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공원’에서 내려가는 길은 달동네인 ‘이화마을’ 골목길을 지난다.
왼쪽은 자동차가 오른쪽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다.
이곳 달동네는 벽화마을로 꽤 이름이 난 곳으로
지난번 구경했던 홍제동 개미 벽화마을과 비교해 보니
벽화의 질도 그렇지만 마을분위기 자체가 무척 밝고 깨끗하다.
마을 가장 위쪽에 자리 잡은 ‘이화동 마을 박물관’.
흰 색깔로 깔끔하게 마감한 모양이 어느 유명 갤러리 못지않다.
자전거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겉만 보고 지나쳤다.
마을 안길은 대부분 계단이다.
편히 가자했으면 자동차 길로 내려가면 될 일이지만
동네 구경을 하려고 자전거를 들고 계속 아래까지 내려갔다.
앞에 보이는 곳이 이화마을의 중심이 되는 사거리 골목이다.
성곽 밖으로 나가는 암문도 있고 쉼터도 있고 슈퍼도 있고 텃밭까지 있어
이화마을에서 제일 복작거리는 곳이다.
네거리 쉼터 한쪽에는 근사한 무대도 있다.
마을 분위기만 봐서는 서초동 부자마을보다 이것저것 볼거리 놀거리로 더 풍성해 보인다.
마을 곳곳에 사진작품들이 빨랫줄에 걸렸다.
배추밭 위로 만국기 모양의 사진작품이 바람에 날리는데
사진 내용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보는 것으로 맘이 풍성해진다.
마름모꼴 축대도 달동네만큼이나 오랜만에 본다.
예전의 모든 옹벽은 다 이 모양이었다.
여기저기 살펴볼수록 마을이 깨끗하다는 생각이 든다.
벽화는 물론이고 구석구석이 어디나 깔끔하다.
마주치는 마을 주민도 관광지 주인답게 여유가 있다.
마을 사람보다 구경 온 관광객이 더 많은 듯한데
주변에서 영어 중국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한적한 골목 풍경.
잘 마감된 드라마 세트가 따로 없다.
잠깐 하늘이 보이는데 남산타워가 골목사이에서 멀다.
한적한 한낮의 골목.
사실 소음도 거의 없다.
혼자 심심한 나무 잎사귀가 담장에 벽화를 그리고
옆에선 정장의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데 모두 말이 없다.
그리고 그 반대편 반추상 벽화.
요즘 도시게릴라 프로젝트라는 공공미술작업이 유행이라는데
눈코가 이미 완성된 벽에 두툼한 소피아로렌 입술을 하나 떡 붙이면 좋겠다.
이천 십 삼년 구월 이십칠일 이화마을 오후 두 시경 골목 풍경.
죽기 전에 해 볼 일들이 새하얗게 적힌 벽.
친구가 그 벽에 기대어 자전거 위에 다리를 한쪽 올렸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이렇게 해야 어울린다나 뭐나. ...
이화마을에서 제일 길고 가파른 계단.
자전거를 들고 낑낑거리며 내려와 올려다 본 풍경.
계단에 핀 꽃이 사람들에게 너무 밟혀서인지 많이 상했다.
그 긴 계단 아래 그림. 마을사람들의 심정이 담겼다.
그림자체로도 멋있지만 떠들지 말라는 경고인데
여러 소리보다 그림 한 점이 더 위력을 발휘한다.
이화마을 삼거리.
꽤나 시끄러운 곳이다. 출발지도 되고 종착지도 되는 그런 곳.
그리고 이곳을 멀리서 말없이 바라보는 큰 벽화가 하나 있었으니
대한민국 산업화의 일등공신이자 산업의 역군인 공돌이 공순이의 초상이다.
지금 이곳에 거주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 혹은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되겠다.
아니 지금 대한민국을 만든 모든 이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보면 나도 한 몫을 하긴 한 모양인데. 쩝.
그렇다고 이곳은 옛날 풍월이나 읊고 있는 곳은 결코 아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평화시장에서 팔리는 물건들을 열심히 만든다.
걸어가는데 길가는 물론 좁은 골목길에서 미싱 소리가 들린다.
‘지지~ 징’
이화마을 구경을 끝내고 내려와 마주한 ‘흥인지문’.
이쪽 서울의 동쪽 편은 지금 여기저기가 온통 공사판이다.
먼지 나는 현장을 보노라니 조용히 변신중인 이화마을이 우리에게 한 수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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