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볼 치자고 잡은 날이 하필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그러나 기대하지도 않은 눈이 내리는 바람에 인상적인 라운딩이 되었다.
친절 캐디가 만들어 준 따뜻한 다방커피. 첫 눈이 만들어 준 낭만의 라운딩.
쓸다 만 페어웨이. 첫눈이나 첫사랑이나 그런 것들은 본래 저 혼자 알아서 사라지는 법.
그냥 놔두는 것이 여러모로 좋은데 사서 고생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눈도 눈이지만 갑자기 몰려오는 추위에 몸이 말을 안 듣는다.
덜덜 떨다가 차례가 되면 대충 한 번 휘두르고는 다시 난로를 찾아 가는 형세로 볼을 때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몸에서 열도 나며 재미가 솔솔 붙는다.
후반부에서는 완전 눈밭에서 돌아다니는데 그 신선한 느낌이 강추위를 몰아내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