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더위에 해성이와 승호와 검단산에 올랐다.
생각 외로 잘 정비된 넓은 등산로가 처음 찾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등산로 뿐 아니라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크고 울창한 숲은 오대산 침염수림과 맞먹을 만큼 아름답다.
쭉쭉 벋은 소나무, 전나무는 물론이고 나무 아래 양치류 군락은 쥬라기 공원도 부럽지 않다.
허나 아름답고 시원한 숲길에 미치지 못하는 저질 체력이 문제였으니
온 몸이 땀으로 젖는 바람에 걷다 쉬다를 쉼 없이 반복했다.
그러다가 만난 반가운 약수터. 검단산 산세와 어울리는 엄청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는데
그 맛 또한 천하제일이니 산 좋고 물 좋고란 딱 이곳을 지칭하는 말이겠다.
그렇게 드디어 결국 깔딱 고개까지 무사히 지나 산 위에 섰으나
이런 불상사가 다 있는지 그 좋다던 검단산 조망이란. 산봉우리 하나 볼 수 없는 망망대해가 아닌가.
들고 올라온 무거운 카메라가 아쉬워 여기저기 곤충들이나 찍어댔다.
'갈색여치라는' 외래종 곤충, 그놈 참 징그럽게도 생겼다.
그리고 짝짓기중인 '밑들이 메뚜기' 한 쌍.
이 종은 날개가 퇴화해 성충이 돼도 날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검단산 정상은 헬기장 겸용이다. 따라서 전망은 좋으나 그늘이 없다.
십여 분 서성거리다 이내 하산 길에 들어섰다.
‘곰배령’ 정상에서나 볼 수 있는 등골나물 위에 앉은 나비 한 마리가
이곳도 600미터가 넘는 고지임을 자랑한다.
정상부근에서 오랜만에 노란 고추나물 꽃도 보고 된장잠자리도 봤다.
싱싱한 '물레나물' 꽃은 얼마나 색이 짙은지
주변이 모두 노랗게 보일정도다.
잘 자란 풍채가 주변 나무들을 호령하는 소나무도 보았다.
용트림하듯 좌우고 굽은 줄기가 장관인데 렌즈가 작아 다 담지 못했다.
서쪽 ‘전망바위’에서 한참 쉬며 편안하게 바라본 '팔당역' 연무가 꼈지만
그 이름에 걸맞는 이곳의 전망은 기가 막히다.
‘팔당 대교’ 쪽을 감상하다 바로 코앞 나무줄기에서 발견한 '알락 수염노린재'
검단산에서는 아무 곳에서나 앉아 가만히 주위를 살피면 많은 곤충들을 볼 수 있다.
건강한 산이 틀림없다.
검단산은 또한 갖가지 등산로가 재밌다.
돌길에 흙길에 나무계단에 돌계단에 그 종류가 다양하고 또 다 넓고 편안하고 잘 정비되었다.
평소 못 보던 새도 자주 볼 수 있어 좋았는데
'유길준 선생 묘' 담장에 앉아있던 이름을 알 수 없는 새 한 마리.
여름 철새인 ‘귀제비’ 같기도 하나 분명하지 않다.
그렇게 거의 네 시간에 걸친 여름 산행을 끝내고 나가는 주차장 쪽 들머리 풍경.
시원하게 뚫린 등산로만큼이나 상쾌한 기분으로 여름산행을 끝냈다.
늦은 점심은 팔당대교를 넘어 ‘팔당 초계국수’에서 해결했다.
네 시경 팔당역 앞마당 풍경으로 바로 앞에 시퍼렇고 커다란 검단산이 버티고 있다.
참, 이 크고 두툼한 단팥빵은 승호가 아침에 사온 빵이다.
청와대에 납품했던 빵집에서 근무했던 제빵사가 만드는 빵이라는데
하나 얻어 들고 산행 시작할 때부터 먹었는데 결국 집에 올 때까지 먹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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