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종주 마지막 날인 오늘 오후부터 비가 온다는 소식에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창녕 함안보’를 넘어 가는데 일러서 그런지 개미하나 보이지 않는다.
내내 방죽 위를 달리던 자전거 길이 오랜만에 둑 아래를 지난다.
잎이 가느다란 풀이 양쪽에 잔잔한데 화장 안 한 고운 얼굴 같다.
창녕군 길곡면 수변공원 둔치 가운데를 지나는 길이다.
4대강 사업으로 풍경이 호수처럼 변한 곳이 많다.
강 따라 만들어진 수변공원과 어울려 그 경치가 어디든 절경이다.
자전거길 중에 최고 등급으로 뽑힌 창원시 ‘살림길’에서 바라본 낙동강 상류.
밀양 ‘수산대교’에서 내려다본 남쪽 수변공원.
도심에서 꽤 먼 곳인데다 워낙 넓어 이용가치에 의문이 드는데
이정도의 넓이라면 리버 사이드 골프장 두어 개 정도 만들 수도 있겠다.
‘수산대교’를 넘어 오른쪽으로 접어들자 나타난 직선 자전거 도로.
여태껏 달린 자전거 도로에서 가장 긴 직선도로로 무려 2km가 넘는다.
이 좋은 도로를 둘이서만 달리자니 국가에 고맙고 국민에 미안하고 그렇다.
‘밀양 미르피아 오토캠핑장’ (밀양시 하남읍 백산리 474-11).
잘 조성된 이것저것 시설들이 보기에 일단 깨끗하고 좋은데
여기도 역시나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밀양 '명례마을' 수변공원에는 경비행기 두 대가 둔치에 앉아 있다.
이곳 주변이 밀양 신공항 예정지라고 한다더니 뭔가 풍기는 게 다른 곳과 다르다.
밀양 쪽에서 바라본 '경전선'이 통과하는 '신낙동강철교'.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철교로 연보라 칠을 한 철교가
겹겹이 쌓인 산을 배경으로 멋진 풍경을 만들었다.
밀양강과 낙동강의 합수부에서 바라본 풍경.
낙동강은 과연 길고 그리고 넓다.
'밀양강' 때문에 끊긴 낙동강 자전거 도로가 밀양 시내 쪽으로 한참 우회한다.
너른 벌판 너머로 보이는 ‘밀양’.
이름에서 봄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
우리를 멀리서 부르는 것 같았지만 외면했다.
밀양 쪽을 돌아 다시 낙동강으로 나와 만난 구 낙동강 철교.
일제 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다리로 6.25 전쟁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다리.
수변공원이 이렇게 잡초 하나 없이 깨끗한 이유가 있었다.
아무도 지나는 이 없는 공원에서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김매기에 열심이다.
수고하신다고 외치자 손까지 흔들며 반가이 맞아 준다.
삼랑진부터 부산 구포역까지 이어지는 강변에서 잠시 쉬었다.
여기도 강변을 따라 십리가 넘는 긴 구간을 강변에 철심을 밖아 데크길을 만들었다.
‘양산 물문화관 인증센터’는 데크 위에 덩그러니 혼자 있다.
이제 이 센터를 지나면 종착지 한 개만 남는다.
빗방울이 언제 떨어질까 내심 걱정하며 속력을 내다보니
멀리 구포지역 아파트들이 모습을 나타낸다.
드디어 부산 시내로 들어선 것이다.
비가 내리려고 꾸물거리는 하늘아래
부산과 김해를 잇는 사장교인 '화명대교'가 보인다.
칠 백리 낙동강은 바다와 가까워지며 한껏 그 폭을 넓힌다.
부산 '화명생태공원' 앞 빼곡하게 들어선 금정구 '금곡아파트' 단지
해운대 아파트만 높은 줄 알았는데 여기도 꽤 높다.
멋있는 금정산이 아파트 숲에 가려 안쓰럽다.
부산 하굿둑이 멀리 보일 무렵 드디어 비가 내린다.
좀 더 빨리 달렸다면 하는 후회가 몰려오면서
국토 종주의 기쁨이 반감된다.
낙동강 하굿둑 남은 거리를 알리는 마지막 표지판
270km가 넘던 숫자가 이제 2km를 알린다.
감개가 무량했다.
오후 세시 삼십분쯤 드디어 자전거 국토 종주 종착점에 섰다.
다 죽어가던 누이가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손을 번쩍 들며 환호를 한다.
이게 우리 사는 맛이다.
누나가 내 사진도 찍었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사진이 몹시 흔들렸다.
과연 이분이 나인지 왠지 낯설다.
이후 비도 오고 기력도 다 되어 용달차로 이동했다.
노포동에서 6시10분 차로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조금 넘는다.
6박 7일 자전거로 달린 국토종주가 버스로는 네 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앞으로 기억될 이 뿌듯한 마음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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