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뚱딴지’를 많이 심었다고 좀 갖고 가라는 뚱딴지같은 전화를 해서
생각지도 않던 ‘돼지감지’를 캐러 갔다.
밭머리에 줄지어선 ‘뚱딴지’의 마른줄기가 사람 키보다 크다.
평상시에는 꽃만 봤던 터라 잠시 놀랐다.
사실 이 ‘뚱딴지’라는 이름도 꽃과 잎이 감자와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감자를 닮은 뿌리가 달려 뚱딴지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아무튼, 멋대로 자란 기다란 줄기를 잘라내고
줄기 밑동을 손으로 잡아 빼니 뿌리가 통째로 뽑혀 나오는데 자잘한 흰 덩어리들이 다닥다닥 붙었다.
그렇게 뚱딴지같은 ‘뚱딴지’를 뜯느라 용을 쓰는데 지나던 이웃집 농부가 한 마디 한다.
‘그 줄기를 뭐 하러 힘들게 잘라냅니까, 그냥 줄기째 뽑아 털어보세요.’
듣고 보니 우리는 괜한 줄기를 자르며 힘을 썼다.
그렇게 지나던 동네사람들이 주는 훈수를 들으며 뚱딴지를 수확하는데
차진 진흙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하얀 뿌리가 보석처럼 빛난다.
뿌리덩이 하나하나는 작으나 옹골차게도 생겼다.
한 뿌리에 달린 양이 꽤 된다.
돼지감자는 윈래 물 빠짐이 좋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는데
여기 진흙 물구덩이에서도 밑이 꽤 들었다.
흙을 털어내고 박스에 몇 개 넣었는데 그것참 볼 품 없다.
그러나 이 분은 ‘이눌린’이라는 성분이 풍부해 당뇨 환자에게 좋단다.
아무튼, 뚱딴지가 좋다 별로다 맞다 틀리다 떠들면서 서너 뿌리 캤더니 자잘한 크기이지만 얼추 한 박스가 된다.
‘뚱딴지’는 흰색과 자주색이 있다는데 요 자주색이 맛이 더 있단다.
‘돼지감자’는 원래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인디언들이 재배하던 식물이었단다.
어쩌다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그만 ‘뚱딴지’가 되고 말았지만 뿌리도 좋고 꽃도 아름다운 과연 뚱딴지같은 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