 삼겹살은 뒤로 처지고 오동통한 갈매기살이 식탁 중앙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술에 고기에 취해 잘 피우지도 않는 담배까지 옆에 놓고 서로를 분석해 가면서 한 해를 마감하는데 막걸리를 뒤로 하고 컵 속의 액체들이 벌겋.. 2013. 12. 31.
2013년 송년회 계사년 송년회는 실컷 먹기나 하자고 뷔페에서 했다. 음식들 주워 담으러 일제히 일어나 나갔는데 수저만 남은 가지런한 식탁이 비장하다. 말들이야 하기 쉬우니 제각기 호기를 부렸지만 들고 들어오는 접시들이 하나같이 초라하다. 막상 먹자니 속이 안 따라 주는 거다. 허나 입들은 아직 기운이 남아 있었으니 오가는 말만 예년과 별다름이 없었다. 결국 서로 갈구다가 종쳤다. . 2013. 12. 11.
참취 꽃밭 맑은 가을 아침 참취 꽃 활짝 핀 꽃밭에 발을 들여 놓았다.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는데 꽃잎인지 햇살인지 구분이 안 갔다. 세상이 흰색으로 가득한데 벌 날개짓 소리가 요란했다. 참취꽃과 벌들이 엉켰는데 도무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빛과 소리와 색깔이 엮어내는 몽롱함이란 분명 꿈이렸다. 나비가 되어 참취 꿀을 맛봤다. 쌉싸래 달콤한 취의 맛. 2013.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