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춥던 날씨도 좀 풀리고 무심히 가버리는 섣달그믐이 아쉬워
광택이네 농장에서 고기를 구어 먹기로 했다.
빈 소리는 절대 안 하는 광택이가 역시나 틀림없이 만반의 준비를 갖췄는데
늘 고기 준비는 우리들 몫인데 오늘은 어떻게 갈매기살까지 잔뜩 사 놓았다.
아무튼 밖에서 고기를 구우면 뭔 고기든 다 맛있는데
서로 도와 자르기도 하고
침도 묻혀 뒤집으면서
뒤적이다 보면 술에 앞서 먼저 연기에 취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잘 익어가는 갈매기살을 보니
오늘 삼겹살은 무한정 초라해졌다.
그리하여 비게 많은 삼겹살은 뒤로 처지고
오동통한 갈매기살이 식탁 중앙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술에 고기에 취해 잘 피우지도 않는 담배까지 옆에 놓고
서로를 분석해 가면서 한 해를 마감하는데
막걸리를 뒤로 하고 컵 속의 액체들이 벌겋게 취기가 올랐다.
사실 이렇게 광택이네서 자꾸 먹자판을 벌리는 이유는 제수씨 때문이다.
대개의 세상 마누라들이 기피하는 형이상학적 베품을 아낌없이 보여주기 때문인 거다.
절간 밥그릇 저리 갈 정도로 깨끗한 내 밥그릇
이것저것 잔뜩 먹어 배가 부르지만 마음속은 그릇처럼 한없이 맑다.
집으로 향하는 길.
김포평야에 겨울이 깊은데 벌판 멀리 한 해가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