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축제가 열리는 ‘수도권 매립지’는 부천에서 자전거로 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아라뱃길 자전거도로가 연결되어 자전거로 가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계양대교를 건너가다 바라본 행주산성 쪽 풍경.
매립지 국화 전시장 초입에서 만난 보랏빛 세상.
수많은 바람개비가 국화밭 가운데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데 은은한 국화꽃향기가 행사장으로 마구 밀려든다.
국화전시장에는 국화꽃송이 만큼이나 많은 천막이 들어섰다.
먹는 것에서부터 기념품 가게에 각종 체험 부스까지 있는데 말 그대로 보고, 놀고, 그리고 먹는 잔치를 벌인 거다.
국화 전시는 대개가 이렇게 기다란 밭에다 가꾼 국화가 주를 이룬다.
한눈에 보면 이게 국화 묘포장인가 전시장인가 하지만 하나하나 보다 보면 그 싱싱함에 가슴이 시원하다.
토피어리에 올라앉은 인형이 대단히 서구적이다.
하지만 동양의 대표 꽃 국화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아름다운 동서양의 조화라 아니 말할 수 없다.
‘드림파크’는 여기 ‘수도권 매립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곳 면적은 여의도의 7배로, 그 넓이로 보자면 세계 최대라고 하는데
앞으로도 약 삼십 년 가량 더 대한민국 쓰레기를 맡아 품어 줄 고마운 곳이다.
행사장 남쪽에 만든 경주 천마총같이 생긴 두 개의 전망대.
나사 형태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 행사장을 조망할 수 있다.
자전거 때문에 아니 사람들 때문에 오르고 싶은 맘을 꾹 참았다.
국화축제이지만 초대 손님들도 많다. 비닐하우스도 되고 호박도 키우는 일명 호박터널
제일 많이 달린 호박은 관상용 화초 호박으로 이름이 ‘앙팡’이다. 그 두유같이 생긴 ‘앙팡’이 호박이름이었다니...
그런가 하면 이렇게 넓은 코스모스 밭도 있다. 많이 핀 코스모스 밭을 보면 세상이 허무해져 큰일이다.
그러나 어쩌랴 가을이면 사정없이 피어대는 걸.
행사장 서쪽에서 만난 구절초 군락. 예쁘게 핀 구절초 너머 고철로 만든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은행나무도 쓰레기였는지 뜬금없는 은행 고목들이 뭉쳐 자란다. 나무 자체가 조형물 같아 보이기는 처음이다.
‘드림파크’ 안에는 ‘에너지파크’도 있다. 쓰레기는 곧 에너지다 하는 체험마당이란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간판을 멋지게 세워놓으니 힘이 맛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에너지 파크의 한가한 풍경.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전시물이나 체험 기구들이 널렸다.
고철로 만든 조형물은 이곳에 가장 많은데 흰 페인트칠을 한 모습이 신선하다.
인천시내 여러 공공기관이나 사설단체들이 만든 정원 작품들.
아기자기하게 나름대로 열심히 공들여 만든 흔적이 보이는 재미난 컨셉이다.
행사장이 넓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아도 찾아 가기가 꽤 힘들겠다.
도시에서 보기 힘든 수수와 조를 많이 심은 곳도 있는데 잘 영근 이삭이 국화만큼이나 보기에 좋다.
국화전시회에 걸맞은 분재 작품들.
어디 실내에서 봤으면 어마어마한 풍경을 연출할 텐데 넓은 야외에 갖다 놓으니
분재형 국화들이 눈길을 끌지 못한다.
납품 창고에서 반출을 기다리는 것처럼 불쌍하게 보이는 많은 국화작품들.
이렇게 만든 국화를 ‘다간작’이라고 부른다는데 화분 하나에 지주를 세워 여러 송이를 키운 것으로
꽃송이가 크고 선명하며 광택이 있어야 좋은 작품으로 친단다.
분재 작품 행사장 중앙에 자리 잡은 국화로 만든 탑. 황룡사 구층 석탑을 닮은 큰 덩치가 주변을 압도한다.
‘현애작’이라는 재배방식으로 키운 소국 작품 정 중앙 모습.
화분 하나의 원줄기에서 수많은 곁가지를 내려 만든 작품으로
국화를 위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뜨려 만드는데 꽃의 색채와 크기와 개화가 균일해야 좋은 작품으로 친다.
‘다륜대작’ 작품 전시관. 원형의 틀을 이용해 한줄기에서 여러 송이를 꽃피운다.
천 송이까지 꽃을 피우게 할 수 있다는 자연산 화환이라 할 수 있겠다.
진노랑 국화 밭. 역시 가을에는 황금색이 잘 어울린다. 그 짙은 색깔이나 모양이 멀리서보면 딱 골드바다.
거대하지만 늘씬한 국화공룡 ‘세이스모사우르스’. 만드느라 고생깨나 했겠다.
사실 이곳은 평상시 야생화 단지이기도 하다.
잘 가꾼 ‘개승마’가 가을의 단아함을 뽐내는데 그 자태가 국화보다 낫다.
호랑이 두 마리가 올라앉은 거대한 국화동산.
국화와 호랑이라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국화와 칼’에 대응하는 대한민국의 기세인가 보다.
이곳에서 가장 커다란 토피어리. ‘용’ 역시 동양의 동물이라 국화와 잘 어울리는데
이곳 토피어리들은 어디서 만들었는지 하나같이 실제 동물모양과 매우 흡사하다.
자전거가 있어서 망정이지 걸어 다니려면 꽤 힘들 것 같은 넓은 전시장.
다른 곳과 달리 자전거를 갖고 구경하게 해주어서 얼마나 고맙던지
축제기간 상관없이 아라뱃길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한번쯤 들러볼만한 곳이다.
자전거 타고 나오다 발견한 으쓱한 억새밭.
사람 키를 훨씬 넘는 커다란 억새들이 숲을 이뤘는데 연인들끼리라면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돌아오는 길. 저녁 햇살이 길게 그림자를 만드는데 서울 쪽 아라뱃길에서 커다란 유람선이 다가온다.
도대체 이 시간에 누가 탔을까 배 안을 유심히 들여다봤는데 아무도 없다.
쓰레기장에서 열리는 국화축제나 뱃길에 유람선 띄우는 일이나 다 관에서 주관하는 일일 텐데
나랏일은 이렇게 차이가 난다. 나랏일이야말로 잘한 사람에게는 맛난 당근을
못한 사람에게는 아픈 채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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