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처음 방문한 '인천수목원'.
6월 녹음을 잔뜩 기대했는데 그 기대를 무참한 주인공이 있었으니 바로 ‘식나무깍지벌레’다.
참혹한 수목원의 나무들을 보고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한참 고생했다.
그나마 상태가 좀 괜찮은 나무들만 사진에 담았다.
‘노각나무’
‘사람주나무’
나무껍질이 사람의 피부처럼 희고 매끄럽다하여 얻은 참으로 인간적인 이름.
허나 그것보다는 멋지게 드는 단풍 탓에 얻은 이름이면 좋겠단 생각이 볼 때마다 드는 나무.
‘주엽나무’
주엽이라는 열매가 달려 이름을 얻었다는데 나이가 20-30년이 되어야 열매가 열린단다.
줄기에 험상궂게 생긴 가시들이 돋아있어 자신의 열매를 보호하는 기이한 나무 중 하나다.
‘피라칸다’ 열매
가을이면 빨간 열매가 달리는 나무 중에서 가장 많은 열매를 맺는 나무다.
어쩌자고 저렇게 많은 열매를 달았는지 모르겠다. 꽃말이 ‘알알이 영근 사랑’이란다.
‘자작잎서어나무’ 열매
‘포’를 이루는 열매가 특이하다. 주저리 주저리 열린다는 낱말은 서어나무 열매에서 나왔나 보다.
‘채진목’ 열매
블루베리 같은 열매를 잔뜩 매단 채진목. 동그스름한 나뭇잎도 예쁜데다 맛있는 열매까지 매다는 희귀목이다.
일본에서 장군의 지휘봉 끝에 달린 수술을 ‘채배 ’라고 하는데,
이 나무를 채배 같은 나무란 뜻으로 ‘采振木’이라고 부른다.
이 한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채진목이 되었다.
북한에서는 ‘독요나무’라 부른다. - 위키백과에서
‘쪽동백나무’ 열매,
꽃은 이미 다 졌고 여기저기 열매를 매단 나무들이 많다.
동백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나 동백처럼 씨를 기름으로 쓴다 하여 동백이라 하고
작음을 뜻하는 접두사 ‘쪽’을 넣어 만든 이름이라한다. 수목원 나무를 솎아낸 공터에 여러 그루를 심었다.
‘합다리나무’
나무의 줄기가 학의 다리처럼 생겨 얻은 이름. 제주도에서는 '학'을 '합'이라 한단다.
늘씬한 줄기도 그렇지만 줄기 표면의 질감도 학 다리 같이 묘하게 생겼다.
참죽나무와 비슷한 잎을 갖고 있는데 흰 꽃이 원뿔모양으로 요란하게 핀다.
‘미역줄나무’ 꽃
낙엽성 덩굴 식물로 꽃 모양이 위의 ‘합다리 나무’ 꽃과 비슷하다.
나무줄기가 미역줄기를 닮아서 이름을 얻었다는데 공감하기 힘들다.
‘까치박달나무’(자작나무과) 열매
봄철에 노랗게 축 늘어진 꽃을 피워 이목을 끄는데
여름이 오면 열매가 잎으로 된 꼬리 모양을 해서 또 한 번 눈길을 끈다.
비늘잎 안쪽에 작은 타원형의 씨앗이 들어 있다. 까치가 이 나무에서 잘 산다하여 얻은 이름이다.
‘꽃개오동나무’
꽃이 팝콘처럼 생겼다.
미국에서 개량된 종자를 들여와 번식한 나무로 한때 황금수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단다.
‘사과나무’ 열매
종로에다 심자고 노래까지 만든 나무. 정말 가로수로 심어 가꾸면 좋을 텐데 왜 안 하나 모르겠다.
‘좀목형’ 꽃
이름처럼 희귀한 나무로 심심산골 양지바른 절벽이나 바위틈 등에 자람.
중국산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뱀사골 등 중부지방에서 자생한다고 한다.
인천과는 궁합이 잘 맞는지 엄청나게 크게 자라서 거목이 되었다.
‘앵도나무’ 열매
앵두가 징그럽게도 많이 달렸다.
먹을 것이 많아져서 그런지 아니면 민주시민의식의 고양 때문인지 저 혼자 익어서 저 혼자 떨어지고 있다.
‘산목련’
목련보다 한 수 위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산목련.
언젠가 두문재동에서 보고 이렇게 단아한 꽃이 다 있나 하며 놀랐는데
이젠 자동차 매연 질펀한 인천수목원에서도 볼 수 있다. 좋다고 해야 하는지 안됐다고 해야 할지.
‘산수유나무’ 열매
봄을 제일 처음 알렸던 그 노란 꽃이 열매를 잔뜩 매달았다.
길쭉한 열매와 살짝 옆으로 비틀어진 이파리가 매력이다 .
‘자엽안개나무’ (smoke tree)
잎은 동그스름한 자주색으로 점잖게 생겼는데
꽃이 피면 씨방에서 나오는 털? 때문에 저런 모양으로 변한다.
‘중국받침꽃’ 열매
꽃잎과 꽃받침이 같다 하여 붙은 이름.
가지 끝마다 하나씩 달린 열매가 연밥처럼 생겼다.
줄기 표피가 향이 좋아 계피대신 쓰기도 한단다.
‘팥배나무’ 열매
공해에 찌든 곳에서는 잘 자랄 수가 없어 대기 오염 정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나무로
이곳에서도 도로가에 있는 것은 잎이 찌들었는데 외진 곳의 이 나무는 비교적 깨끗하다.
라나스 ‘덜꿩나무’ 열매
꿩이 이 나무 열매를 특별히 좋아한다 해서 붙은 이름. 열매가 특이하게 위를 보고 열렸다.
'수국' 처럼 헛꽃이 주변에 피고 양성화 꽃이 가운데 무더기로 핀다.
‘덜꿩나무’는 헛꽃이 없어 라나스와 쉽게 구분된다.
몰리스 ‘풍년화’ 열매
이른 봄에 산수유 꽃같은 노란 꽃이 피는 나무로 여름이 되면 이렇게 많은 열매를 매단다.
풍성하게 생긴 이파리나 잔뜩 매달린 열매를 보면 안 그래도 풍년화이다.
‘왕머루’ 열매
인천수목원에는 유난히 왕머루가 많다.
더구나 수목원 전체가 ‘식나무깍지벌레’가 초죽음이 되었는데 '왕머루'만은 멀쩡하다.
국산 포도에는 머루, 왕머루, 새머루, 까마귀머루, 개머루 등 5종의 자생종이 있단다.
까맣게 익은 왕머루 보러 다음에 필히 다시 와야겠다.
‘가래나무’ 열매
가래나무 열매는 추자(楸子)라 부른단다.
열매는 물론 잎도 호두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잎이 달린 모양이 농기구인 '가래'를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
‘호두나무’ 열매
가래나무와 이웃해 자라는 호두나무. 6월 무더위 속에서 나무들은 열매를 맺느라 바쁘다.
초록의 나무 열매를 찾으며 수목원을 걷다 보니 더위가 한층 가신다.
그렇다면 이것 또한 피서라 아니 부를 수 없을 것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