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승호와 삼산 농막으로 들어갔다. 강화읍 단골집에서 가지, 오이, 고추 모종과 고구마 순을 샀다.
가을 수확할 때보다 모종 살 때 기분이 더 좋다. 아마도 꿈이 있어서일 게다.
‘외포리’에서 삼산으로 들어가는 ‘삼보해운’ 페리에서 바라본 남쪽
스피커에서 ‘구명정은 어디 있으며...’ 하는 방송이 들린다. 전에는 하지 않던 일이다.
그러나 변함없는 ‘새우깡 갈매기’는 오늘도 벌떼처럼 달려든다.
아이들이 주다가 무섭다고 떨어뜨린 새우깡을 주워서 조르는 갈매기들에게 주었다.
늦은 오후에 찾아든 농막은 신록이 가득하다. 얼마 전에 심었다는 감자가 어른이 다 되었다.
하기는 며칠 전 강남시장에서 햇감자를 이미 봤다.
모종을 심다 사진을 찍다 하면서 농막의 오후를 즐겼다. 파 꽃을 향해 날라드는 배추흰나비 기세가 등등하다.
오월 파밭은 세상 곤충들이 다 모인 듯 복작거린다.
밭일은 어둑어둑해야 능률이 오르는 법. 해가 넘어가고도 한참 일에 열중하다보니 어두워졌다.
농막에 불을 켜 놓고 ‘석포리’로 나갔다.
연휴가 시작되는 저녁인데 부두가 어째 조용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찾아드는 관광객이 형편없이 줄었단다.
저녁식사 후 아홉 시 쯤의 삼산도 석포리 선착장 풍경. 만조인데도 불구하고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가게마다 불을 켰으나 손님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요즘 우리 사는 세상을 한눈에 보는 듯싶다.
아침 여섯시에 눈을 떴다. 농막 마당에 금낭화 꽃송이들이 이슬처럼 송알송알 맺혔다.
어제 심은 모종들이 줄기를 곧게 세우고 일렬로 섰다.
예쁜 아이들을 보는 느낌이다. 내일 비 온다는 예보가 있는데 쟤들보다 내가 더 좋다.
아침 해장국은 ‘사발면’이다. 김을 매다가 데크에 걸터앉아 후루룩 먹었다.
사진도 맘에 들지만 저 라면 맛은 더 훌륭하다.
작년에 심었다는 ‘복분자’와 ‘블루베리’. 잘 크니 더 잘해주고 싶다고 김도 매주고 부직포도 깔아줬다.
사진기를 들고 돌아다니다 근처 개울가에서 발견한 ‘큰으아리꽃’.
못 보던 꽃인데 언제 어디서 왔는지 응달에서 활짝 폈다. 외진 곳이지만 벌 나비가 엄청나게 모여 든다.
아침이 부실해서 그런지 다리가 후들거려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다시 ‘석포리’로 나갔다.
까치 식당에서 내다본 아직도 한가한 부두 대합실 풍경.
점심을 두 그릇이나 비우고 오다 길가 파밭에서 잠시 쉬었다.
얼마 전에 ‘서울 숲 나비정원’에서 봤던 ‘암끝검은표범나비’를 다시 만났다.
역시 실내에서 사는 나비와는 색깔이나 노는 날개 짓이 천양지차다.
점심 먹고는 일의 능률이 별로 오르지 않는다. 날은 덥고 배는 부르고 해서 일을 대충 마무리 했다.
하지만 주인은 부리는 머슴과는 사는 게 다른 법. 승호가 열심히 하던 일을 마무리 한다.
일박 이일 농막 일을 하고 나오는 마을 풍경. 오후 높다랗게 솟아오른 오월 햇살아래 아카시아 향기가 날린다.
농촌은 이제 밭일이 끝나자 다시 모심기가 시작되고 있다.
‘외포리’로 나오는 페리에서 바라본 북쪽. ‘외포리’ 바로 위쪽으로 새로 놓는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다리가 완공되면 ‘외포리’ 새우깡 갈매기들은 어떻게 살아갈까나.
농막에 들어갔다 나올 땐 대개 세차를 한다. 우리가 도시에서 묻은 먼지를 농막에서 닦는 것처럼
차는 농막 오르내리느라 타이어에 묻은 흙을 세차장에서 닦는 거다.
따라서 집으로 향하는 차나 사람이나 늘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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