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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기

대림동 삼거리 먼지막 순대국

by 조인스 자전거 2016. 3. 29.

괜히 한 잔 생각이 나는 바람에 신대방역까지 가서 마주한 삼거리 먼지막 순대국 ‘특’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 순대국집 메뉴에는 꼭 ‘특’이 있다.

 

 

 

 

가게 안방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흑백 사진 한 장.

언제 누가 왜 찍었을까 궁금하지만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래서 볼수록 심플하다.

 

 

 

 

홀에는 서울 미래 문화유산이라는 플랜카드도 길게 하나 걸어 놓았다.

다시 말해 과거미래가 잘 혼합된 순대국집이다 라는 거다.

 

 

 

 

아무튼, 가게 전체 분위기가 딱 순대국을 닮았다.

한잔 두잔 걸치다보니 우리도 순식간에 비슷해지는데 꽤 괜찮은 술집이다.

사실 순대국은 술국이다.

 

 

 

 

오래된 아니 미래가 창창한 순대국집에서 잘 먹고 나서는데

한 잔 걸친 저 양반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음주자전거 벌금 20만원 이라는데

그렇게 본다면 음주 보행자도 벌금을 내야 형평이 맞는게 아닌가?

 

 

 

세상은 내 생각대로 가지는 않지만 한 잔 걸친 내 눈에 보이는 밤풍경은 늘 아름답다.

대방동 골목길 불 켠 오색간판들이 춤을 춘다.

 

 

 

 

앞서가는 승호의 뒷모습이다. 정 조준해 셔터를 눌렀지만 사진전체가 흔들렸다.

손에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변 빛이 부족해서가 틀림 없다.

정신도 신체도 아직은 괜찮은데 세상이 그렇다는 거다.

 

 

 

 

바로 옆 풍경 선명히 찍힌 연금복권 스티커를 보세요.

복권사업은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 광고스티커도 야광이다.

 

 

 

희끄무레한 외등 하나.

치유센터라는데 보기만으로도 힘이 빠지네.

 

 

 

그렇게 신대방역 쪽으로 걸어가며 놀다가 찻잔이 그려진 간판 앞에서 멈췄다.

 

 

 

굵은 베로 감싼 조명弔明.

딱 열 명 앉으면 꽉 찰 작은 커피 숍. 뭔 얘기를 했는지 하루사이에 기억이 없네.

 

 

 

사당 방향 신대방역 전철 플랫홈.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CCTV를 나도 찍었다.

찍고 찍히면 우리는 잠시나마 하나가 된다.

렌즈로 보면 세상은 늘 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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