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대에서 공주봉으로 향하는 철근 계단.
경사가 거의 수직인데다가 높이까지 있어서 다리 짧은 사람은 두발로 뛰어내려야겠다.
계단길이 끝나고 이어진 너덜지대에서 만난 견공들
비슷하게 생긴 대여섯 마리의 백구들이 우르르 곁을 지나는데
개보다 더 무섭게 생긴 주인장 때문에 뭐라 말도 못 붙이고 보기만 했다.
이어 만난 북한산 사모바위처럼 생긴 돌덩이.
칼로 자른 듯 기막힌 절단면이 인공조형물 같다.
샘터길 하산길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공주봉’을 향해 계속 앞으로 나갔다.
소요산 등산로에는 생전 처음 보는 나무 이름표가 많다.
요즘은 한 번 보고는 절대 기억을 못하는 형편이지만
이름표를 보면 외우자는 생각이 자꾸 자란다.
‘공주봉’은 소요산을 일주하는 등산로의 끝부분이다.
능선의 조망이 최고봉 ‘의상대’보다 더 낫다.
멋진 바위와 그 사이 마른 풀잎 위로 보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다.
'공주봉' 정상에는 뜻밖에도 계단식 넓은 마루가 깔렸다.
하나 하나가 다 커다란 평상이다.
사진도 찍을 수 있고 텐트도 칠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그것 참 볼수록 생각할수록 편리한 구조물이다.
마루 위에서 본 우리가 걸어온 방향.
이곳은 헬기장 역할도 하는 모양인데 ‘H’ 표시가 얼마나 작은지 귀엽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소요산’ 여섯 봉우리 산행이 4시간이라고 했지만
‘공주봉’까지 산행한 시간이 벌써 4시간이 지난다.
부지런히 갈 길을 재촉했다.
하산 길에 만난 ‘기도처’.
대학 합격의 기도처인줄 알았더니만 신라 요석공주의 님을 위한 기도처란다.
네 시에 가까워지자 계곡은 벌써 어둑어둑하다.
가을의 오후는 역시 짧다.
기도처 아래에 있는 ‘구절터’.
주위가 어두워지는 마당에 계속 절터를 도는 중생 하나.
건강은 아니고 뭔 급박한 사연이 있을 듯싶은 그 모습이 비장하다.
소요산을 이루는 주요 암석인 규암으로 이루어진 돌 더미.
각진 돌들이 저렇게 쌓이니 부드러워 보인다.
4시간 반 만에 다시 만난 ‘자재암’.
오를 땐 보이지 않았던 아담한 목어가 눈길을 끈다.
목어 아래쪽 풍경. 바짝 마른 원효 폭포가 있고
그 옆으로 ‘원효굴’이 있다. ‘원효굴’에서 뜬금없는 유행가가 울려 퍼져 놀랐더니만
저기 저 굴 앞을 가리고 선 저 인간이 든 mp3에서 나오는 소리다.
저 인간은 일주문을 지나 주차장까지 따라오며 소요를 일으킨 인물이다.
자전거 족 중에도 저렇게 크게 라디오 볼륨을 틀어대는 사람들이 있는데
산행하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며 해성이가 혀를 내두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직도 빨갛게 남아있는 단풍.
소요산은 입구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길이 몽땅 단풍나무다.
주차장을 지나며 뒤돌아 본 소요산 입구.
저 앞에 보이는 아치형태의 문은 연리지를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원효와 요석공주의 이상한 사랑이야기로 만들었다는데 그 생김새도 어째 좀 그렇다.
주차장 출구 쪽.
소요산역을 사이에 두고 선 또 하나의 명산 ‘마차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안내판에서 알려주는 4시간이 소요된다는 소요산 산행 시간은 거의 5시간이나 걸렸다.
우리들이 중간에 좀 쉬어 가기는 했다 해도 4시간은 누구를 기준으로 했는지 너무 빠르다.
저녁은 고양 삼송리에 있는 충의네 음식점 ‘난다요’에서 탕으로 했다.
십 여 년 만에 만난 친구지만 어제 본 것처럼 친숙하다.
이게 고교동창들에게서만 맛볼 수 있는 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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