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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고

자전거 국토종주 (상주~달성)

by 조인스 자전거 2013. 6. 2.

하루에 달리는 거리를 늘리려고 아침을 먹지 않고 새벽에 길을 떠났다.

낙동강 변 둑에는 보라색 '갈퀴나물' 꽃이 지천이다. 신선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꽃길을 달리는 맛이 좋다.

 

 

 

삼일 후에 비가 내린다는 뉴스가 있어 부지런히 길을 재촉했다.

구 도로를 자전거 길로 만든 각진 황색선이 멋지다.

 

 

 

‘구미보’가 나타났다. 거북꼬리란 뜻을 가진 ‘구미(龜尾)’를 형상화 했단다.

보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그만큼씩 거리가 줄어 힘이 솟는다.

 

 

 

 

잠시 자전거 길은 강을 벗어나 숲속을 달린다. 솔잎을 밟고 달리는 자전거의 느낌이 색다르다.

 

 

 

 

아홉시쯤 '해평면'으로 들어가 늦은 아침을 먹었다. 시골풍경을 고대로 간직한 읍내가 얼마나 정다운지 모르겠다.

별로 왕래가 없을 듯싶은 도로변 꽃밭에 예쁜 꽃들이 줄지어 피었다.

 

 

 

 

구미시까지 이어지는 둑방 자전거길은 강변을 따라 만든 데크길을 끼고 달린다.

 

 

 

 

'구미시'로 접어들자 자전거 길 주변으로 사람들이 보인다. 둔치에서 동호인들의 야구경기가 한창인데 잠시 서서

렌즈를 겨누자 타자가 멋지게 안타를 치고 나간다. 틀림없이 카메라 덕이다.

 

 

 

 

자전거 도로에서 마주친 소실점. ‘금오산’ 쪽 산업공단 도로 끝으로 시내가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낙동강 자전거 도로는 이제 ‘남구미 대교’를 건너 반대편 강둑으로 이어진다.

 

 

 

 

구미시 낙동강 수변 공원에 있는 벤치. 오래 사용하지 않는 벤치들을 보면 대개가 먼지 때문에 지저분한데

이곳에 있는 의자들은 하나같이 반짝거리며 윤이 난다.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칠곡보 휴게소’. 자전거 길이 지나는 ‘칠곡보 통합관리센타’에는 분수대까지 있다.

우리도 잠시 쉬는데 맞은편 고속철도교 위로 지나는' KTX'가 정말 빠르다.

 

 

 

 

‘칠곡보’. 이곳의 명물 ‘가산바위’ 모양을 형상화 시켰단다.

터키 국기모양의 반달무늬는 아마도 황소 뿔이 아닐까 혼자 생각한다.

 

 

 

 

왜관철교 아래 둔치 메밀밭. 처음 마주한 농작물이 있는 고수부지다.

강변의 메밀밭이라니 한밤에 나와 보면 장관이겠다.

 

 

 

'칠곡'을 지나자 자전거 길은 다시 전원풍경으로 바뀐다. 낙동강 하구가 가까울수록 강폭은 넓어져 끝이 안 보일 정도다.

아직도 4대강 공사 때 활약했음직한 준설선들이 강가 여기저기 보인다.

 

 

 

목표인 낙동강 하구 둑까지 222Km. 다음날 이 숫자가 두 자리로 바뀌자 그 숫자가 얼마나 빨리 줄어드는지

시간의 개념이란 것이 사람 나이나 자전거 달리는 거리나 비슷해서 놀랐다.

 

 

 

 

배가 출출해서 어디 먹을 만한 곳이 없을까 할 때 나타난 반가운 안내판.

 

 

 

 

 

그러나 그 아래 붙은 종이 한 장에 그만 실신할 뻔 했다.

식당은 예산 부족으로 당분간 쉰단다. 그림같은 풍경 속을 달리면서도 배가 고프니 만사가 귀찮다.

 

 

 

 

더구나 안내판을 본 뒤 갑자기 허기가 진다. 맞은편 강 너머에 미루나무가 혼자 외롭다.

배 고프고 외로우니 다 슬프게 보인다.

 

 

 

 

물도 다 떨어지고 배도 등짝에 가서 붙을 즈음 드디어 식당 촌을 만났다.

달성 다사읍 ‘문산리’의 명물 어죽 수제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늕지 아직도 그 맛이 입안에 남아 있다.

 

 

 

 

길이 오랜만에 마을을 지난다. 대구 상수원보호구역이라 강변을 모두 팬스로 막았다.

길 따라 하얀 ‘샤스타데이지’가 예쁘게 피어 아름다운 길이다.

 

 

 

 

‘강정 고령보’에 의해 만들어진 호수 같은 낙동강.

이 구간 북쪽 강가로 달리는 자전거 길은 한마디로 으리으리하다.

4대강 사업 홍보관인 ‘디 아크’까지 보유한 4대강 16개 보 중 가장 화려한 곳이다.

 

 

 

 

대구 아파트 대단지를 보며 지나는 낙동강 자전거길. 3층짜리 물 문화관 ‘디 아크’ 라는 이름의 건물이 자리를 잡았는데

주변 풍경이 받쳐주지 못해 괜히 내가 미안하다.

 

 

 

 

대구 ‘화원유원지’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났다.  장난감 같은 작은 돛을 단 배들이 푸른 강위에서 나풀거리는데

‘옵티미스트 클래스’(0ptimist Class)라고 부르는 전국 소년체전 요트 경기란다.

관중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전거를 멈추고 사진도 여러 장 찍으며 한참 구경했다.

 

 

 

 

행정구역은 대구이지만 시 외곽이라 자전거 길은 한산하다. 한 무리의 사이클 선수들이 옆을 우르르 지나는데

프로 냄새가 난다. 나중에 들어보니 1회 아마추어 사이클 동호회 경기로 8명의 기록으로 순위를 매긴단다.

 

 

 

 

‘금계국’이 노랗게 핀 둑방 위로 자전거길이 끝없이 달린다. 낙동강 자전거 도로에서 아마도 시야가 가장 넓은 곳.

 

 

 

 

오월의 꽃들이 만개한 낙동강 변의 오후. 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노랑 보랏빛 꽃들이 둑에 화려한데

이따금 이곳이 6.25 당시 격전지임을 알리는 작은 안내판들이 눈에 띈다.

 

 

 

 

유채꽃은 낙동강에서도 한창이다. 축제를 알리는 입간판이 길가에 섰는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없으면 어떤가 둔치 꽃들은 활짝 피어 자기들끼리 잔치를 벌였다.

 

 

 

 

무려 열 시간을 넘게 달려 ‘달성보’에 도착했다. 해는 남았지만 체력이 소진된 것 같아 오늘은 여기서 쉬기로 했다.

누나가 인증센터에 나붙은 민박집 전화번호를 보고 다이얼을 꾹꾹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