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버지 산소에 들렸다가 앞에 자리한 헤이리 마을로 들어갔다.
계속 조성되는 마을이라 갈 때마다 크는 느낌이 든다.
가게 앞에 만들어 놓은 변신중인 사슴벌레 한마리.
자연이 쇠로 가는 것인지 쇠가 자연으로 가는지
한 번 알아맞혀 보라고 매달아 놓았다.
여기도 솟대가 있다. 예술마을답게 색깔이 범상치 않다.
장승과 느낌이 비슷하고 만들기 쉬워 그런지 요즘은 솟대가 대세다.
헤이리에 있는 집은 가옥과 공방, 겔러리, 가게의 구별이 없다.
작업하면서 팔고, 살림하면서 전시하고 판다.
이곳은 아프리카 소품을 잔뜩 모아놓았다.
대개가 잠비아 물건들인데 희한한 것들이 많다.
한참 구경하고 미안해서 하나 샀다.
공터는 아직 정리 안 되어 어수선한데
지난번 기습한파를 견뎌낸 구절초 두 송이가
건물사이 낙엽 더미를 뚫고 피었다.
스텐 재질은 녹이 안 슬어 그런가 볼때마다 신선하다.
제법 굵은 담쟁이 넝쿨 아래 다소곳이 늘어선 알파벳들이
비에 씻겨 그런가 유난히 깨끗하다.
이름 없는 건물 데크에 학생들 이름표를 붙인 조소작품들이 가지런하다.
뷰 파인더에서 보는 풍경이 어디 대학교 캠퍼스 같아서 졸업 작품전인가 했는데 단순한 설치조형물이었다.
영화 박물관 건물 처마에서 내려다보는 장난감들.
보잘것없는 작은 장난감도 제대로 자리를 잡으니 나름대로 큰 건물과 잘 어울리네 그려.
건물은 주변과 잘 어울려야 멋이 살아난다.
언덕 구석빼기지만 회색 시멘트의 투박함과 검은색 정사각형이 제자리에 있고,
흰 글씨는 산뜻하고 가늘고 긴 자작나무는 그대로 화분이다.
헤이리에선 사람 사는 모습이 다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