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 얼굴 좀 보려고 우면산 기슭의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평일 점심시간 무렵의 예술 동네는 한가하다.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하고 ‘우면산’ 꼭대기에 올랐다. 우리들 소망처럼 간절한 모습의 ‘소망탑’이 정상에 자리했다.
딱딱한 정상석보다 푸근해서 보기 좋다.
전망대에 서니 서초동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웬수 미세먼지 때문에 시정은 꽝이다.
여기도 청설모들이 꽤 많다.
강남에 살아 그런지 기름기가 좍 흐른다.
되돌아 내려오다 사당역으로 가는 둘레길로 방향을 바꿨다.
어째 둘레길 단풍이 산 위보다 더 낫다.
단풍은 도시라고해도 시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숲 뒤로 남부순환도로가 크게 지나는데 예쁜 단풍이 숲에 그득하다.
부지런한 생강나무는 겨울눈이 벌써 나왔다.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더니 하는 일이 남다르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현장. 소 잃고 외양간을 튼튼하게 잘 해 놓았다.
누가 그랬던가.
가을은 이파리가 몽땅 꽃으로 변하는 또 다른 봄이라고.
노란 생강나무를 배경으로 한 원조 단풍.
별처럼 빛나는 가을 꽃.
요 며칠 내린 단비 덕에 숲 속 향기까지 신선한데 내장산. 설악산이 부럽지 않도다.
둘레길 고갯마루에서 만난 돌탑 한 쌍. ‘우면산’ 정상에서 봤던 딱 그 모양의 돌탑이다.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우면산 둘레길이 생각보다 꽤 길다. 깊은 산 속에나 걸릴만한 플랜카드도 걸렸다.
좋지도 않은 내용을 뭘 저리도 크게 내걸었는지 보며 지나자니 심기가 불편하다.
황금색 이파리를 가득 매단 나무 하나.
'나무가 안 놔주는 겁니까? 아님 이파리가'. 대답이 없다.
둘레길을 내내 함께 걸은 ‘안내 리본’. 길을 벗어나며 이별하자니 그새 정이 들었는가.
뷰파인더 속, 단풍 고운 그 모습에 맘이 짠하다.
우린 이별한 만큼씩 늙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