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얼마나 좋은지 오늘도 인천수목원을 찾았다.
거마산을 넘어서 갔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쪽 풍경이 시원하다.
백 미터가 약간 넘는 높이의 산이지만 남산 타워가 부럽지 않다.
엊그제 이곳에 와서 다 못 본 수목원의 가을꽃들을 보물찾기하듯 찾아가며 사진에 담았다.
구김살 없이 잘 자란 ‘붉은 호장근’
‘독활’이 얼마나 왕성하게 자랐는지 큰 나무가 되었다.
‘독활’(獨活)은 음이 좀 사납지만 그 뜻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땅두릅’이라고도 한다는데 ‘두릅’중 가장 고급나물이란다.
쉼터 그늘막 지붕을 덮은 ‘오미자’ 열매. 잘 익으면 의자에 누워 입만 벌리면 되겠다.
‘때죽나무’ 열매.
이 나무 열매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엄청난 중력의 힘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푸른 하늘위로 치솟은 ‘개회나무’ 열매.
근래 보기 힘들었던 푸른 하늘을 요즘은 거의 매일 본다. 헌데, 저 곳으로 미사일을 쏴대는 인간들은 뭔지.
분홍색으로 떡칠이 된 ‘꿩의 비름’ 꽃밭. 빛과 색의 향연이 파란 가을하늘아래 펼쳐진다.
나비와 벌이 한판 난장을 벌렸다.
그 옆 ‘삽주’ 밭은 딴 세상이다. 네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팔랑이며 ‘삽주’ 와 이야기를 나눈다.
잠시 동식물이 분간이 안 되는 것은 아름다움 때문이려니. 본래 아름다움이란 그 근본이 생명이다.
그런 세상 맞은편 그늘에서는 느닷없는 검정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쉬고 있다.
이런 외딴 곳에서도 어떻게 잘 지내는지 신수가 훤한데
그것 참 별일이다.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둔 억새밭. 바람이 쏴 하고 지날 때마다 억새꽃이 춤추며 난리다.
어우러짐이란 것이 바로 저런 거다.
‘왜모시풀’. 모양이 비슷한 다른 이름의 풀이 많아 구별하기 대단히 어려운 식물이란다.
‘병조회풀’. 보랏빛 병 모양의 귀여운 작은 꽃을 피운다.
작은 꽃과 달리 이파리는 엄청 크다.
그런가하면 작은 이파리가 매력적인 ‘참싸리’가 있다.
‘송알송알 싸리 잎에 옥구슬’은 저 앙증맞은 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게다.
어디선가 갑자기 날아와 내 정면의 나뭇가지에 앉은 산비둘기.
새란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가는 것이 마땅하건만 이게 뭔 경우인지 모르겠다.
짐작하건데 아마 자기도 좀 봐달라는 심사 같은데 렌즈가 총이라면 넌 그냥 한 방에 갔다.
‘모감주 나무’ 위 파란 하늘.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 저 시퍼런 하늘을 바로 쳐다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나.
‘모감주’ 나무 아래 꽃밭에서 잘 자라는 ‘숙근꽃향유’.
가을 하늘빛 때문인지 가을꽃은 유난히 푸른색, 보라색이 많다.
요 뽀얀 보라색은 그 흐릿한 정도가 여름과 가을이 딱 반씩 섞인 느낌이다.
가을 야생화의 대명사, 자잘한 ‘쑥부쟁이’. 꽃 위로 가을볕이 자지러지는 듯하다.
더 자잘한 ‘미국쑥부쟁이’. 햇살이 부서져 아예 꽃밭 전체가 보얗다.
그리고 휘날리는 ‘억새’. 평생 흔들리며 살다 가는 풀. 들어나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도 매한가지.
빨간 열매의 지존 ‘피라칸다’ (Firethorn). 봄에 꽃도 무진장 달리는데 그 꽃마다 모조리 열매가 열렸다.
‘섬쑥부쟁이’ 꽃 (부지깽이 나물). 울릉도의 명물로 섬을 떠나와서도 이렇게나 잘 컸다.
색깔만 다르지 감국 꽃과 크기나 모양이 같다.
‘가막살나무’ 열매. 폭신한 느낌의 이파리와 타원형의 붉은 열매가 귀엽다.
까만(가막)색의 살(줄기)를 갖춘 나무.
‘구주피나무’ (Tilia kiusiana) 피나무과의 교목으로 열매로 염주를 만든단다.
싱싱하게 잘 자랐다.
‘윤노리나무’. 윷 만들기 좋은 나무로 녹색의 열매가 열렸다. 가을이 더 깊어지면 빨갛게 되겠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다 보니 별걸 다 본다.
‘오갈피나무’ 꽃에 앉은 두 마리의 곤충. 뒤태를 보니 외계생명체 같다.
‘초피나무’ 열매를 열심히 따먹는 산비둘기. 향기 짙은 나무라고 하던데 열매 역시 맛이 다른가보다.
잠시지만 보고 있노라니 내 배가 다 부르다. 참 맛있게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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