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일기439 인천수목원의 한여름 올 들어 처음 방문한 '인천수목원'. 6월 녹음을 잔뜩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무참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식나무깍지벌레’다. 참혹한 수목원의 나무들을 보고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한참 고생했다. 그나마 상태가 좀 괜찮은 나무들만 사진에 담았다. ‘노각나무’ ‘사람주나무’ 나무껍질이 사람의 피부처럼 희고 매끄럽다하여 얻은 참으로 인간적인 이름. 허나 그것보다는 멋지게 드는 단풍 탓에 얻은 이름이면 좋겠단 생각이 볼 때마다 드는 나무. ‘주엽나무’ 주엽이라는 열매가 달려 이름을 얻었다는데 나이가 20-30년이 되어야 열매가 열린단다. 줄기에 험상궂게 생긴 가시들이 돋아있어 자신의 열매를 보호하는 기이한 나무 중 하나다. ‘피라칸다’ 열매 가을이면 빨간 열매가 달리는 나무 중에서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 나무다.. 2016. 6. 26. 농막의 오월 올 들어 처음 삼산 농막으로 들어갔다. 강화본도와 연결되는 다리가 일 년 새 많이도 자랐다. 저렇게 교각 위에서 시멘트를 부어 상판을 연결시키는 방법을 ‘FCM’ 공법이라 한단다, 라이트가 지은 ‘폴링워터(Fallingwater)’도 저런 공법으로 지었다. 농막에 들어가 제일 먼지 눈에 들어온 꽃 ‘애기말발도리’ 작지만 하얀 꽃송이들이 활짝 웃는 듯한데 알고 보니 꽃말이 ‘애교’다. 농막의 5월은 초록 일색이다. 봄꽃은 거의 졌고 여름 꽃은 아직이라 대체로 심심하다. 열심히 광합성중인 작년에 심은 ‘복분자’. 그 옆 두둑의 '블루베리'는 열매가 제법 달렸다. 6월이면 까맣게 변하겠다. 농막 풀숲 여기저기에 장대처럼 솟은 ‘장대나물’. 저 풀이름은 한번 들으면 잊을 염려가 없다. 밭두둑 구석에 자리 잡은 .. 2016. 5. 23. 부천수목원의 봄꽃 모처럼 오랜만에 맑고 따뜻한 봄날이 계속 이어진다. 좋은 봄날에 집구석에 있기가 뭐해 오늘은 부천수목원을 찾았다. 새싹 같이 파릇파릇한 아이들이 수목원에 깔렸다. 보기 드물다는 변종 흰 진달래가 관찰원 입구에서 반긴다. 허연 진달래를 보니 그 흔하디흔한 분홍 진달래가 갑자기 예쁘게 보인다. 이 얄팍한 사람 마음이란. 줄서서 봄맞이 하는 분홍 ‘앵초’(프리뮬러) ‘앵초’라는 이름은 꽃이 앵두처럼 생겨서 그랬다는데 어째 아무리 봐도 앵두 같은 모양이 안 나네그려. ‘깽깽이풀’ 귀한 야생화 꽃인데 세상이 좋아져 그런지 자주 만난다. 옛날 바쁜 농사철에 너무도 예쁘게 피어나는 이 꽃을 보고 사람들은 깽깽이(바이올린)를 켜는 배짱이 같다하여 그런 이름을 붙였단다. ‘동의나물’ 꽃 이 꽃도 귀한 야생화 중에 하나인.. 2016. 4. 8. 인천수목원의 봄꽃 봄맞이 나들이에 재미가 붙어 오늘은 김밥까지 챙겨들고 인천수목원을 찾았다. 김밥 하나 입에 물고 우물거리는데 보도 틈새로 자란 쬐끄만 ‘꽃다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어쩌자고 저곳에 자리를 잡았는지 멀지 않아 누구 발에 밟히겠다. 앉아 있는 의자 위에는 ‘히어리’가 활짝 폈다. 나중에 이름표를 보니 ‘도사물나무’라는 일본산 ‘히어리’다. 은은한 꽃향기가 고급 향수보다 낫다. 수목원에는 잘 구획되어 모양 좋은 화단도 많건만 이 작은 봄꽃들은 지들끼리 모여서 아무데나 꽃밭을 만들었다. 그 모양새가 영락없이 말 안 듣고 떠들어대는 아이들이다. 멀리 ‘미선나무’ 꽃이 눈에 들어온다. 모양은 개나리나 색깔이 저리 희고 곱다. 미선이의 혼이 담긴 꽃이라는데 볼수록 아름다운 꽃이다. 노란 ‘꽃다지’ 언덕도 보인다... 2016. 4. 3. 우리 동네 봄 풍경 올 들어 최고기온(23℃)을 기록했다는 오후. 모처럼 미세먼지도 바람도 잔잔하다고 해서 뿌꾸를 앞세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여기저기 눈길 가는 데마다 활짝 핀 봄꽃이 보인다. 이 자목련은 너무 더워 아예 혓바닥을 빼물었다. 그렇다고 꽃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수없이 솟아난 새순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데 활짝 핀 봄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동네 가운데를 지나는 산책로도 활기차다. 나처럼 따뜻한 봄을 맛보러 나왔을까 환한 얼굴의 사람들로 북적인다. 뿌꾸가 봄날이란 것을 알기나 하는지 저 두꺼운 털가죽을 걸치고도 신이 나서 앞장선다. 개나리 활짝 핀 울타리에 가까이 섰다. 아니 개나리가 이렇게나 예뻤나? 노란 꽃잎이 그것참 싱싱하네. 멀리 시멘트 그늘에서 자라는 '산수유'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 2016. 4. 1. 아파트 베란다의 봄꽃 ‘브룬펠지어’가 만개했다. 겨울 내내 베란다 한쪽에서 비실거리던 나무가 봄을 맞아 꽃을 피운 것이다. 쟈스민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 베란다 다른 꽃나무들도 여기에 질세라 너도나도 꽃을 피운다. 바야흐로 천지에 꽃이다. ‘풍로초’ 이 꽃도 베란다에서 일 년 내내 꽃을 피우는데 봄이 오면 절정을 이룬다. 자잘한 이파리를 달고 자라는 ‘백정화(白丁花)’ 꽃은 작지만 봄이라고 저렇게 핀다. ‘함소화(含笑花)’ 꽃에서 바나나 향기가 난다. 꽃을 피우자마자 꽃잎을 툭툭 떨어뜨린다. ‘군자란(君子蘭)’ 우리 집에 온 지 십 년이 넘은 꽃. 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작년부터 꽃을 피운다. 알고 보니 군자란은 햇빛을 봐야 꽃을 피운단다. 그동안 그늘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꼬. ‘꽃기린(花麒麟)’ 베란다에서 일 년 내내.. 2016. 3. 31. 대림동 삼거리 먼지막 순대국 괜히 한 잔 생각이 나는 바람에 신대방역까지 가서 마주한 삼거리 먼지막 순대국 ‘특’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 순대국집 메뉴에는 꼭 ‘특’이 있다. 가게 안방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흑백 사진 한 장. 언제 누가 왜 찍었을까 궁금하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래서 볼수록 심플하다. 홀에는 서울 미래 문화유산이라는 플랜카드도 길게 하나 걸어 놓았다. 다시 말해 과거미래가 잘 혼합된 순대국집이다 라는 거다. 아무튼, 가게 전체 분위기가 딱 순대국을 닮았다. 한잔 두잔 걸치다보니 우리도 순식간에 비슷해지는데 꽤 괜찮은 술집이다. 사실 순대국은 술국이다. 오래된 아니 미래가 창창한 순대국집에서 잘 먹고 나서는데 한 잔 걸친 저 양반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음주자전거 벌금 20만원 이라는데 그렇게 본다면 음주 보행자.. 2016. 3. 29. 평안도 왕만두 빚기 우리우리 설날이야 마냥 좋지만 섣달그믐에 만두 빚는 일은 설을 위한 큰일 중 하나다. 사실 명절과 어울리는 음식에 만두만한 것이 또 어디 있겠나싶은 것이 그 만두의 구수한 맛은 두 번째고 만드는 과정이 그러하다. 한 해를 마감하는 엄동설한 긴긴 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노라면 저절로 지난 일 년이 마감된다. 올 해의 만두피는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서 밀었다. 힘은 다소 더 들지만 존득거리는 그 부드러운 감촉은 역시나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것과는 비교불가다. 아무튼, 올 한 해 그 많은 사연들을 말랑한 만두피로 보쌈을 해서 늘어놓고 있자니 그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모두 곱기만 하다. 사우루스 몸통을 연상시키는 두툼한 전통 평양식 만두. 보통 만두 두 개 분량으로 이놈을 먹노라면 마치 공룡을 통째로 .. 2016. 2. 8. 결혼 기념일 딸아이가 지난주 목요일 보냈다는 선물이 햇볕 나른한 오늘 오후에 도착했다. 소포를 보낸 내내 해왔던 배송 생중계가 드디어 끝이 났다. 선물상자에서 처음 나온 것은 뿌꾸의 벨로아 인형이다. 뿌꾸란 놈이 인형을 입에 문 순간부터 제 딴에 좋은지 저렇게 물고 난리를 친다. 강아지가 인형을 물고 뛰고 하는 모습을 멀찌감치 보면서 딸이 보낸 물건들을 들춰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음이 뭉클하다. 그리고 보니 우리 결혼한지가 30년이 훌쩍 넘었다. 긴 세월 둘이서 참 용케도 붙어산다. 2016. 2. 1. 스크린 골프 추워 어디 멀리 나가기가 그래 스크린 골프장을 찾았다.이것이 비록 좁은 방에서 하염없이 벽에다 공을 날리는 운동이지만시간이 흐를수록 화면에 푹 빠져서 나중에는 완전 필드로 나간 기분이 든다. 또한, 이 컴퓨터게임 같은 실내경기는필드에서 볼 칠 때 발생하는 그나마 귀찮은 이것저것을 기계가 알아서 처리해 주는 바람에선수는 따로 할 일이 없다. 따라서 필드에서 볼을 치거나 실내에서 골프채만 휘둘러대나 골프는 이래저래 움직이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운동이 되겠다. 2016. 1. 7. 광택이네 작년과 달리 올 블루베리 농사가 꽝이라던 광택이가 그래도 아쉬웠던지 술 한 잔 하자고 부르는 바람에 찬바람 맞으며 광택이 농장을 찾았다. 연말 술판은 농막에서 숯불에 고기 구어 먹는 게 최고다. 그리고 광택이네 갈매기살은 우리들 삼겹살보다 맛있다. 어디서든 언제든 친구들이 여럿 모이면 각각이 하는 일이 늘 같다. 수다 떠는 인간은 그냥 수다만 떨고, 고기 굽는 분은 늘 고기만 굽고, 뒤집는 사람은 뒤집기만하고, 자르는 남자는 말없이 자르기만 한다. 물론 사진 찍는 놈은 사진기만 들고 설친다. 사람은 많지만 어떻게 하는 일은 늘 같은지 오늘도 똑 같았다. 늘 신기한 것은 마냥 노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그렇게 누군 고기 굽고 누군 상 차리며 먹으며 떠들고 마시면서 또 열심히 늙어 갔다. 갈매기살은 어떤 술.. 2015. 12. 29. 화이트 크리스마스 올 크리스마스는 미세먼지로 완전 스타일 구긴다고 했더니만 딸아이가 어제 눈이 내렸다며 X-Mas 카드 같은 눈 사진을 보내왔다. 춥다고 하면서도 밖에 나와 눈 속을 뛰어다니는 손녀를 보니 크리스마스는 역시 눈이 있어야 제격입니다. ‘할아부지, 매리 크리스마스에요. ~ ’ 2015. 12. 25. 모바일 외식 늦은 밤까지 핸드폰을 끼고 사는 마누라가 오밤중에 예약한 맛 집. 모바일 커머스의 맛을 찾아서 미세먼지를 뒤집어쓰고 간 곳은 높은 건물을 머리에 인 지하 식당이다. 화생방 훈련 끝나는 기분으로 가쁜 숨을 내쉬며 식당 문을 들어서자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따뜻하게 데운 작은 방으로 안내해 주는데 잠시 옛날 중국집이 생각나서 뭉클했다. 이 집은 주인아주머니만 친절한 것이 아니라 서빙 하는 남자아이도 그렇다. 아무튼, 따뜻한 방에 앉아서 차례로 들어오는 음식을 하나 둘 받아먹자니 맛은 말할 것도 없고 그 기다림마저 즐겁다. 메인 요리, 캐나다 본토에서 먹는 것보다 더 맛이 나는 ‘버터구이 랍스터’. 보기는 좋으나 랍스터의 살 부위는 저 집게발과 왼쪽의 꼬리가 다다. 그래도 전체 맛은 훌륭하다. 다 먹으면 밥에 .. 2015. 12. 24. ‘뚱딴지’ 캐기 친구가 ‘뚱딴지’를 많이 심었다고 좀 갖고 가라는 뚱딴지같은 전화를 해서 생각지도 않던 ‘돼지감지’를 캐러 갔다. 밭머리에 줄지어선 ‘뚱딴지’의 마른줄기가 사람 키보다 크다. 평상시에는 꽃만 봤던 터라 잠시 놀랐다. 사실 이 ‘뚱딴지’라는 이름도 꽃과 잎이 감자와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감자를 닮은 뿌리가 달려 뚱딴지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아무튼, 멋대로 자란 기다란 줄기를 잘라내고 줄기 밑동을 손으로 잡아 빼니 뿌리가 통째로 뽑혀 나오는데 자잘한 흰 덩어리들이 다닥다닥 붙었다. 그렇게 뚱딴지같은 ‘뚱딴지’를 뜯느라 용을 쓰는데 지나던 이웃집 농부가 한 마디 한다. ‘그 줄기를 뭐 하러 힘들게 잘라냅니까, 그냥 줄기째 뽑아 털어보세요.’ 듣고 보니 우리는 괜한 줄기를 자르며 힘을 썼다. 그렇게 지나던.. 2015. 12. 15. 첫눈 내린 날 아침부터 많은 눈이 갑자기 쏟아진다. 카메라를 일부러 가방에 넣고 현관을 나섰다. 초등학교 옆을 지나자니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보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내리는 눈 속에서 단풍잎과 눈이 마주쳤다. 오늘따라 그 색깔이 유난히도 곱네. 그러나 도시의 눈은 일이다. 내릴 때만 좋다. 갑자기 쏟아지는 눈발에 거리가 어수선하다. 운동하고 수영장에서 돌아오는 길. 그 사이 쌓인 눈이 나무위에 소복하다. 첫눈이 왔으니 또 한해가 가겠지. 2015. 12. 6. 이전 1 ··· 6 7 8 9 10 11 12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