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몰고 어디 갈 곳이 궁하던 차
지난번 다녀온 ‘인왕산’ 아래쪽에 벽화 마을이란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 나섰다.
요즘 한강 ‘방화대교’ 북단에서 ‘성산대교’ 간 자전거 길은 온통 억새가 춤추는 길이다.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 마을은 한강으로 흘러드는 ‘홍제천’을 따라 올라가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자전거도로 위에 ‘외곽 순환도로’가 지붕처럼 덮고 있어
자전거타기에는 안성맞춤인 좋은 길이다.
부천 시청 앞에서 두 시간여 만에 도착한 개미 마을.
6.25 피난민들의 판자촌으로 대부분의 집주인은 홀몸노인들이다.
언덕이 가파르지만 예쁜 화분에 ‘큰 꿩의 비름’이 활짝 폈는데
추석 연휴마지막 날 개미 마을은 생각 외로 텅 비었다.
개미 마을 중심도로가에 여기가 벽화 마을이란 것을 알려주는 간판 같은 담장.
초등학교 아이들 작품 같은 이곳에서 제일 크고 깨끗하고 그리고 화려하다.
마침 홍제역에서 출발한 개미만한 마을버스가 힘겹게 언덕을 오르는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 큰 엔진 소리가 개미마을을 들었다 놓는다.
자동차도 자전거도 사람도 헉헉대며 오르는 가파른 언덕에는
하늘보다 더 새파란 시멘트벽에서 강아지들이 웃는다.
달동네에 벽화가 필요한 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개미 마을 도로 끝이면서 마을버스 종점이자 인왕산 등산로 들머리.
차들도 종류가 갖가지이지만 주차도 정말 지마음대로 했다.
뭔지 추석 냄새가 좀 나긴 나는 분위기다.
길가 골목을 잠시 올라가 바라본 남쪽 풍경.
인왕산 끝자락에 기대앉은 마을이 옛날 그대로다.
왼쪽 새로 꾸민 붉은 길이 인왕산 둘레길 나들목.
서쪽 풍경.
마을이 들어앉은 방향이 딱 북서쪽인데
추운 겨울 북서풍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그냥 겉으로 보기에도 쓸쓸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개미 마을의 명동 사거리 버스 정류소.
저곳이 영화 ‘7번 방의 선물’ 에서 예승이가 아빠를 기다리던 곳이란다.
저 아래 쪽에는 전라도 ‘전주 슈퍼’였는데 이곳은 경상도 ‘동래 슈퍼’다.
멋진 비구상 벽화.
프로판가스통까지 잘 어울리는데 그 색깔이나 구도에 정신이 번쩍 난다.
동래슈퍼 앞에서 올려다본 풍경. 경로당이 있고 쉼터인 팔각정도 있다.
이 길은 인왕산 약수터로 오르는 입구이기도 하다.
경로당 쉼터 쪽에서 내려다본 풍경 경사가 얼마나 급한지 노인들이 오르내리면 꽤 힘들겠다.
서울 구석진 곳에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개미가 되어 이룩한 작은 동네.
이곳에선 진정 사람 사는 맛이란 의식주의 풍요가 아니라 내 것을 나누어 갖는
따뜻한 마음이란 것을 즐거운 벽화들이 아낌없이 보여준다.
돌아오는 길
많은 돈 들여 잘 꾸민 홍제천 인공폭포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뒤에 두고 온 개미마을이 생각난다.
드디어 한강으로 나왔다.
넓은 망원지구 한강공원에는 가족과 함께 나온 나들이객이 넘친다.
노랗게 물들어 가는 잔디 위로 가을이 잔뜩 내려앉았다.
연휴를 즐기는 젊은이들과 팔짝팔짝 뛰는 아이들 뒤로
구부정한 노인이 뭘 하나 들고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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