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만 원씩 내고 건너가던 ‘삼산도’를 엊그제 개통했다는 '석모대교'로 자동차를 타고 건넜다.
우리도 그렇지만 삼산 섬 주민들은 모르긴 몰라도 천지개벽하는 일이겠다.
오전 여덟시 풍경인데 오후가 들자 구경차량으로 교통체증까지 벌어졌다.
순식간에 다리를 지나 삼산 농막에 들어서자 초록세상이 펼쳐진다.
지난 달 초 심었던 채소들이 가뭄을 이겨내고 잘 자랐다.
오이를 제외 하고는 평년작 이상이다.
그 중 새 품종이라고 해서 심은 고추가 제일 잘 자랐다.
잎사귀나 열매가 얼마나 날씬한지 맛도 좋은데다 보기에도 좋다.
딱 야구공 만하게 달린 수박.
모종 하나에 하나씩 키워야 대갈통만하게 자란다는데 아직 실험은 하지 못 했다.
3년 된 복분자도 작년에 비해 많이 열렸다. 복분자는 씨가 커서 맨 입으로 먹기에는 좀 그렇다.
늘 잎사귀로만 자라는 ‘다래’. 올해도 역시 열매는 신통치가 않다.
더구나 저 하얀 ‘미국선녀벌레’까지 달라붙어 모양이 말이 아니다.
옆에만 가도 향기가 묻어나는 ‘당귀’ 꽃.
푸성귀 밭에 잡초를 뽑는데 그새 뿌리내리고 자란 도토리가 엄청나게 많다.
잘 자란 도토리 모종을 뽑아놓고 보니 맘이 짠하다.
도토리야 네가 뿌리를 엄한데 내린 탓이다.
풀 베다가 발견한 커다란 나방 한 마리. ‘산왕물결나방’이라고 하는데 뱀인 줄 알고 엄청나게 놀랐다.
날개 달린 놈이 어떻게 풀숲에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보기에만 예쁜 보리수 열매. 맛없다고 자꾸 그랬더니만 요즘은 열매를 몇 개 달지 않는다.
‘방풍나물’ 꽃에 앉은 ‘흰점박이 꽃무지’. 향기가 좋아 그런지 곤충들이 많이들 모여든다.
‘꽃무지’라는 이름은 꽃에 모이는 풍뎅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란다.
‘검정 꽃무지’.
그 덩치 큰 굼벵이가 이 작은 곤충의 애벌레다.
‘꽃등에’.
새의 눈을 피하기 위해 벌과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으며,
나비나 벌처럼 꽃의 꿀을 먹으면서 꽃가루를 옮기기 때문에 이로운 곤충이다. -위키백과에서
‘블루베리’가 드디어 달리기 시작했다.
여러 나무를 심었는데 생김새나 익는 순서가 죄다 다르다. 종류가 달라 그렇다는데 맛은 다 좋다.
‘머루’도 많이 달렸다. 익은 모습을 아직 한 번도 못 봤는데
올해는 다리도 생겼으니 볼 수도 있겠다.
‘인디언감자’(아피오스) 꽃. 이 감자는 몇 년 묵혔다가 캐야 좋단다.
흙 속은 잘 모르겠지만 꽃은 일단 엄청나게 피어댄다.
좁쌀 만 한 크기의 ‘미국낙상홍’ 열매.
요렇게 작은 놈들이 가을이면 나무전체를 빨갛게 물들인다.
꽃보다 붉은 ‘비트’의 줄기. 땅에서 뿜어대는 핏빛 선홍색.
채소밭 가운데에서 잘 자라는 외래종 서양나리들.
꽃이 있어 그런지 채소들도 잘 자란다.
점심 식사하러 들린 ‘석포리 페리 선착장’.
승객들이 오가던 통로 위 지붕에 영문을 모르는 새우깡 갈매기들이 줄지어 앉았다.
그러나 생각 외로 삼산대교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 때문인지 늘 한산하던 식당에는 손님이 꽤 있다.
'석모대교' 석모도 쪽 입구에 밀린 차량들. 석모 농협 나가다 본 풍경으로 구경 온 차들로 정체다.
점심을 먹고 지난 달 캐고 남은 감자들을 마저 다 캤다. 씨알이 좀 작지만 양은 꽤 된다.
매실이 제 때 따지 않아서 나무에서 그대로 익어버렸다.
그 색깔이 얼마나 고운지 새삼 놀랐다.
집에 가는 길, 저녁 7시가 넘은 시각이지만 아직 훤하다. 다리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던 외포리 포구 풍경이다.
미리 걱정하는 일은 바보짓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활기찬 모습이다.
아무튼, 이제 삼산 농막의 호젓함은 옛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