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들어와 점심을 먹고는 오후 내내 센 강을 따라 걸었다.
'오르세미술관' 관람이 여행 일정인데 땡땡이쳤다. 파리까지 와서 공부하기 정말 싫다.
박물관 앞을 지나는 '센'강 콘크리트 둔치로 내려갔다.
걷는 사람도 별로 없고 바람도 시원하고 강물도 생각보다 깨끗하다.
멀리 상류 쪽 다리들이 하나, 둘, 셋, 넷 차례로 보이는데
교각들이 깡충깡충 강을 건너뛰는 것 같았다.
다리 아래를 지나며 사람이 뜸한 이유를 알았다. 교각 사이 공간마다 노숙자들 숨어 있다.
더러운 매트리스에 널빤지 하나가 집이다. 지린내가 너무 심해 후다닥 지나갔다.
다리 위와 아래가 이렇게나 다를까.
이 다리는 보행가 전용다리로 이름이 '예술다리'다.
예술의 도시 파리 한가운데에 이런 이름이 있다니 놀랍다.
사람들이 강을 건너가는 기능 외에 거리 공연이나 전시를 담당해서 그리 부른단다.
상류쪽으로 보이는 다리는 '퐁네프의 연인'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 다리다.
다리 중간중간에 색다른 공간이 있어 연인들이 놀기에 좋은 다리다.
뱃머리처럼 튀어나온 섬은 한강 노들섬과 흡사한 '시테'섬
북쪽 강둑 위에는 헌책방 노점이 길게 즐을 섰다.
휴가철에다 일요일이라 대부분 문을 닫았는데 노익장 한 분이 나홀로 문을 열어 놓았다.
시원한 강가에서 부인인지 애인인지 할머니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파리스러웠다.
한두 시간 강을 따라 구경하며 올라가다가 노트르담 성당 구경까지 하고는 다시 강으로 나왔다.
노트르담 교를 건너 내려다 본 강 상류 쪽 풍경. 노트르담 성당과 시테섬의 '꽁시에르 쥬리' 감옥이 멀리 보인다.
왼쪽 둔치는 한가한데 비해 오른쪽은 길도 넓고 나무도 있고 깃발도 있고 파라솔 아래 사람들이 많다.
므랑스가 기원이라는 우파,좌파의 의미를 이제서야 알것 같다.
우리도 둔치로 내려와 강 하류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둔치에는 무료 화장실도 있고 샤워시설까지 있었다. 옷 입고 하는 안개 샤워.
아이들이 신나서 들고뛰고 있었지만 간혹 어른도 보인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느낌이 드는 그런 시설이다.
사람들 틈에 끼어 걷다 보니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 우리나라 사방 천지에 깔린 돌리고 벌리고 꺾고 뒤집히는 그 운동기구다.
처음 들어섰는지 운동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아 다 신기해 하는 모습.
허나 운동기구 종류는 우리보다 한참 못했다.
빈 그늘막이 보여 자리를 잡고 앉아 잠시 쉬었다.
안개는 없지만 그래도 파리 강가에서 편하게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내가 주인이고 걷는 사람들이 관광객 같았다. 지나는 파리지엥 품평을 하다가 유람선을 따라 다시 내려갔다.
출발했던 오르세 박물관 앞까지 다시 왔다. 강을 건너는데 유람선이 강 한복판을 내달린다.
앞에 보이는 늘씬한 다리가 살기 싫은 사람들이 제일 많이 뛰어내린다는 '쏠패리노'다리이고
그뒤 멀리 전시회장으로 유명한 그랑팔레 유리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폭이 점 넓어지면서 강은 왼쪽으로 휘어지고 에펠탑 옆을 지나 영불해협으로 빠져 나간다.
우리는 종착지인 센강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알랙상드르 3세' 다리로 향했다.
'앵발리드'와 ' 그랑빨레'를 잇는 '알랙산드로 3세' 다리 위 풍경.
30여 개 센강 다리 중에 꽤 이름 난 다리가 퐁네프, 미라보, 알랙산드로 3세 이렇게 3개가 있다는데 그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고 한다. 여기저기 손이 많이 간 조각품 같은 다리다.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강 따라 4시간을 걸었는데
산책인지, 운동인지, 답사인지도 잘 구별이 안 되는 여튼 즐거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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