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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밤줍기

by 조인스 자전거 2013. 10. 4.

시월 초하루 비에 씻긴 삼각산. 강화행 한강제방도로 들머리에서 본 풍경이다.

저 멋진 산꼭대기로 향하는 마음을 애써 달래며 밤을 주우러 강화로 향했다.

 

 

제방도로를 달리며 김포 향산리에서 마주한 일산 ‘킨택스’ 건물.

평상시 잘 안 보이는 늘씬한 외관이 빤히 보인다.

 

 

한 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강화 ‘외포리’. 강화 섬 남쪽 끝 ‘마리산’의 모습이 또렷하다.

이 가을의 명징함에 공연한 심호흡을 크게 한번 했다.

 

 

삼산도 농막에 들어섰다.

쨍쨍한 오후 햇살이 마당가득 내려 쬐는데 뾰족한 곳에는 어김없이 잠자리들이다.

 

 

그리고 보니 들깻대도 잠자리 같다. 

만지면 바삭 부서질 것 같은.

 

 

저녁은 늘 석포리에 가서 사 먹었는데 오늘은 크게 힘 쓸 일이 없어 ‘햇반’으로 했다.

텃밭에서 자기들끼리 자란 고추 상추 깻잎이 반찬이다.

 

 

 

고기 굽는 냄새가 얼마나 났던지 고양이 한 마리가 문가에서 야옹한다.

밖에 아는 짐승이 하나 있으니 푸근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농막 주변의 밤 밭으로 나갔다. 밤을 줍는 일이 언제 적인지 전혀 기억이 없어

도대체 밤이 어떻게 있을까 사실 궁금했다. 밤은 땅에 이렇게 있다.

 

 

 

한참 줍다가 통이 무거워지는 바람에 발을 멈췄다. 잠깐사이 흘러간 시간이 무려 한 시간이다.

상대성의 이론은 밤 밭에도 있었다.

 

 

둘이서 열심히 주운 밤을 자랑스럽게 마루에 펼쳤다. 허리를 세우고 내려다보는데 뿌듯함 밀려온다.

이래서 밤은 따는 게 아니라 줍는가 보다.

 

 

밤도 잔득 주워 놓았겠다 사진기를 들고 풀밭으로 들어갔다.

몸에 좋다는 ‘가시오가피 나무’가 멋진 열매를 달았다.

잎이 꼭 인삼 같은 나무인데 열매도 그렇다.

 

 

가을이 잔뜩 묻어나는 표범나비와 참취.

 

 

양다리에 산만한 꽃가루를 매단 꿀벌을 좀 보세요.

저래도 얼마나 민첩한지 촐랑거리는 바람에 저 사진 담으려고 한참 기다렸다.

 

 

점심 무렵 해서 이것저것 꾸려 갖고 ‘석포리’로 나왔다.

선착장에 줄지어선 가게에도 ‘밤’이 나왔다. 그 옆은 ‘나문재나물’.

 

 

페리를 타고 나오며 뒤돌아본 ‘석포리’ 선착장. 뒤로 보이는 산이 해명산이다.

배 떠난 부두에 가을 햇볕이 쨍 내려 쪼인다.

 

 

 

오늘 길에 불은면 용구네를 들리려 해안도로로 들어섰다.

앞 산 능선 너머로 보이는 산이 마리산이고 그 왼쪽이 불은면이다.

가을볕이 사정없이 내려 쪼이는 들은 온통 황금색이다.

 

 

용구네 대문 앞에 선 ‘손바닥 맨드라미’.

얼마나 크게 자랐는지 손바닥을 넘어 대갈통만하다.

 

 

그 옆 감나무.

올해는 감이 흉년이라고 하던데 달린 감도 색깔이 멀건 것이 좀 이상타.

 

 

 

강화 ‘초지대교’ 옆에서 늦은 점심을 하는데 갑자기 ‘펑펑’ 소리가 요란하다.

기겁해서 나왔더니 강화해협에서 벌리는 ‘국군의 날’ 퍼포먼스란다.

오늘이 ‘국군의 날’ 인 것을 뒤늦게 알았다.

 

 

 

돌아오는 길에 군선이가 고구마를 캔다고 해서 계양에서 잠깐 머물렀다.  

고구마가 잎이 무성하더니 뿌리 하나에 서너 개밖에 달리지 않았다.

내년에는 나도 한 두둑 들러붙어 심어봐야겠다고 선언했다.

 

 

고구마까지 한 상자 얻어 들고 밭두둑을 나서는데

밭두둑 끄트머리 대추나무의 대추가 눈에 들어온다.

애매한 색깔에 모호한 맛 그러나 그 빤질거림이 현대적인 열매.

그러고 보니 난 대추 같은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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