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절여 파는 것도 황송한데 이제는 절인 것을 헹궈서까지 팔고 있단다.
하기는 버무린 김장 속까지 파는 곳이 있다니 참으로 감사한 세상이다.
그래도 무 채 써는 일은 아직 우리의 몫이다.
사위 둘이 오랜만에 합심해 만든 무 채 한 보따리.
김장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한 일.
김장 속을 버무리는 것은 늘 봐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먼저 고춧가루로 색깔을 입히고
그다음 생새우에 새우젓 등등이 일차로 들어가는데
뜻밖에 장모님이 뭘 하나 꺼내들고 나서신다.
이것은 그 옛날 ‘아지노모도’ 그러니까 바로 ‘미원’이었다.
몸에 안 좋다고 흉도보고 그랬는데 잘못된 정보였다며 한참 들어부으신다.
하기는 저거 먹으며 이렇게 아들 딸 다들 잘 컸으니 뭐라 할 것도 없다.
다음에는 비슷한 물질인 설탕도 한 사발 넣는다.
그래야 김치가 시원한 맛이 난단다.
그렇게 하얀색 양념들 이것저것이 들어간 김장속에다
이번엔 초록빛 나는 이것저것들을 줄줄이 넣는다.
누구 손인지 참 오동통도 하다.
이제 들어갈 것이 웬만큼 들어간다 싶으면
가장 힘든 공정인 버무리기가 시작되는데 이것은 허리힘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앞장서서 나서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할 수 없이 남녀 구분 없이 나이순으로 했다.
그렇게 버무리면서도 뭐를 자꾸 집어넣는데
뭘 집어넣었는지 지금 생각해 봐도 뭔지 잘 모르겠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것은 또 무엇인고 내가 찍은 사진인데도 생각이 안 난다.
하여튼 다 몸에 좋은 거다.
완성된 김치 속.
엄청난 양이다.
김치 속이 많은 것 같았으나 두 시간이 채 안 걸려
이렇게 되었다.
이 애들 수영장처럼 생긴 버무리매트 덕에 올 김장은 쉽게 했다.
배추 160kg 김장 완성품.
차로 꽤 많이 운반하고도 이렇게나 남았다.
그리고 단출하게 공보가주로 일을 마감하려 했는데
김장속이 하도 맛있어 소주를 더하는 바람에 결국 또 블랙아웃이 되고 말았다.
불쌍한 내 뇌세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