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에서 하루를 지낸 덕에 가뿐한 몸으로 새벽 출발을 했다.
길가에는 강에서 걷어 올린 수석들이 산을 이루었는데 그 사이를 지나는 안개 짙은 자전거 길은 별천지다.
강변에 피어오른 안개가 먼 풍경을 모두 지워버렸다. 보이는 것은 자전거 길과 길가장자리가 전부다.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어제저녁 힘들여 만들었을 거미줄이 길가에 걸렸다.
주인장은 어디서 뭘 하는지 보이지 않고 줄마다 조롱조롱 옥구슬이 영롱하다.
길 따라 지나는 강변에서 만난 어부의 초상. 한국판 밀레의 만종.
충주 시내에는 자전거 길 안내 표시가 따로 없단다. 물어물어 가야 한다는데 그것이 재밌다.
길 끝 왼쪽이 충주 ‘중원탑 호수공원’.
공원은 ‘탄금호’를 끼고 있는데 경치도 좋고 조각상도 많아 이곳에서 잠시 쉬며 놀았다.
공원 중앙에 있는 저 늠름한 탑은 국보 7호인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으로
한반도 가운데 있다 해서 ‘중앙탑’으로 불리는 탑이다.
통일신라시대의 탑 중 가장 높단다.
공원에서 잠시 쉰 뒤 이번에는 ‘탄금대’로 향했다.
‘탄금대’는 우륵의 가야금 연주 말고도 역사적으로 사연이 많은 곳이다.
사진 속 바위는 ‘열두대’로 불리는 바위로 임진왜란 때 신립장군이 투신한 곳이다.
탄금대에서 나와 ‘충주천’을 건너 다시 바라본 북쪽 풍경.
앞쪽 다리는 리플타입 중로아치교인 ‘탄금 대교’이고 뒤쪽의 높은 다리는
탄금대까지 직행할 수 있는 ‘신탄금대교’로 올해 안으로 완공을 앞두고 있다.
충주 시내에는 공군 제19전투비행단이 있다.
잠시 지나는 길이었지만 요란한 팬텀기의 소리에 정신이 잠시 나갔다.
달천 둑에서 바라본 비닐하우스 단지와 그 너머로 보이는 충주시 스카이라인.
도시를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거대한 채소 공장이 장관이다.
탄금대에서 문경온천지구까지 이어지는 새재 자전거길의 시작점 ‘유주막(柳酒幕) 터’.
이 구간은 전체 길이가 55.7㎞에 달하는데 ‘소조령’과 ‘이화령’을 넘어야 하는 국토종주 전 구간에서
가장 힘든 곳이다.
달천을 길게 넘어가는 ‘싯계교’에서 바라다본 ‘수주팔봉’ 계곡.
이제 자전거 길은 ‘이화령’으로 달리는데 산이 높으면 골은 깊은 법.
남한강의 수계인 ‘달천’ 상류의 빼어난 풍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팔봉대교’를 건너 바라본 우리가 지나온 방향 ‘수주팔봉’이 바라다 보이는 ‘모원정’과 그 앞 ‘칼바위’.
그리고 능선 끊어진 사이로 보이는 곳은 '수주팔봉 유원지'
‘문강온천지구’에서 점심을 하고 이어 도착한 ‘수안보 온천 유원지’ 입구.
드디어 이곳에서 ‘소조령’이 시작되는데 때는 한낮이라 얼마나 더운지 오르기도 전에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까치다리’ 요란히 핀 소조령을 오르는 누이. 그러나 잠시 후 자전거는 탈것이 아니라 짐이 되고 만다.
나중에 복습을 해 보니 어떻게 된 일이 '소조령'이 '이화령'보다 더 힘이 들었다.
'소조령'을 넘어 언덕을 내려오다 만난 ‘원풍리 마애불상’.
법화경에 나오는 다보여래와 석가여래의 설화를 나타낸 것으로 추정한다는데
고려시대 때 만들어졌으며 보물 제97호로 지정된 높이 6m나 되는 아름다운 마애불이다.
드디어 공포의 이화령 고갯길에 접어들었다. 완만한 언덕이지만 정상까지 거리가 무려 4.5Km나 된다.
길은 계속 위로 향하고 오른만큼 주변경치는 훌륭하다. 가끔 차가 오르내리지만 녹음 짙은 주변에 잠겨
자전거가 오르는 데는 지장이 없다.
누나의 짐까지 모두 떠안고 페달을 구르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자전거가 잘 구른다.
중간 쉼터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두 번 멈추고는 쉬지 않고 정상을 올랐다. 지금 생각해도 신통방통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낭패가 다 있나.
그렇게 힘들게 오른 정상은 공사 중이다. 발밑에선 시커먼 콜타르가 끈적이고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정상에서 기대한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조망은 꿈이 되고 말았다.
백두대간을 잇는 이화령 복원공사라는데 이제 막바지란다.
아무튼, 정상에 있는 터널을 지나니 이제부터는 경상북도 문경이다.
유안진의 시비 ‘문경새재는 귀사랑 고개’라는 비석 앞에서 으쓱하게 폼을 잡았다.
고개를 넘어 내려오는 쉼터에서 내려다 본 계곡에 숨어있는 작은 마을
내려오며 보는 풍경은 왜 이리도 모두 아름다운지. 이 간사스러운 사람의 마음이란.
누나를 기다리며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올려다본 이화령 고갯마루.
이화령은 소백산맥의 조령산(1,017m)과 갈미봉(783m) 사이의 가장 낮은
해발 548m 부분으로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을 잇는 교통로다.
이 고개 주변으로 배나무가 유난히 많아 언제부터인지 이화령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문경새재는 배나무가 많았지만 지금 문경은 사과로 유명하다. 고갯길을 내려와 타는 갈증을 문경사과로 달랬다.
과일 집 아주머니가 얼마나 친절한지 사과맛보다 사람 맛이 더 달았다.
문경읍에 들어오니 오월 해가 벌써 넘어간다. ‘문경 온천지구’에 있는 모텔에서 세 번째 날을 보냈다.
‘문경종합온천’ 탕은 그 크기가 운동장만한데 사람들이 제법 많다.
그리고 다시 봐도 신기한 모텔 전화기. 이제는 없어진 옛것인 줄 알았던 다방이
문경 온천 지구에서 모여 살고 있는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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