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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438

오늘 조반 해가 바뀌면서 마누라가 변심 했는지 밥상이 자꾸 이상하다. 오늘 조반은 엊저녁 먹었던 닭다리 하나다. 어제 저녁 사다 먹고 남은 것이다. 연달아 두 끼를 고깃덩이를 찢으니 사냥개가 된 느낌이다. 불현듯 누굴 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으르릉”. 2015. 2. 11.
눈이 왔어요 올 겨울은 어떻게 눈다운 눈을 못 보고 산다 했더니 손녀딸이 눈요기하시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가 이젠 컸다고 눈 구경을 제대로 한다. 손녀딸이 보고 있는 하얀 세상을 보니 내 눈이 다 시리다. “할아부지 대따 추워요. ~” 2015. 2. 8.
스탠드 갓 만들기 안방 등 등갓을 만들어 놓고 보니 좋아서 내친김에 거실의 스탠드 등갓도 하나 만들었다. 나무쫄대로 윤곽을 잡고 한지 대신 한결 얇은 화선지를 발랐다. 갓을 바꿨더니 완전 다른 스탠드가 되었다. 망치를 들면 튀어나온 것은 모두 못으로 보인다더니 이젠 어디서든 등갓이 보이면 무조건 새로 만들고 싶다. 2015. 1. 30.
오늘 아침밥 밖에 나가면 가끔 ‘케밥’을 사들고 들어오던 마누라가 써프라이즈 하며 내 놓은 오늘 아침밥 ‘또띠야’. ‘또띠야’란 것이 도대체 무슨 음식이냐고 물었더니 이런, 잘 모르는지 우물쭈물한다. 괜히 말했나 싶었다. 마누라가 뭔가 새로운 걸 요리 해 갖고 나오면 잔말 말고 그저 맛있다고 먹는 것이 잘하는 일 같다. 아무튼 인터넷으로 ‘또띠아’를 찾아 봤더니 그 속이 대단히 복잡하다. ‘토르티야 [Tortilla]’는 빈대떡 같은 멕시코 음식으로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맛이 다른데 부르는 이름 또한 다양하단다. ‘토르티야’를 반으로 접고 그 사이에 쇠고기 · 돼지고기 · 닭고기나 채소 · 치즈 등을 넣은 것은 ‘타코’, 기름에 튀긴 토르티야에 치즈 녹인 것을 얹으면 ‘나초’, 기름에 튀긴 토르티야에 팥이나 구아카몰.. 2015. 1. 22.
춘란 꽃 피다 아침에 베란다에 나갔다가 깜짝 놀랐다. 춘난 하나가 꽃을 피운 것이다. 화분대 변두리에서 무려 칠 년여 물만 받아 드시며 묵묵부답이셨던 이 분. 어디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자태를 엄동설한 이 추위에 아파트 베란다에다 펼쳐 놓았다. 늘 곁에 두고도 낌새를 알지 못하는 내 무관심을 비웃는 듯 칙칙한 세상을 일순간에 뒤집어엎는 화사한 춘란의 마술 쇼. 2014. 12. 8.
가을 김장 풍성한 가을은 무에서도 볼 수 있다. 올 해 유난히 풍작을 이룬 무 배추 덕에 처가 쪽 시집 장가간 자식들이 모여 김장을 했다. 무 채 써는 일은 늘 내가 맡는데 이 기술은 타고 났는지 세월이 흘러도 도무지 변할 줄을 모른다. 순식간에 산산 조각나 들어 누운 무채에 명품 고춧가루를 쏟아 붓자 힘 센 처남이 양 손으로 버무리기 시작했다. 고춧가루는 오직 무채에 섞이기 위해 존재하는가 싶을 정도로 둘의 만남은 참으로 감격적이다. 이어 사방에서 다소곳이 대기하던 각종양념이 들어서는데 파, 마늘은 물론 소래 산. 잘 삭은 새우 젖이랑 싱싱한 생 새우등의 양념을 곁들이고 김장을 총괄하는 처남댁이 쓱쓱 썩썩 버무림을 계속하는데 마지막으로 장모님처럼 오래된 매실 액을 팔순 당신께서 아낌없이 들이붓자 기능공들의 능숙한.. 2014. 12. 1.
소요산 산행 (고양 삼송리까지) 의상대에서 공주봉으로 향하는 철근 계단. 경사가 거의 수직인데다가 높이까지 있어서 다리 짧은 사람은 두발로 뛰어내려야겠다. 계단길이 끝나고 이어진 너덜지대에서 만난 견공들 비슷하게 생긴 대여섯 마리의 백구들이 우르르 곁을 지나는데 개보다 더 무섭게 생긴 주인장 때문에 뭐라 말도 못 붙이고 보기만 했다. 이어 만난 북한산 사모바위처럼 생긴 돌덩이. 칼로 자른 듯 기막힌 절단면이 인공조형물 같다. 샘터길 하산길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공주봉’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갔다. 소요산 등산로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나무 이름표가 많다. 요즘은 한 번 보고는 절대 기억을 못하는 형편이지만 이름표를 보면 외우자는 생각이 자꾸 자란다. ‘공주봉’은 소요산을 일주하는 등산로의 끝부분이다. 능선의 조망이 최고봉 ‘의상대’보다 더.. 2014. 11. 24.
서커스 구경 공짜표 두 장을 얻은 승호 덕에 아트 서커스 구경을 갔다. 잠실 운동장 입구 쪽에서 본 공연장인 ‘화이트빅탑씨어터’ 풍경. 흰색의 천으로 만든 저 공연장은 높이가 10층 건물 높이인 35m 라는데 탑으로 만들어진 빈 공간에 객석과 무대를 만들었다. 그 무대 뒤를 60m 와이드 곡선스크린이 가렸다. 공연 시작 30분 전인데도 너무도 한산해서 뭐 이런가 했더니 8시가 가까워 오자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저 문을 들어서면 다양하고 비싼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쇼핑 휴식 공간이 있고 다시 문을 나서면 비로소 공연장이 나온다. 왼쪽이 객석 오른쪽이 무대인데 보기에는 저래도 객석이 이 천석이나 되고 공연장도 가로의 길이가 50미터나 된단다. 그 무대를 말 그대로 말만한 덩치들이 열댓 마리가 .. 2014. 11. 22.
소요산 산행 (정상까지) ‘중백운대’에서 바라본 계곡 쪽으로 남쪽 방향. ‘소요산’은 계곡을 가운데 두고 여섯 개의 봉우리가 계곡을 빙 둘렀는데 산 능선을 따라가는 등산로는 원의 반 바퀴 돌고 내려가는 형세로 들머리 날머리가 같다. 특히 상중하 각각의 백운대를 연결하는 능선에는 요즘 귀한 소나무 고목이 군락을 이루어 장관을 연출한다. 상 백운대로 향하는 고요한 등산로에 갑자기 어디선가 딱딱 소리가 들린다. 나무 위에서 쇠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나무를 찧고 있다. 그 모습이 신기해 한 참 구경했다. 사진 중앙에 쇠딱따구리가 한 마리 있다. 저 작은 새가 힘이 얼마나 센지 나무 찍는 소리에 숲 전체가 울린다. ‘중백운대’에서 이어 도착한 ‘상백운대’ 정상. ‘상백운대’도 ‘중, 하백운대’처럼 넓은 공터인데 한쪽에 다소곳한 산소 .. 2014. 11. 20.
소요산 산행 (중백운대까지) 사람 많은 것이 질색인 승호 해성이와 드디어 호젓해진 소요산을 찾았다. 11월도 중순을 넘어 하순으로 향하지만 우리처럼 게으른 단풍나무 하나가 빨갛게 우리를 맞아준다. 소요산은 단풍만큼이나 원효와 요석공주이야기로도 유명하다. 경상도 경산군 태생의 신라의 원효는 경기도와 인연이 깊다는데 그가 해골 물을 마시고 큰 깨달음을 얻은 곳이 경기도 화성 쪽 ‘당항성’이고 전국을 떠돌며 수행하다가 자리 잡고 수행한 곳이 여기 소요산 ‘자재암’ 부근이란다. 소요산 등산로는 대개가 불교 사찰인 ‘자재암’을 지나서 오른다. 따라서 사찰 입장료 천 원을 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앞 선 사람들이 모두 그냥 들어간다. 괜한 소리였나 하며 지나는데 매표소 여직원이 뛰어나오며 돈을 달란다. 경기도 동두천 시민 또는 65세 이상 노인들.. 2014. 11. 19.
아들 결혼 둘이 만든 우리 집. 아이들 태어나 복작거리더니 어느 날 딸아이 멀리 시집가버리고 마침내 아들도 장가를 가버렸다. 다시 둘 만 남았다. 친구들이 말한다. ‘야, 이젠 네 장례식만 남았구나.’ 하지만 내 장례식이야 내가 나설 일이 아니니 이젠 앉아 받을 일만 남은 셈인데 이게 기쁜 건지 슬픈 건지 당최 분간이 안 선다. 2014. 11. 14.
소래포구에서 점심 오랜만에 온 아이들이 '소래포구' 구경을 하자고 해서 점심때를 맞춰 나들이를 나섰다. 마침 썰물 때라 갯벌이 다 드러났는데 포구에도 속을 다 드러낸 생선들이 죽 늘어섰다. 그 풍경을 보니 빈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들린다. 얼마 전만해도 난장판이었던 바닷가 통로가 확 바뀌었다. 개인 물건들이 여기저기 보이지만 옛 풍경에 비해 한결 보기가 좋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방금 지나온 어시장 해변길. 선착장에서 사진 한 장. 십 수 년 만에 오는 수능추위라고 방송했지만 바람만 세지 추운 느낌은 없다. 어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한 무리 손님이 지나간 다음의 모습이다. 어시장 밖이 깨끗해 놀랐는데 그 안도 보기가 좋다. 숭어만한 블랙 타이거 새우. 이 놈 때문에 새우를 먹기로 했다. 새우. 꽃게를 각 이 킬로를 사서 .. 2014. 11. 12.
인천, 송도 풍경 지난 토요일 송도 55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정면에 영종도로 들어가는 인천대교가 보인다. 그 오른쪽 서북 방향으로 연안부두 터미널 쪽. 북서쪽 송도 구시가지로 오른쪽은 청량산 중앙은 문학산 줄기 이곳은 ‘관광단지 개발지역’인데 최근 사업이 무산되어 더 쓸쓸해 보인다. 옛 송도 비치호텔 인 ‘라마다 호텔’. 그 오른쪽 풍경으로 청량산 남쪽. 북쪽으로 앞은 ‘동춘 터널’ 뒤는 ‘청량터널’ 동춘 터널과 청량터널 너머의 문학산(217m). 문학산 아래 오른쪽은 연수동으로 효정아파트, 동남아파트가 보인다. ‘송도 센트럴파크’ ‘트라이 볼’ 건물과 그 앞 수변도로에서 펼쳐진 '굿 마켓(Good Market) 송도 벼룩시장'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센트럴파크 수로’ 센트럴파크 동쪽 카누, 카약, .. 2014. 11. 11.
외식 손녀딸 덕에 멀리 송도까지 밥을 먹으러 갔다. 송도 ‘센트럴 파크’가 내다보이는 전망 좋은 식당에서 잘 차린 점심을 했다. 훈제 연어와 루콜라, 고구마 샐러드, 케이퍼 베리, 홀스래디쉬크림 등심스테이크, 구운 감자, 토마토 콘피, 그릴드한 버섯과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포토와인 소스. 맛있는 음식 맛도 맛이지만 아이들하고 나와 시간 보내는 맛이 더 좋다. 특히 요 놈을 보며 먹는 맛은 정말 꿀맛이었다. 2014. 11. 3.
‘뿌꾸’의 침묵 인간사회란 대체로 소란스럽다. 인간사회에서 침묵은 대개가 소수자의 것이다. 근래 문명사회에서의 침묵은 마치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 種처럼 찾기 힘들다. 침묵은 웅변적이고 집요하고 의미심장하고 우울하고 불만스럽고 수동적이고 골이 나고 경악하고 싸늘하고 종교적이며 수줍고 은근하고 강요되며 어리둥절하고 증오에 넘치고 즐겁고 무겁고 치명적일 수 있다. - 침묵 예찬(마르크 드 스메트 著) 中에서. 장석주 옮김. 2014.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