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안 온 비가 한꺼번에 오려는지 요즘 들어 늘 날이 좋지 않다.
자전거를 놔두고 오랜만에 마누라와 서울나들이를 했다.
종각역을 빠져 나오자 거대한 빌딩들이 앞을 가린다.
올 연말 준공한다는 ‘광화문 D타워’
목적지는 인사동으로 정했으나
일부러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 북촌까지 한 바퀴 멀리 돌자고 교보문고 앞에서 우회전을 했다.
늘 그냥 보고 지났던 네거리 이 건물의 정체는 ‘고종 즉위 40년 칭경기념비전’(紀念碑殿)
세종로 거리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동서남북 다 멋있다.
KT광화문타워와 교보문고 빌딩 사이로 보이는 신축건물들.
왼쪽이 ‘올레플렉스’ 오른쪽이 ‘광화문D타워’
경복궁 사거리에서 바라본 남쪽 풍경. 두 개의 큰 빌딩을 거느린 ‘동십자각’이 의연하다.
한국일보 사옥 터 위에 들어선 ‘트윈트리타워’와 오른쪽 '더 케이 트윈 타워'.
둘 다 외국계 큰손들이 사들인 빌딩이다.
현대미술관 서울관’ 외관은 어디 고등학교 건물 같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옛 기무사 터에 세웠다는데 요란하지 않은 생김새가 일단 맘에 든다.
미술관 지하층에서는 내년 1월 11일까지 전시된다는
‘매트릭스: 수학-순수에의 동경과 심연’전이 열리고 있다.
책꽂이도 수학책도 다 작품이다.
전시 제목 ‘매트릭스’는 근대 이후 수와 계산 또는 행렬과 연산에 의해 통제받는
‘수학화된 오늘날’을 상징한다는데 이번 전시는 이 시대의 예술가들이
이런 ‘수학화 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전시란다.
아름다움은 뒤로하고 일단 모든 작품들의 간단명료함이 맘에 든다.
선명한 선과 수의 배열과 배치가 눈을 시원하게 한다.
유지원, ‘단위와 배열 : 동아시아 수학과 일상의 공간’, 시트지 출력, 설치
또한 미술관 개관전으로 작년부터 전시한다는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굵은 철사로 골격을 잡고 푸른 천으로 둘렀는데 가성비쪽에서 대단한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엄청난 돈과 노력을 들인 최우람의 키네틱 아트 작품 ‘오페르투스 루눌라 움브라’도 있었다.
이 작품은 인간들이 만들어 낸 쓰레기 속에서 탄생한 가상의 유기체라는데
보는 내내 제작비용과 작가의 수고가 안쓰럽게만 보였다.
그리고 미술관 밖 마당에 전시된 설치작품 ‘신선놀음’도 봤다.
얼핏 하수종말처리장같은 기분이 드는 오브제들은 구름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작품은 ‘국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에서 최종 우승한 ‘문지방’팀의 작품이란다.
그러나 미술관 구경에서 제일 인상 깊은 장면은 바로 이 작품 아닌 작품이다.
미술관에서 북촌으로 가는 지름길로 올라서서 만난 풍경으로 멋진 전통 한옥은
‘종친부 경근당(敬近堂)’ 건물로 전통과 현대문화가 하나로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낸다.
미술관 뒤편은 바로 '북촌'이다.
어디 따라 방향도 정하지 않고 이리저리 길을 따라 걷는데
왠 청춘남녀들이 그리도 많은지 나이 먹은 사람은 우리뿐이다.
그래도 우리를 반기는 것을 하나 찾았으니 떡볶이다.
어디서나 언제나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우리 음식.
그야말로 서비스도 맛도 최고인 코리아 떡볶이를 북촌에서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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