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낙동강에는 총 11개의 ‘보’가 들어섰다.
각 ‘보’마다 그 지역을 상징하는 조형물들을 기둥 위에 세웠는데
국토 종주를 하며 이 상징물들의 의미를 알아맞히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강에서 낙동강 하굿둑을 향해가면서 제일 먼저 만나는 ‘이포보’ 조형물.
여주 쌀을 상징하는 줄 알았더니만 백로가 알을 품은 형상이란다.
그렇다면 물에 빠진 비행기는 백로이고 럭비 볼이 알이다.
‘여주보’.
물시계인 ‘자격루’를 형상화 했다는데 다른 ‘보’와 달리 그 숫자가 무지하게 많다.
사진 앞쪽의 촛불처럼 생긴 조형물은 해시계인 ‘앙부일구’.
왠지 세종대왕의 업적 중 시계에 집착한 느낌을 준다.
‘강천보’. 여강에 뜬 ‘황포 돗대’를 상징한 조형물.
웅장한 보에 공연히 일회용품을 달아 놓은 듯한데
이런 조형물들을 요즘에는 곳곳에서 볼 수 있어 안타깝다.
‘상주보’.
보 기둥 위에 시루떡 모양의 다섯 장의 판이 쌓여있다.
상주지역에 전래되는 ‘오복동설화’를 반영했다는데
모양만 보고서는 알아맞히기 가장 어려운 조형물이다.
여기서 五福이란 壽, 富. 康寧, 貴, 子孫衆多를 일컫는다.
‘낙단보’, ‘보’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고려시대의 정자‘관수루(觀水樓)를 형상화 했다.
이제는 제발 그만 만들자고 한때 이슈가 되었던 콘크리트 한옥을
보란 듯이 ‘보’ 기둥 위에 떡하니 세워 놓았다.
‘구미보’. 가운데는 거북이 등짝, 양쪽은 용의 비늘을 상징화 시켰단다.
'구미'의 이름을 빌린 거북이는 그렇다 치고 용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칠곡보’.
보의 상징물을 설명한 글을 읽어 보니 ‘가산바위전설을 구현한 '철우'이야기로
역사 테마형 스토리텔링 및 낙동강 물길을 형상화함.’이라 썼는데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안 된다.
‘강정 고령보’.
대가야 유물 ‘기마인물형 토기’에 등장한 무사의 갑옷과 우륵의 가야금을 형상화했다.
고령은 대가야의 도읍지이자 우륵의 고향이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역사적인 컨셉은
뒤로하고 달성군과 고령군이 명칭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여 이름이 왔다리갔다리 한다.
아무튼 강정 고령보인지 고령 강정보인지는 4대강 16개 보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달성보’. 다른 보와 달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서 벗어난 상징물이다.
배의 앞머리 모양을 하고 있는데 항해를 시작하는 크루즈를 형상화했단다.
새시대 새마을이 생각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모태인 달성군다운 컨셉.
‘창녕 합천보’.
부근 ‘우포늪’에 사는 멸종위기 ‘따오기’ 머리 모양을 나타냈다.
콘크리트로 저리 만들어 놓았으니 이제는 절대로 멸종위험은 없겠다.
이곳도 보 이름을 갖고 두 지역이 싸움을 벌여 이름이 두 번 바뀌었단다.
‘함안 창녕보’. 낙동강을 품은 고니 날개 모양을 본떴다.
선박의 앞머리를 나타낸 ‘달성보’와 모양이 매우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4대강 사업이 워낙 조급하게 치러져서 드는 생각인데 완벽한 건축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멋진 예술품도 아닌 모양으로 강 위를 가로막고 선 조형물들이 안쓰럽게 보인다.
아무튼, 생긴 모습이야 그렇다 치고 자연을 파고 업고 들쑤셔 뭔가 공사판을 벌려야만 큰일을 했다고 하는
피라밋 같은 생각은 이제 그만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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