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는
파리에서 30여 킬로미터 북쪽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다.
마을로 가는 길가에는 늙은 가로수가 길게 늘어섰다.
파리 '드골공항'에서 사십 여분 차를 타고 달린 끝에
드디어 버스 정면으로 익숙한 교회 건물이 하나 나타난다.
고흐의 ‘오베르성당’의 바로 그 성당이다.
교회가 보이고 잠시후 버스는 우리를 '우아즈' 강변 주차장에 풀어놓았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라는 지명은 ’우아즈 강가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란다.
푸른 물이 가득 담긴 '우아즈' 강은 이 마을을 동서로 가로지르는데
어째 강이 아름답기보다 무시무시하다.
성당이 보이는 마을 입구 풍경. 프랑스 마을들은 어디든 교회나 성당을 하나씩 갖고 있다.
이곳은 고흐가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70여일을 머물며 70여장의 유화를 그려낸
가난한 화가 고흐의 마지막 아틀리에이다.
그가 두어 달 머물렀다는 ‘라부 여인숙’ 이층 방 앞에서 고흐를 불렀다.
그는 이곳에서 종일 누구 하나 사 주지 않는 그림을 그려 댔다.
여인숙 건물 바깥쪽 벽을 장식한 고흐의 일생.
삼십대 노총각 명함판 사진이 생각보다 단정하다.
‘라부 여인숙’을 오른쪽에 끼고 뒷길을 오르자 ‘오베르 노틀담 성당’이 나타났다.
이 마을 가장 높은 곳에서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고흐의 ‘오베르성당’의 실제 모델이다.
성당 앞 전신주 아래 나붙은 고흐의 그림 ‘오베르성당’.
아마도 고흐는 이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저 그림을 그렸겠고
그 그림은 이제 세계 모든 사람이 알아주는 유명한 그림이 되었다.
성당을 왼쪽에 끼고 길을 오르자 갑자기 너른 밀밭이 나타났다.
고흐의 마지막 작품인 '밀밭의 까마귀'의 현장이다.
까마귀는 없지만 지평선까지 보이는 넓은 들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뒤 돌아 본 우리가 걸어 올라온 호젓한 풍경.
도로가에 ‘꽃피는 아몬드나무‘의 소재가 됐음직한 꽃나무가 화려하고
오른쪽으로 종탑도 보인다.
밀밭과 길을 사이에 두고 마을 공동묘지가 있다.
작은 마을에 비해 상당히 넓은 묘지다.
고흐의 무덤은 공동묘지 북쪽 담장 아래에 있다.
갖가지 석물로 단장한 주변 무덤과 달리 비석 하나가 전부다.
지독히도 외롭고 배고팠던 생전의 모습이 무덤에서도 묻어난다.
공동묘지에서 나와 밀밭 사이 길을 잠시 걸었다.
왼쪽 공공묘지 담장이 보이는 저곳도 고흐 작품 ‘비’ (La Pluie)의 배경이다.
온 길을 내려오다 만난 풍경 하나.
그가 오르내리던 길목 목사관 담장 너머에서 만난 고흐의 노란색.
지는 햇살이 스폿 라이트를 비추듯 개나리꽃을 쏘아댄다.
성당 앞을 지나 마을로 내려오다 만난 풍경 둘.
주인인지 화가인지 늙은 여자 한 분이 작업 중이다.
이 마을에는 고흐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우아즈’ 강가 이제 막 눈을 뜬 버들개지들이 지는 해에 반짝인다.
'고흐'는 뭐에 씌운 듯 아니 미친 듯 이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다 죽었다.
그가 죽자 신기하게도 그의 그림은 잭팟이 터지듯 대박이 났다.
짧고 굵은 선을 사랑한 고흐는 그렇게 짧고 굵게 생을 살다 갔다.
가늘고 긴 삶을 지내는 이들에게 '고흐'는 늘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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