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우리 설날이야 마냥 좋지만
섣달그믐에 만두 빚는 일은 설을 위한 큰일 중 하나다.
사실 명절과 어울리는 음식에 만두만한 것이 또 어디 있겠나싶은 것이
그 만두의 구수한 맛은 두 번째고 만드는 과정이 그러하다.
한 해를 마감하는 엄동설한 긴긴 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노라면
저절로 지난 일 년이 마감된다.
올 해의 만두피는 직접 밀가루를 반죽해서 밀었다.
힘은 다소 더 들지만 존득거리는 그 부드러운 감촉은
역시나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것과는 비교불가다.
아무튼, 올 한 해 그 많은 사연들을 말랑한 만두피로 보쌈을 해서 늘어놓고 있자니
그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모두 곱기만 하다.
사우루스 몸통을 연상시키는 두툼한 전통 평양식 만두.
보통 만두 두 개 분량으로 이놈을 먹노라면 마치 공룡을 통째로 삼키는 기분이다.
말로는 삼백 개를 만든다고 했는데 힘이 달려 삼십 개로 마감했다.
그리고는 원래 설 명절은 보름간이라고 둘러 댔다.
그래도 그렇지 요즘 세상에 만두 삼백 개라니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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