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마을 돌담길. 백 여 년이 넘었다는 이끼 낀 돌담위로 봄비가 내린다.
길은 조금가다 끊기지만 깊은 돌담의 정취는 끝없이 이어진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겨울 탓에 산수유 개화가 예년보다 다소 늦었단다.
하지만 활짝 핀 꽃과는 또 다르게 꽃망울 산수유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좋다.
이곳 산수유나무는 한때 ‘대학나무’라 불렸단다.
지금은 대학 다니던 아이들이 커서 영영 이곳을 떠났지만
흘러간 유행가처럼 노인들은 추억을 흥얼거린다.
당시, 나무는 열심히 꽃을 피워 열매를 맺었고
부모는 열심히 나무껍질과 가지와 열매를 내다 팔았고
아이들은 대처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상위마을' 주변에는 백 살이 넘는 산수유만도 이만여 그루나 있단다.
산수유 나무는 마을어귀 밭은 물론 돌담 가, 산비탈, 장독대 돌 틈, 개울가, 뒤란 등
자리 잡을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뿌리를 내렸다.
이곳에 산수유를 심은 시기는 약 천 년 전쯤으로 추정한다는데
옛날 중국 산동성에 사는 한 처녀가 구례로 시집오면서부터라고 전해온다.
중국 산동성이 산수유 주산지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 말은 사실인 듯 싶다.
산수유는 봄을 제일 빨리 알리는 꽃이다.
생긴 모양도 꽃이라기보다는 폭죽 생김새다.
폭, 팟 터지면서 봄이닷. 봄이 왔닷. 봄 잔치를 알리는 거다.
빗방울 매단 산수유 꽃봉오리. 이제 물방울만 만나면 활짝 필 작정이다.
산수유 샛노란 꽃이 지면 시퍼런 여름이 오고
빨간 가을이 오고 첫 눈이 내리고 한 해가 가겠다.
우리는 산수유 먹으며 백 년을 꿈꾸는데 이슬 먹는 산수유는 천 년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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